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거혁명’
체제에 대한 불만의 성장, 그러나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54년만의 정권교체라 ‘선거혁명’ 운운하며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민주당의 선거승리 원인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자민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중이 반발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고이즈미의 시장만능주의 아래 심각한 ‘격차사회’가 되어가고 있었다. 고이즈미 정부의 파견사원제 도입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했고(2008년 34%), 연간 200만 엔 이하의 워킹푸어(아무리 일해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1000만 명을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평균소득이 100만 엔이나 줄고, 사회보장 관련예산은 2005년 이후 매년 2200억 엔씩 줄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었다. 언론에서도 ‘대중이 민주당을 선택했다기보다 자민당을 심판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듯이, 자민당 정권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에 대한 투표로 이어진 것이다. 장기불황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는 저성장과 이로 인한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하는 자민당 정권을 대중이 심판한 것이다.
민주당이 대안인가?
그러나 이는 ‘왜곡된 심판’이다. 새로이 등장한 민주당 정부 또한 자본가 정부이며, 기껏해야 개혁적 신자유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정부가 자주 ‘일본식 김대중, 노무현 참여정부’로 비유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언론에서도 민주당의 구성원들을 분석하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하지 않는가?
일본의 문제는 오로지 자본주의 자체를 엎어버리는 것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오로지 사회주의 혁명뿐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거의 없다. 최소한 대중의 눈앞에는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왜곡된 형태로 표현되는 주된 이유이다. 갈 곳 없는 대중의 불만이 그나마 민주당으로 모아졌던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압승 요인으로 ‘유권자의 정권교체 희망이 큰 이유인가’라는 질문에 81%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정책을 지지해서인가’라는 질문에는 3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아사히신문 여론조사) 뿐만 아니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낡은 일본정치를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요’(45%)를 더 많이 대답해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일본정치가 쉽게 개혁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다. 작년 이명박 정권 당선 이후, 이명박 정권은 제대로 된 대중의 지지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촛불투쟁으로 너무나도 분명하게 확인됐다. 이미 이명박 정권은 상시적인 ‘정권 퇴진투쟁’의 위협 아래 놓여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자신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위기’는 모면하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은 단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본가체제를 뒤엎을 확실한 대안세력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번 일본총선에서 드러났듯이, 각국의 자본가정부, 그리고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쌓일 대로 쌓였다. 그것은 이미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분노를 자본주의 자체에 맞선 도전으로 옳게 모아나갈 수 있는 투쟁의 구심점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다면, 그 분노는 또다시 모아지지 못하고 흩어져버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건설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투쟁지도부, 혁명지도부를 제대로 세우느냐 마느냐는 우리 투쟁의 성패에 관건적이다.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