이명박 6개월은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과 정당을 요구한다!
이명박 정부 취임 6개월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중 압권은 청와대의 자평이다. 8월 24일 청와대는 지난 6개월에 대해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의 선진화를 준비한 기간이었다.”고 자랑하듯 떠들어댔다. 기획재정부 역시 자신들이 지난 6개월 간 ‘물가안정 노력 강화’, ‘부동산시장 정상화’, ‘일자리 창출’ 등을 했다며 떠벌렸다. 구토를 유발하는 저들의 주장에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
뭐가 선진화냐
이명박 정부 취임 6개월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보도가 나와 있다. 몇 개의 신문기사 제목들을 뽑아보자.
● 2분기 실질 가계소득 및 소비 ‘사상 최악’
● 앞으로 생활형편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한 소비자 기대지수 ‘최악’
● 무역적자, 11년 만에 ‘사상 최악’
● OECD 회원국 중 소비자신뢰지수 ‘최악’
● 2분기 ‘고용탄력성’ 사상최악(고용탄력성은 국내총생산에 비례한 취업자 수 증가율을 나타낸다. 생산이 늘어나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
● 중견·중소업체 체감경기 사상 최악, 현금흐름 환란 이후 ‘최악’
● 최악의 서민경제, 생계형 절도 급증
● 3분기 지역경기 ‘최악’ 전망
● 물가·가계빚·경상수지 ‘최악의 상황’
● 경제적 고통지수, 7년래 최악(고통지수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
● 자영업자 5년만에 최저 수준
● 벼랑 끝 서민들 “못 살겠다”
● ‘팍팍한 살림살이’ … 적자가구 6년래 최고, 등등.
이런 것들을 두고 저들은 ‘삶의 선진화를 준비’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경제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경제는 가망 없이 망가지고 있다. 서민의 삶에 대해 언론사들은 ‘최악’이라는 단어 외에 어떠한 적절한 표현도 찾아내지 못했다. 최근 <한겨레>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떻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무려 72.5%가 “나쁜 편이다”(47.0%) 또는 “매우 나쁘다”(25.5%)라고 응답했다.
반면 재벌 대자본가들의 돈주머니는 나날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수치조차 나와 있지 않다. SK에너지,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는 올해 최대실적을 올렸다.
그만큼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다. <내일신문>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의 64.9%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빈부 갈등이 심화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할 것 없는 정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거리에서 이루어졌다. 촛불을 들고 시위에 나선 노동자, 시민들은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정치 분야 전문가들 역시 이명박 정부에 혹평을 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학계 50명, 언론계 56명 등 총 11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균 점수는 35점밖에 안 됐다.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72.8%는 ‘기대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그 중 21.9%는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303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불과 2.7%만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지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4.3%나 됐다.
물가는 못 잡고, 노동자 때려잡고
몇 가지 지표만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무능력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경제가 파탄의 수렁으로 침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잡는 대신 노동자를 때려잡아 정권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듯하다.
한나라당은 노동자들의 집회, 시위에 맞서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시위 피해자 집단소송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의 복장에 대한 규제(모자, 마스크 착용 등의 금지)를 추진하고, ‘인터넷 상에서의 사이버 모욕죄’까지 새로 만들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이미 거리에서는 집회, 시위에 대한 폭력적 탄압이 일상화되었다. 경찰관 기동대라는 이름으로 백골단을 부활시키고, 현상금 걸듯이 마일리지를 걸어 시위대 사냥에 나서고 있다. 시위와 무관하게 길을 지나던 사람에게 색소를 탄 물대포를 난사하고, 주위 매장 안으로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등 ‘공권력’의 이름으로 조폭 노릇을 하고 있다.
9월 7일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촛불시위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부의 탄압으로 32명이 구속되고, 무려 1,336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29명이 수배를 받았다. 반면 온갖 비리와 깡패짓으로 체포됐던 정몽구, 김승연 등 재벌총수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특별사면을 받았다.
자본가정부
이명박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자본가정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고 했을 때, 그것은 곧 ‘자본가 살리기’였다. 이명박 정부가 ‘법질서를 강화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곧 자본가를 풀어주고 노동자를 때려잡는다는 의미였다. 이명박 정부가 ‘삶의 선진화’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은 곧 ‘자본가천국, 서민지옥’을 뜻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명박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6개월 사이에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실체를 너무나 많이 드러내버렸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이 사회를 맡겨놓는 한, ‘더 나쁜 내일’ 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이제 필요한 대안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에게 경제파탄의 책임을 지우는 조치들이다.
가령 우리는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라!” “주30시간 노동,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 해소!” “정유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회계장부를 공개하라!” “정유사를 몰수, 국유화하라!” “재벌 대기업들의 투기자금을 몰수해 실업자 극빈생활자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라!”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촛불노동자 13대 행동강령> 참조).
이 요구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공상적인 계획이 아니다. 현재의 경제위기 그리고 그 손실을 온통 노동자대중에게 떠넘기려는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에 맞서, 우리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쟁취해야만 하는 요구들이다.
우리의 요구에 대해 자본가들은 이렇게 악을 쓸 것이다. “말도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이윤을 침해하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렇게 응답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요구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경제가 완전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로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너희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단으로 침해하면서 배를 불려왔다. 이제는 자본가들의 권리가 침해되어야 할 차례다.”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향하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러한 요구와 투쟁에 결사적으로 맞설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노무현 부류 역시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의 등에 칼을 꽂아 자본가들 살려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임을 이미 입증했기 때문이다.
악몽 같은 경제파탄 6개월을 청산하고 노동자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노동자에게 이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그런 요구를 내걸고 대담하게 싸워나갈 수 있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당은 자본가당이 아니라 노동자당이다. 자본가들을 배려해주거나 자본가들과의 타협으로 무언가를 도모하는 정당이 아니라, 자본가의 이윤을 침해함으로써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당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주의노동자당이라고 부른다.
이명박 정부 취임 6개월에 대한 평가로부터 나와야 할 결론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오직 자본가들만을 위한 경제 살리기,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을 걷어치워라! 파탄으로 치닫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탐욕에 재갈을 물려야만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투쟁을 일으켜야 하며, 그러한 투쟁을 진두지휘하며 노동자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이 끔찍한 서민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