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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편 자본의 축적과정
(1) 단순재생산
단순재생산 : 자본관계의 재생산
어떤 사회든 생산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하나의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성원들이 생활필수품을 포함한 다양한 물품을 연속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물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같은 소비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생산수단 역시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회의 생산과정이란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갖고 이어지는 재생산과정이다.
먼저 자본주의적 생산에서의 단순재생산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현실의 자본가사회에서 단순재생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복잡한 요소를 제거하고 순수한 형태의 단순한 재생산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다른 역사단계와 구별되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독특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제3편에서 본 것처럼, 자본가는 자기 소유의 생산수단을 노동자로 하여금 가동하게 하여 생산물을 만든다. 그 생산물 중 일부는 마모된 생산수단을 다시 구매하는데 사용하며, 나머지 (즉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덧붙인 가치) 중 일부를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고 난 뒤 남는 전부를 갈취함으로써 잉여가치를 획득한다. 그런데 자본가가 이 잉여가치를 단지 개인적 소비에만 사용한다면 생산과정은 확대되지 않고 자본가는 항상 같은 규모로 재생산과정을 유지하게 된다. 단순재생산이란 이런 식으로 같은 자본규모에 의한 재생산과정이 되풀이되는 것을 말한다. 이제 이 재생산과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도록 하자.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그 조건으로서 상품생산과 상품유통이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대에 도달해서야 상품생산이 사회 전체에 일반화되기는 하지만, 일정한 상품생산과 유통이 또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 조건만으로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편에는 생산수단의 소유자, 넓은 의미에서는 화폐소유자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한편에는 생산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노동자 즉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판매해야 하는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요컨대 객체적인 생산조건과 주체적인 노동력의 분리 즉,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의 분리가 자본주의적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자 출발점이다.
이 분리는 처음에는 출발점에 지나지 않았지만, 재생산과정이 진행되면서 반복해서 만들어지고 영구화된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는 노동력을 구매하여 생산을 수행하고 상품을 만들어낸다. 노동의 결과물인 이 상품은 직접적 생산자인 노동자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생산수단 소유자인 자본가에게 속한다. 노동자는 여전히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노동자일 뿐이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자본가의 통제 아래 노동해야 한다.
이 조건에서 노동자는 두 가지 형태의 소비를 한다. 먼저 노동자는 노동과정에서 생산수단과 자기 노동력을 소비하여 상품을 만든다. 이 생산적 소비는 자본가에게 그가 투하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부를 가져다준다. 즉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 이상의 노동을 시켜 획득한 잉여노동을 통해 잉여가치를 만들어낸다. 두번째로 노동자는 자기가 받은 임금으로 개인적 소비를 한다. 이것은 직접 자본가의 부를 이루는 것은 아니고, 또한 적어도 겉으로는 노동자 자신의 생활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의 개인적 소비 역시 실제로는 자본에 종속되어 있다. 노동자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즉 노동자는 항상 자기 노동력이 충분한 힘을 갖고 사용될 수 있도록 보존하지 않으면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일을 할 수 없으며, 고용되지 못하면 생계를 잇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노동력이 재생산되지 못하면 자본가도 공장을 굴릴 수 없다. 따라서 자본가는 노동자가 노동력을 보존하고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필수적 비용을 지불한다. 그것이 임금이다. 노동자는 이 임금으로 먹고살지만 그것은 단지 또다시 자본가에게 착취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는 공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공장 밖에서도 자본의 부속물이 되며, 노동자의 개인적 소비는 마치 기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기름을 치는 것처럼 자본주의 생산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계기일 뿐이다. 기계가 녹이 슬거나, 나사가 풀리거나 빡빡하게 움직이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동자가 병약해지거나 영양실조에 걸린다면, 또는 과음을 한다든지 하면 작업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따라서 자본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계에 기름을 치듯 노동자에게도 생계비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보존, 재생산하게끔 한다. 예를 들어 자본가는 여름 복날이 다가오면 더위에 지친 노동자의 노동능력이 빨리 소진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삼계탕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자본가나 관리자는 노동자가 전날 과음하여 노동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아주 인상을 찌푸린다. 결국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자본가의 구호는 단지 기계만이 아니라 노동자를 향해서 외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자본가는 기계를 닦는데 기름이 낭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본가는 노동자의 생계비 역시 항상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제한하려 할 뿐만 아니라, 항상 자신의 낭비와 과소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며 “근검절약”을 선동한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 생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상품이 얼마나 많든 적든 그것은 직접 자본가에게 속하고 노동자를 자본에 종속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노동자는 공장에서 일을 할 때든 퇴근하고 공장 문을 나선 이후든 자본의 부속물로 전락한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만들어낸 부를 착취하여 자본가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강화하며, 노동자는 항상 임금노동자로 재생산되고 착취당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만들어낸 상품을 판매하여 획득한 화폐로 마모된 생산수단을 재구입하고 노동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마련하며, 나머지는 자신의 이윤으로 호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이렇게 해서 자본가는 생산의 한 순환의 결과 불변자본(생산수단)을 보전했으며,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가변자본(노동력)을 보전했다. 자본가는 자기 자본을 처음 그 상태로 다시 갖게 된 것이고, 거기에 부가되어 공짜로 이윤을 얻었다.
반면 노동자는 어떤가? 노동자는 임금을 지급받지만, 그는 그것으로 다시 고용되어 노동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또다시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착취당하며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객체적인 노동조건과 주체적인 노동력의 분리 즉, 생산수단으로부터 노동자의 분리라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의 출발점은 이제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재생산된다. 요컨대 “자본주의 생산과정을 재생산과정으로서 고찰하면 그것은 상품만을 생산하거나 잉여가치만을 생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본관계 그 자체, 곧 한편으로는 자본가를,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노동자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단순한 형태의 재생산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 재생산과정의 특징이 자본관계 자체 즉 자본--임금노동관계를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의 논의에서 전제가 되었던 것은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를 다시 생산에 투입하지 않고, 단지 자기의 소비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추가자본으로 전화시키는 과정과, 그 결과 노동자계급의 생활이 어떤 영향을 받는가를 추적해야 한다.
(2)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화 : 자본의 축적
자본의 축적 확대재생산
자본의 생산과정에 관한 분석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본으로부터 잉여가치가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잉여가치로부터 추가자본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전제가 단순재생산에 대한 분석이었다. 현실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순재생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자본가가 100억의 준비금을 갖고 상품생산을 개시한다고 가정하자. 60억을 기계, 원료 등 불변자본 부분에 투하하고 나머지 40억을 임금 즉 가변자본 부분에 투하한다고 가정할 때, 잉여가치율이 100%라면 생산된 상품의 총 가치는 불변자본 60억+가변자본 40억+잉여가치 40억 = 140억이 된다. 단순재생산을 한다면 잉여가치 40억은 자본가의 개인 소비자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사업이 끝나지는 않는다. 자본가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이 잉여가치 40억을 다시 생산에 투입한다(잉여가치 중 일부는 자본가의 개인 소비기금으로 사용되지만,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그 부분은 일단 빼놓는다). 즉 이 경우 잉여가치는 자본으로 전화되는 것이며, 이를 두고 우리는 자본의 축적이라고 한다.
이제 자본가는 40억에 해당하는 잉여가치를 첫번째 생산과 동일한 비율로 분할하여 투자한다. 즉 24억은 불변자본으로, 그리고 16억은 가변자본으로 투입한다. 이렇게 하면 두번째 생산에서는 84억의 불변자본, 56억의 가변자본, 총 140억의 자본으로 생산이 이루어진다.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똑같이 잉여가치율이 100%라면 두번째 생산된 상품의 총 가치는 불변자본 84억+가변자본 56억+잉여가치 56억 = 196억이 된다. 이 과정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자본의 축적은 누진적으로 증대하는 규모에서의 자본의 재생산과정이 된다. 첫번째 생산과 두번째 생산을 비교해보자. 첫번째 생산에서는 가변자본이 40억이었고 이에 따라 40억의 잉여가치가 창출되었는데, 두번째 생산에서는 그것이 56억으로 증가했으며 그 결과 잉여가치도 56억으로 증대되었다. 가변자본이 증가한 것은 전번의 생산과정에서 노동자가 잉여노동을 했고 그것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창출했으며, 자본가는 그것을 착취하여 재투자함으로써 자본을 확대시키고, 그 결과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더 많은 잉여가치를 짜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곧 자본가는 첫번째 생산에서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자본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현상에서는 자본이 자기 스스로를 확대시키는 겉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자본의 자기증식과정으로 나타나는 자본축적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유와 노동이 어떻게 분리되어 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자본가는 가변자본 즉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40억을 투하해서 40억의 잉여가치를 착취했다. 그 잉여가치는 다음 생산에 다시 투입되어, 이번에는 40억이 아니라 56억이 가변자본으로 투하된다. 그 다음에는 좀더 증대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미 살펴보았듯이 자본가가 매번 더욱 큰 규모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는 노동자의 잉여노동 즉, 자본가가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착취하는 무상노동이다. 처음에 자본가는 단지 화폐소유자 또는 생산수단소유자로 나타나고 노동자는 노동력소유자로 나타났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각각 동등한 소유자로 맞서게 되고, 일정한 계약을 거쳐 생산과정이 진행된다. 그런데 생산과정이 반복하여 이루어지면서 특이한 결과가 발생한다. 자본가사회에서 교환은 동등한 가치를 갖는 상품끼리 등가물로서 교환된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해 그 등가물로서 임금을 지불하지만, 동시에 지불하지 않은 부분 즉 잉여노동을 착취한다. 잉여노동의 결과물인 잉여생산물은 분명히 노동자가 노동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본주의 상품생산의 모든 결과물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가 가져간다. 매번의 생산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자본가는 잉여노동을 착취하고 그 생산물을 취득한다. 그러나 노동자는 아무리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취득할 수 없다.
물론 이렇게 되어도 우리가 출발했던 조건 즉, 노동자와 자본가가 각각 노동력과 생산수단의 소유자로 맞서고 그 사이에서 등가물의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산과정이 반복되고 확대되면 될수록 자본가는 더 많은 부를 획득하는 반면, 노동자는 단지 임금노동자로서 자기 노동력을 보존하는데 필수적인 정도의 임금만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남는다. 이는 나날이 노동자를 임금노예로 더욱 강력하게 옭아매는 반면, 소수 자본가의 손아귀에 더욱 대규모로 생산수단을 집중시킨다. 이제 자본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백 명, 수천 명, 심지어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한 공장에서 일하는 거대한 기계제대공업이 주요한 생산형태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규모 생산은 경쟁할 수 없게 되어 파산하며, 파산한 소생산자는 임금노동자의 처지로 떨어진다. 이제는 어떤 노동자가 돈을 모아 조그만 작업장이라도 차려서 자본가의 착취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완전히 가망없는 일이 된다. 임금노예제는 더욱 확대된다. 다수의 사회구성원은 무산자(無産者)가 되어 고용인의 처지로 떨어지는 반면, 자본가는 자기 수중에 더 많은 생산수단을 끌어모으게 된다. “이제 소유는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불불노동 또는 그 생산물을 취득하는 권리로 나타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산물을 취득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소유와 노동의 분리는 나날이 발전되고 심화되어간다.
일반적인 상품생산의 소유법칙은 소유와 노동의 일치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이전의 상품생산에서는 상품생산자가 자기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자기 노동력으로 상품을 만들어냈다. 가령 소규모 토지를 소유하고 스스로 경작하여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파는 자영농민이나, 작은 작업장을 갖고 이런저런 상품을 만들어내던 수공업생산자는 자기 생산수단을 갖고 있으면서 자기 노동력으로 상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생산된 상품은 그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 여기서는 노동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는다. 그 조건은 생산자와 생산수단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직접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임금노동자와는 달리 잉여노동을 수탈당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자기 노동의 성과가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에서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여전히 생산은 상품생산이고, 오히려 상품생산이 사회 전체에 확대되지만 이제는 직접 생산하는 노동자와 생산수단이 철저하게 분리된다(분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뒤에서 다룰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가 갖고 있는 것, 그가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일반상품이 아니라 특수한 사용가치를 갖는 상품인 그 자신의 노동력뿐이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갖는 특수한 사용가치란, 그것이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잉여가치를 갈구하고 있는 자본가는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과 돈을 이용하여 노동자를 고용하고 상품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착취하며, 그 잉여가치를 끊임없이 자본으로 재투자함으로써 자본규모를 늘려나간다. 그러므로 백보양보해서 자본가가 최초로 투자한 자본이 그의 것이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후에 몇 배, 몇십 배로 불려진 자본은 전적으로 잉여노동을 착취한 결과일 뿐이며, 노동자들의 노동의 고통이 심화될수록 일하지 않는 자본가들의 기름진 배는 부풀어오르게 된다. 소유와 노동은 끊임없이 분리되어간다. 바로 여기서 노동자의 노동을 갈취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자본가계급의 기생성이 분명해지지만, 자본가사회에서는 이것이 소유권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사회적 보장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의 재생산과정이 반복되면서 이 경향은 하나의 내적 법칙으로 자리잡는다. 이 법칙을 각 개별자본가에게 외적 강제법칙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로 경쟁이다. 이윤을 위한 상품생산이 기본적으로 자본가로 하여금 노동자를 착취하게 만들고 잉여가치를 기반으로 자기 자본을 끊임없이 확장시켜나가게 하지만, 개별자본가끼리의 경쟁은 이 착취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더욱 심화시킨다. 자본가들이 그들 자신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본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것은 자본의 축적 즉 확대된 규모에서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더이상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이라는 한 계급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며, 자본의 축적은 이윤을 향한 무조건적인 수단이 된다. “축적을 위한 축적, 생산을 위한 생산”이 이루어진다.
(3)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계급의 증대다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의 재생산과정에 대한 분석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재생산과정의 결과 단지 잉여가치나 상품만이 아니라 자본관계 그 자체 즉 자본--임금노동관계가 재생산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한편에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계급이, 다른 한편에는 노동력밖에 가진 것이 없는 임금노동자계급이 재생산된다는 것을 보았다. 이 점은 확대재생산과정에서도 본질적으로 유지될 뿐만 아니라, 더욱 큰 규모로 증대되면서 이루어진다.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진다는 것 즉 자본축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가령 올 해의 생산과정에서 착취한 잉여가치를 다음 해 생산과정에 자본으로 다시 투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기계, 원료 등 불변자본뿐만 아니라 임금으로 지출되는 가변자본의 크기도 절대적으로 커진다.
전체로서 자본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다음 번 생산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생산의 물질적 기본 조건에 의해 강제된다. 자본가는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단 노동일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일은 무엇보다 노동자의 육체적 한계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이 확산됨에 따라 일정한 법적 제한선에 갇힌다. 따라서 자본가가 상품생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늘리고 기계를 더 많이 도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만큼 그 기계들을 가동시켜 상품을 제조하고 잉여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가 더 많이 고용되어야만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현실에서는 기계, 도구 등 불변자본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가변자본부분 즉 노동자가 확대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적다. 그러나 절대적인 규모에서 어떤 식으로든 노동자계급은 증대된다.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한 노동자계급의 증대는 피할 수 없다. 자본가계급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릴 사형집행인의 대열 --- 노동자부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비중이 증대되어왔다. 90년대 이후 임금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중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노동자는 1960년에 531,000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꾸준한 증가를 거쳐 1992년에는 5,168,000명으로 약 열 배가량 증가했다. 비제조업노동자 역시 1960년 391,000명에서 계속 증가, 1992년에는 4,869,000명으로 확대되었다. 해마다 서비스업노동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따로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자본주의적 농업부문이 발전하면서 농업노동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자본축적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적 노동생산성의 증대가 축적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나타나는 지점이 있다. 노동생산성이 증대된다는 것은, 노동자가 동일한 시간과 노동강도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재료를 가공하여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기계의 개량이 이루어지는 경우 즉, 과학기술의 성과가 생산에 도입되어 새로 발명된 기계가 기존 기계의 두 배의 역할을 수행하면 노동자는 노동일이나 노동강도를 늘리지 않은 채 두 배의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동시에 생산에 소요되는 원료와 보조재료가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이 생산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자체가 노동생산성이 증대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업방식의 변화, 가령 컨베이어시스템의 도입이나 노동자 개개인의 기술적 숙련의 고도화 등도 생산력 증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증대에서 가장 크고 광범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기계의 개량이다. 단순협업에서 매뉴팩처로, 매뉴팩처에서 기계제대공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고찰하면서 알 수 있었듯이,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발전해온 과정은 곧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기계제생산의 도입 및 이에 기초한 대공업의 형성이었다. 기계제대공업이 형성되면서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대규모 결집과 조직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기계의 도입과 개량이 이루어지고 기계가 생산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가 높아진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자본의 구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1) 가치 측면에서, 그리고 (2) 기능, 소재 측면에서.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자본은 불변자본 즉 생산수단의 가치와, 가변자본 즉 노동력의 가치를 나타내는 임금으로 나뉜다. 이것을 자본의 가치구성이라고 한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기능하는 소재의 측면에서 볼 때 자본은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나뉜다. 그리고 생산에 참가하는 노동자의 수에 비해 사용되는 기계, 원료, 보조재료 등 물질적 요소들(생산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을 자본의 기술적 구성이라고 한다. 자본의 가치구성과 기술적 구성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령 옷을 만드는 공장보다는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생산수단의 비율이 더 높다. 즉 자동차 생산이 옷 생산보다 기술적 구성에 있어서 더 고도하다. 따라서 대개 이처럼 기술적 구성이 고도한 경우 가치구성에서 기계 등 불변자본가치가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되는 가변자본가치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높아진다.
이처럼 각 업종의 기술적 조건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각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 다를 것이다. 가령 옷을 만드는 섬유업종 자본가에 비해 자동차업종 자본가의 경우 자신이 투자하는 총자본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다 낮을 것이다. 자본의 가치구성의 변화가 기술적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는 경우 그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라고 부른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된다는 것은, 자본의 기술적 구성에서 생산수단부분이 확대됨에 따라 자본구성에서 불변자본에 해당하는 자본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즉 가변자본에 비해 불변자본이 증대될 때 그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된다고 말한다.
수공업적인 소경영생산에서 기계제대공업으로 이행할 때, 일단 우리는 작업장에 커다란 기술적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과거처럼 서너 명에서 열댓 명이 일하는 조그만 작업장에서는 대규모 생산을 할 수 없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수천 명 이상까지도 일하는 거대한 공장이 세워지고, 이 공장들이 나란히 모여 공단을 이룬다. 울산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기업의 공단 자체가 작은 도시의 규모를 갖추기도 한다. 그리고 공장 내에서 작동하는 기계 역시 과거의 수공업적 도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대형 원동기가 필요하고, 엄청난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과거에는 노동자가 도구를 사용했다면, 이제 노동자는 대규모 기계시스템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부속품의 하나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양의 원료와 보조재료가 생산에 투입된다. 이런 변화가 자본의 기술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자본의 가치구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반적으로 가변자본에 비해 불변자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대시킨다.
그것은 노동생산력의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다. 노동자는 노동과정에서 생산수단 즉 기계와 원료 등이 갖고 있는 가치를 상품에 이전시키면서 새로운 가치 즉 잉여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생산력이 증대될수록 노동자는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기계와 원료를 사용하며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낸다(단, 이 상품은 전부 자본가의 소유물이 될 뿐이다. 따라서 노동생산성 증대의 결과는 거의 전적으로 자본가의 이익으로 전화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자본가는 기계와 원료, 보조재료 등 불변자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또한 불변자본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 그 결과 자본구성에서 불변자본에 비한 가변자본의 크기가 감소한다. 즉 노동력에 해당하는 부분의 상대적 크기가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적 크기가 감소한다고 해서 그 절대적 크기까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절대적인 크기는 증가할 수 있고, 실제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100억에 해당하는 자본가치를 갖고 있던 자본가가 그것을 50 대 50으로 즉 50억씩 각각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최초의 자본 100억이 나중에 300억으로 증식되었다고 하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져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비율이 80% 대 20%로 되었다 하더라도 불변자본이 240억이 됨에 따라 가변자본도 60억으로 증대한다. 즉 불변자본에 대한 가변자본의 상대적 크기는 작아졌지만 절대적 크기는 증가한 것이다.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계급의 증대”라는 법칙은 의연히 관철된다. 가장 자본집약적인 철강산업을 보도록 하자. 한국의 대표적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의 경우, 포항 내에서만 노동자 수는 87년, 88년, 89년에 각각 10,175명, 21,009명, 22,109명으로 증가해왔다. 포항 내의 포항제철 관련업체 노동자 수 역시 같은 기간에 각각 13,566명, 15,205명, 15,831명으로 증가해왔다.
그럼에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된다는 것, 그 결과 전체 자본규모의 증가에 비해 현업노동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을 이해하는데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 점은 곧 다룰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생산방식에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이것은 ≪자본론≫ 제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 다루어진다 를 이해하는데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선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도록 하자.
자본의 집적(축적)과 집중
자본가들은 모두 일정한 규모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자본가들은 크든 작든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지휘권을 갖고 있다.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면서 자본가들은 더 많은 생산수단을 자기 수중에 끌어모으며, 동시에 더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지휘권 역시 자기 수중에 틀어다. 그런데 자본축적은 한편에서는 생산수단과 노동지휘권의 집적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별자본가들의 상호투쟁으로 나타난다. 즉 자기 자본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자본가들과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이들 사이에는 경쟁 속에서 서로 밀쳐내려는 힘이 작용한다. 다시 말해 자기 수중에 더 많은 자본을 끌어모으는 자본가가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에 경쟁에서 도태되고 몰락하는 자본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자본가가 축적규모를 증대시켜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면 노동자의 집단적 생산에 의하여 창출되는 보다 높은 노동생산성을 얻게 되고, 이와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비싼 기계들을 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노동생산성 증대는 보다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다. 가령, 과거에는 한 개당 2,000원에 판매되는 상품을 10만 개 만들어 팔면 2억원을 벌었지만, 이제 노동생산성을 증대시켜 15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면 이 상품을 2,000원이 아니라 1,500원에 팔더라도 2억 2천 5백만 원을 벌 수 있다. 따라서 자본가는 이와 같은 이점을 이용하여 다른 자본가를 몰락시키려 한다. 이 자본가는 1,500원으로 상품가격을 낮춰 판매하더라도 과거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자본가들은 이제 이 자본가와 경쟁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1,500원에 판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그들은 과거보다 5천만 원이나 판매실적이 떨어질 것이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다른 자본가들은 모두 적자에 시달리다 파산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증대시켜 우위를 점한 자본가는 다른 파산한 기업을 아주 헐값에 사들일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더이상 축적과 동일한 의미에서의 자본의 집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자본축적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새로운 추가자본을 형성하여 총자본을 증대시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 개별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여 얻어낸 이윤을 생산에 추가로 투자하여 자본을 키워나가는 것 즉, 자본의 집적(축적)을 뜻한다. 그러나 자본규모의 증대가 단지 자본의 집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집어삼켜 자기의 크기를 늘리는 “자본의 집중”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자본의 집중은 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이 도태된 자본을 집어삼켜 자본규모를 순식간에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경쟁에서 도태된 자본은 승리한 자본의 손아귀에 빨려들어간다. 다수의 소자본이 소수의 대자본으로 전화된다.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이 이루어진다. 소자본을 패배시키고 그것을 자기 수중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한 자본가는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더 강력한 자본의 힘을 휘두르고 더욱더 거대한 대자본으로 발전한다.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자본규모는 나날이 커지지만, 경쟁이 심화될수록 대자본가들의 숫자는 줄어든다.
이와 같은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은 자신들에 대한 별도의 육성정책, 자금지원방안을 요구하는 중소자본가들의 아우성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본가계급의 중앙 지배위원회인 자본가국가는 항상 중소자본가들의 아우성에 직면해서는 이런저런 보장책을 약속한다. 그러나 다음 날 중소자본가들은 그 보장책이 폐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본축적의 논리 자체가 경쟁을 통해 다수의 소자본이 몰락하도록 만드는 한, 자본가국가가 아무리 그럴듯한 약속을 하더라도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다른 나라 자본과의 경쟁에서 자국 자본의 이윤을 지켜야만 하는 총자본의 대표자로서 자본가국가는 가장 경쟁력이 강한 대기업을 육성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나라 자본과 경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집중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경쟁과 신용이다.
개별자본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격화되고, 이 경쟁은 항상 힘이 약한 소자본가의 몰락으로 마무리된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상품의 저렴화 또는 상품의 질적 우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상품을 저렴하게 생산하거나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노동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또한 노동생산성은 자본규모에 달려 있다. 거대한 자본규모를 갖춘 자본가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고, 동시에 자본력을 이용하여 생산방식을 개량하면서 상품의 질을 높여간다. 이에 맞설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갖고 있지 못한 중소자본가들은 점차 경쟁에서 밀려난다. 결국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타도한다.
한편 경쟁과 함께 신용제도의 발전은 자본집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용제도는 처음에는 단순히 자본축적의 보조자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지만, 오래지 않아 자본집중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 점은 은행의 역할을 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본가는 자기가 뽑아낸 이윤만을 갖고 점차 자본을 키워나가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은행으로부터의 신용대부를 이용한다. 은행은 먼저 사회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화폐들을 자기 수중에 끌어모아야 하는데, 자본가들의 돈뿐만 아니라 70~80년대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온갖 희망을 불어넣으며 다수의 소자본가들과 노동자들 심지어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돈까지 은행으로 끌어모으고, 다른 나라에서 차관을 얻어오기도 한다. 그 다음 은행은 자신의 진정한 고객인 자본가와 거래를 한다. 물론 은행으로부터 대부를 받은 자본가는 그 은행에 일정한 이자를 지불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본규모를 단숨에 확대할 수 있게 된 자본가는 이제 더 많은 이윤(대부를 해준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의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대규모의 투자가 낳은 노동생산성 증대를 이용하여 경쟁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다른 자본가를 무너뜨리고 승리자의 지위를 차지하며, 자본집중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주식회사의 형성 역시 자본집중의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한 산업부문에 각각 100억의 자본을 갖고 있는 자본가가 10명이 있고 이들이 경쟁을 한다고 가정하자. 10명의 자본가들 중 5명이 주식회사를 차리기로 합의하고, 자신들의 자본을 투자함과 동시에 주식을 발행하여 다른 자본가들 및 다수의 소자본가들까지 끌어들이면 이들은 순식간에 자본규모를 최소한 500억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 결과 다른 자본가들은 이들 연합한 자본가집단에게 패배당하는 길을 걷게 되거나 아니면 이에 맞서 그들도 나름대로 주식회사를 이루고 집단경쟁을 벌인다. 어떤 경우든 주식회사는 자본집중을 급속하게 이루도록 하는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한다. 개별적인 자본축적을 통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거대한 사업들, 가령 철도부설사업 등은 주식회사를 통한 자본집중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자본축적은 이와 같은 자본집중을 극도로 발전시켜왔다. 이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적 독점 즉,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발전했다.
자본축적과정에서 형성되는 추가자본 즉, 노동자의 잉여노동으로부터 자본으로 전화되는 부분은 최신 과학기술상의 발명과 발견을 생산에 도입하기 위해 사용되며, 이에 따라 기계의 개량이 진행된다. 그리고 기계의 개량과 발전이 진전될수록 노동자는 동일한 노동시간에 더 많은 기계와 원료를 사용하게 된다(노동생산력이 증대된다). 그 결과 추가자본 중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 즉 가변자본 부분은 추가자본 전체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줄어든다. 자본집중에 의해 축적이 두곱 세곱으로 이루어질 때 이 경향 즉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경향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자본은 기계의 도입과 함께 이전에 고용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더한층 많이 공장 밖으로 쫓아내며, 축적이 진행될수록 형성되는 추가자본의 전체 크기에 비해 더한층 적은 비율의 노동자들만을 고용한다.
이에 따라 갈수록 많은 수의 노동자가 자본의 수요를 초과하는 상대적 과잉인구 즉 산업예비군의 처지로 내몰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계급의 증대”라는 법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더욱 많이 발생하는 실업노동자들 역시 노동자계급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계급의 증대”라는 법칙에서 “노동자계급”이 의미하는 것은 현업노동자, 실업노동자, 반실업노동자 모두를 포함한 의미다. 자본가에게 고용되지 않고서는 더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무산자계급 임금노동자계급은 어떤 형태로든 필연적으로 증대한다.
산업예비군.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축적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시킨다는 것, 다시 말해 자본규모가 증대될수록 기계, 원료 등 불변자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며, 그 결과 상대적으로 더욱 적은 수의 노동자들만이 고용된다는 것을 보았다. 기계의 도입과 개량이 진척되면 될수록 노동자들은 더 많이 공장에서 밀려난다. 보다 적은 노동으로 보다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냈다는 죄로 노동자는 생계조차 영위할 수 없는 지위로 떨어지고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양이 증대하면 할수록 그는 자본가에게 불필요해진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한 실업자 또는 반실업자 처지에 놓이게 된다. 즉 대규모 기계의 도입과 개량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에 기반한 자본축적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동시에 그 잉여노동이 자본축적을 가능케 했던 노동자들 자신을 과잉으로 만드는 수단이 된다. 요컨대 자본의 수요를 넘어 고용되지 못하는 잉여노동인구는 자본주의적 축적 즉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의 기초 위에서 부의 발전의 필연적 산물이다.
그런데 이처럼 과잉노동인구(자본가의 입장에서 “과잉”노동인구일 뿐이다!)로 전락한 실업노동자는 거꾸로 자본주의적 축적의 지렛대가 되며,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한 존재조건이 된다. 이 과잉노동인구는 자본가계급에게는 그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는 산업예비군이 된다. 자본가사회는 특징적인 산업순환 즉, 고양기, 호황기, 공황기, 침체기 등의 시기를 거치는데 이는 산업예비군 형성, 부분적 고용 또는 광범한 고용, 갑작스런 실업 증가와 산업예비군 재형성 등의 기초를 이룬다. 자본주의 생산과정은 자본가들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법칙에 따라 급작스런 팽창과 수축을 경험하게 된다. 돌발적인 팽창 끝에는 돌발적인 수축이 뒤따르고, 수축 뒤에는 다시 팽창이 온다. 갑작스런 수축의 시기에 자본가는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팽창은 그들이 고용할 수 있는 노동자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자본가에게는 돌발적인 상황에서 언제든 고용할 수 있는 노동자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시기에 고용될 수 있도록 준비된 노동자들이 곧 실업노동자들이다. 만약 광범한 실업노동자가 없다면 호황기에 자본가는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인 노동자를 발견할 수 없어 생산은 제한적으로만 확대되고, 이와 더불어 서로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이 증대되며 이윤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발전은 축적의 진전과 함께 현업노동자의 수를 줄임으로써 즉, 다수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쫓아버림으로써 광범한 실업자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따라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산업순환의 주기적 운동은 노동자계급의 일부분을 끊임없이 실업자나 반실업자 처지로 전락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한편 산업예비군의 규모가 늘어날수록 고용된 노동자는 과도노동과 저임금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장 문 앞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실업노동자의 대열이 길게 늘어서 있다. 덕분에 자본가는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항의하며 자신에게 저항하려는 노동자를 언제든 해고하고 다른 노동자로 교체할 수 있다. 현업노동자는 이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어 생존을 위한 과도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저임금의 협박에도 굴종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에서 현업노동자가 강도높은 노동에 강제로 시달려야 한다면, 그 반대편에서 실업노동자는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물론 그 휴식은 극심한 빈곤과 절망적인 불안감을 조건으로 한다. 자본가사회의 발전 즉, 자본주의적 축적의 진전은 이처럼 노동자계급의 고통의 축적을 동반한다.
생산력 증대의 성과는 합리적으로 이용되기만 한다면 사회의 무한한 발전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즉 권력을 장악한 노동자들의 연합체가 사회 전체를 통제한다면 이와 같은 생산력 발전을 기초로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전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각자의 인격과 개성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노동자들이 동일한 시간에 보다 많이 만들어낸 생산물은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윤을 향한 탐욕으로 눈이 뒤집혀 있는 자본가계급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생산력 발전은, 단지 자본가의 이득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해 노동자가 현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로 찢어지며, 한쪽은 과도노동을 강요당하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실업자로서 빈둥거리며 태만할 것을 강요당한다.
이 산업예비군 즉 상대적 과잉노동인구는 공황기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불황기에는 만성적으로 유지된다. 이들은 유동적 형태, 잠재적 형태, 정체적 형태의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 산업 중심지들에서 일정한 수의 노동자는 때로는 공장에서 쫓겨나고 때로는 겨우 일자리를 구하면서 유동적 산업예비군을 이룬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결과로 상대적 과잉노동인구가 생긴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일자리를 달라!”는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감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자본가들의 기이한 불평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그 모순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계제대공업이 낳는 결과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계제생산이 발전할수록 첨단과학기술이 점점 더 많이 생산과정에 도입되고, 이는 노동자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노동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은 그 자신의 자본주의적 자연발생적 분업이라는 성격에 의해 노동자를 협소한 작업부문에만 매달아 놓는다. 오히려 노동자가 자신의 능력을 광범하게 발전시키는 것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노동자는 생산방식의 과학적 발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뒤쳐질 것을 강요당한다.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의 노동능력이 파편화 불구화됨으로써, 새로운 작업능력이 요구되는 생산라인이 도입되면 기존의 기술밖에 갖고 있지 못한 노동자는 이에 즉각 적응하지 못한 채 쓸모없어져 일자리를 잃게 된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에 관한 일정한 교육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자본가가 이런 일에 비용을 투자하려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본가가 새로운 기술적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고급기술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바로 그 시기에, 단지 한두 가지의 단순한 기술만을 가진 광범한 실업노동자들은 고용되기를 갈망하며 바로 그 회사 앞에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서는 기가 막힌 상황이 발생한다. 이제 실업노동자의 대열은 늘어나고, 이들과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지금 묘사된 상황에서는 자본이 요구하는 수요에 비해 노동인구가 명백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자본가사회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상대적 과잉노동인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둘째, 자본이 농업부문을 점령해감에 따라 잠재적 형태의 산업예비군이 형성된다. 기존 농업이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재조직되어가면서 농경에 효율적인 기계들이 도입되고, 이는 농업 종사자의 수를 줄여간다. 그 결과 농촌인구의 일부분이 끊임없이 도시노동자로 이행하려 하지만, 이미 도시 자체에서 산업예비군이 형성되어 있는 마당에 농촌에서 형성된 산업예비군이 쉽게 도시로 이주하고 일자리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은 즉각 눈에 보이지는 않는 방식으로 도시 주변에 몰려들어 광범한 잠재적 산업예비군을 형성한다.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에는 주로 부정기적으로 일용직에 고용되어 최저한도의 임금만을 받거나, 노점상 등으로 살아가며 도시빈민층을 형성하는 반(半)노동자 처지가 된다.
셋째, 노동자현역군의 일부를 이루면서도 전적으로 불규칙한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정체적 과잉노동인구가 있다. 이들은 주로 가내수공업 영역에서 형성되며, 최저임금과 최장노동시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대공업과 대농업에서의 과잉노동인구, 그리고 몰락해가는 수공업경영 부문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형성되며, 보충되고, 확대된다. 이들의 생활수준은 노동자계급의 평균 수준보다 낮으며, 자본가들에게 가장 철저하게 착취당한다.
이와 같은 상대적 과잉노동인구, 산업예비군의 가장 밑바닥에는 공공구제 빈민이 있다. 이들은 노동능력이 있지만 공황이나 장기불황 등의 여파로 완전실업상태에 놓인 경우, 고아나 빈민아동, 그리고 산업재해 등으로 불구가 되어 자본가에게 고용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이루어진다. 산업예비군의 등장이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적 결과인 것처럼, 공공구제 빈민 역시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적 결과다. 산업예비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회의 원조에 의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극빈자의 수는 점차 늘어난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축적의 절대적이고 일반적인 법칙이다.
이 점은 현재 서구 “선진국”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는 유럽노동자들의 대중적 투쟁이 점차 고양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종 실업노동자가 그 투쟁의 선두를 이루며 자본가정부의 복지정책 후퇴에 반대하여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현재 유럽지역의 실업률은 놀랄만한데, 평균 10%에서 15% 심지어 25% 이상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지역도 있다. 25%면 4명 중 한 사람이 실업자라는 소리다.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사실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법칙에 의해 이러한 산업예비군을 형성했고,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일련의 “복지정책”을 구사하며 겨우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다. 서구국가들은 한동안 계급투쟁이 사라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제 새로운 차원에서 한층 광범한 계급투쟁이 격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보도록 하자.
단순한 형태의 재생산과정에 대한 고찰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생산과정이 상품이나 잉여가치뿐만 아니라 자본관계 그 자체를 재생산한다는 점을 보았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사회의 모든 생산수단을 장악한 소수 자본가를,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가에 비해 더욱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임금노동자를 재생산하며 자본--임금노동관계를 고착화한다. 확대된 형태의 재생산과정 즉 자본의 축적과정에 대한 고찰에서는, 자본규모의 증대는 곧 노동자계급의 증대를 의미하며, 자본--임금노동관계의 모순을 더 커다란 규모로 증폭시킨다는 점을 보았다. 이 모순은 자본주의적 방식의 부의 축적이 산업예비군 및 그 최하층으로서 정부의 극빈자 구제책이나 종교단체의 자선에 의해서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빈민의 증대를 낳는다는 사실에서 절정에 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의 빈민층이 가장 많고 또 증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과 같은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라는 사실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즉 자본의 축적과 집중을 통해 한편에서는 자본가의 수중에 더욱 큰 규모로 생산수단과 노동지휘권이 집중되고 그 결과 더욱 엄청난 양의 부가 쌓여가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 즉 노동자계급 쪽에서는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에 대비되는 빈곤의 축적, 자본에의 종속의 심화, 실직 위협, 고용기회 박탈 곧 생존 자체의 불안정성의 심화가 두드러진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자계급의 궁핍화경향은 더욱 거세진다.
그러나 자본주의 상품생산의 착취적 본성이 폭로되고 노동자가 경쟁과 빈곤, 불안정을 겪게 되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등을 통해 현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사이의 단결을 도모하며, 자본가질서가 노동자계급에게 강요하는 파멸적 결과를 분쇄하거나 약화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러자마자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투쟁을 억누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에 따라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계급투쟁은 더욱 첨예해진다.
(4) 이른바 본원적 축적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관계 즉 자본가와 임금노동자의 대립을 하나의 전제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채 논의를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번의 재생산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적대관계 역시 재생산되고 심화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시작도 끝도 없이 악순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악순환의 출발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더욱이 이 출발점 자체가 자본가에 의해 은폐되고 있을 때에는 더욱더 그렇다.
이 문제는, 쉽게 말하면 자본가는 어떻게 해서 자본가가 되었고, 노동자는 어떻게 해서 노동자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같다. 자본가들과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대변인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본가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 피땀흘려 부지런히 일하면서 근검절약하여 돈을 모았다. 그랬기 때문에 오늘의 지위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게으른 사람들, 일하기 싫어하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절약정신이 없는 사람들은 가난을 면치 못하고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물론 유치한 어린애장난 같은 사실은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헛소리다. 그러나 자본가에게 일단 생산수단의 소유권문제가 대두되면, 이 코흘리개 교과서 같은 입장을 나이가 몇 살이든 고등교육을 받았든 안받았든 관계없이 유일하게 올바른 입장이라고 고수하는 일이 그들의 신성한 의무가 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이런 주장이 적절한 변명거리가 되며, 또한 계급적 이익을 지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부지런히 노동함으로써 그들이 자본가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아니 잔업 철야를 밥먹듯 하며 노동에 얽매어 있는 노동자들은 몇십 년을 뼈빠지게 일해도 노동자일 뿐이다. 반면 우리의 자본가는 거드름을 피우며 골프장과 해외휴양지를 전전하면서도 무한한 부를 얻고 있다. 과거에 피땀흘려가며 일했기 때문에 그들이 자본가가 될 수 있었다면, 오늘날 피땀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도 자본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평생 직장에 얽매어 죽어라고 일해봐야 남는 것은 눈물과 한숨뿐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산업재해나 안 당하고 무사히 퇴직하는 것에 감사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가의 주장이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지금부터는 진실을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이른바 자본의 본원적 축적에 관한 고찰에서 해야 할 일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쪽에 자본가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 임금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좀더 부연설명하면 자본가는 공장, 기계와 도구, 원료, 보조재료 등 생산수단을 갖고 있어야 하며, 노동자는 이런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이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특징은 노동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자본가가 이들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고 착취하며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임금에 관한 부분에서 대략 살펴보았던 것처럼, 자본주의 이전 시기에는 다른 형태의 생산관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가령 노예제사회의 노예는 노예주에게 그 자체로 하나의 생산수단 즉, “말하는 도구”로 간주되었다. 다시 말해 노예는 생산수단과 구분되지 않는 존재였으며, 아무런 인격적 권리도 없이 주인에 의해 사용되고 매매되는 처지에 불과했다. 봉건사회 즉 토지소유를 중심으로 한쪽에 봉건영주가, 다른 한쪽에 농노가 있던 시기에 농노는 당시의 핵심 생산수단인 토지에 결박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신분적으로 예속되어 있었으며, 법적 계약이 아니라 무장한 봉건영주나 지주의 폭력에 신음하면서 착취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봉건제 말기로 갈수록 농노제는 약화되고 많은 농노가 자기 토지를 소유한 자영농민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자본주의 생산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토지 즉 생산수단에 결박되어 있는 농노나 자기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영농민이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이처럼 생산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이 본원적 축적을 이루는데, 역사적으로 이 과정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원적 축적의 기초는 농촌 생산자인 농민으로부터의 토지수탈이다. 토지를 수탈당한 농민은 아무런 생산수단도 갖지 못한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이 토지수탈은 나라마다, 또는 역사적 시기마다 다른 색채를 띠고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강대한 봉건영주가 당시 등장하고 있던 절대주의 왕정에 대항하면서 자기 세력과 경제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농민 공유지(共有地)를 강탈하고 내쫓아버림으로써 방대한 규모의 임금노동자를 만들어냈다(그 바탕에는 당시 양모(羊毛)매뉴팩처의 성장과 양모가격 상승이 봉건영주들의 경제적 탐욕을 자극했다는 점이 놓여있다). 또한 종교개혁과 함께 대규모의 교회소유토지가 약탈되고, 이 교회소유토지에 거주하던 주민은 임금노동자로 내몰렸다. 국유지의 사기적인 양도 또한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다.
남북한에서의 자본주의 발전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초에서 출발했다. 조선시대 말기에 이르러 이미 자체적으로 일정하게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맹아가 나타났지만, 주요한 변화는 일제식민지시대 이후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제에 의한 토지조사사업과 해방 이후 이루어진 토지개혁이다. 이 개혁으로 많은 농민이 토지로부터 쫓겨나 생계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으며, 일본자본가가 운영하는 공장에 임금노동자로 고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토지수탈은 본원적 축적의 주요한 기초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본원적 축적의 주요한 계기로서 우리는 국가권력의 폭력적 개입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농민으로부터의 토지수탈 자체가 국가권력에 의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땅을 빼앗긴 농민은 이제 아무런 생계수단이 없는 노동자가 되었지만, 이들을 자본의 노예로 종속시키기 위해서는 법적 강제가 필요했다. 갑작스럽게 자기 땅에서 쫓겨난 농민이 도시공업에 즉각 적응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걸식을 하거나, 도적이 되기도 하고, 부랑자가 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피의 입법”이 이루어졌다. 부랑생활을 하다가 체포되면 채찍질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혔으며, 낙인이 찍힌 채 쇠사슬에 묶여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생산수단을 박탈당해 부랑자가 된 농민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으로써 채찍과 낙인과 고문을 당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었던 반면,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제한이 가해졌다. 법정임금보다 더 많이 받은 노동자는 감옥에 보내졌다. 노동자의 단결은 중대한 범죄로 취급되었다. 국가권력에 의한 이와 같은 폭력을 통해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발전은 촉진되었다.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등장했다.”
본원적 축적과정에서 국가권력의 폭력적 역할은 남북한 자본주의 발전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토지조사사업을 기점으로 조선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만들어나갔던 일본제국주의 자본가계급은 조선을 강제점령하여 식민지화하고, 자본의 이해관계를 무력으로 관철시켰다. 해방 이후에도 사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38선 이남 지역을 점령했던 미국제국주의는 군사정부를 수립하고 한편으로는 급진 토지개혁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와 남조선노동당 등으로 표현된 혁명적 노동운동을 철저하게 파괴해나갔다. 일제가 남기고 도망간 공장들을 접수하여 자주관리를 실시하려던 전평의 시도는 미군정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대신 일본자본가의 재산은 미군정에 의해 접수 관리되고, 차후 친미인사들에게 넘겨지면서 신흥자본가들이 육성되어갔다. 사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많은 자본가들은 미군정과 결탁하여 일본제국주의가 패망하면서 남기고 간 공장들을 거의 공짜로 나눠받아 이른바 “적산불하(敵産拂下)” 최초의 자본을 형성했다. 그들은 자본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초로 투자한 자본조차 없이 성장한 완전한 도둑놈들이다. 38선 이북 지역에서는 소련제국주의의 지원 아래 권력을 장악한 김일성세력이 마찬가지로 급진 토지개혁을 실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제집산화 및 집단농장으로의 강제이주 등의 폭력적 방식으로 농민의 토지소유를 폐지함으로써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분리를 재촉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공히 노동자계급의 권리는 완전히 박탈되었으며, 자주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하게 짓밟혔다. 이로써 우리는 “자본--임금노동관계”의 창출이 광범한 소생산자를 생산수단으로부터 강제로 분리시키는 과정을 동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본원적 축적의 역사는 자본가의 근면과 절약이 아니라 “피로 얼룩지고 불로 타오르는 문자로 인류의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축적의 역사적 경향
자본의 본원적 축적은 곧 직접적 생산자에 대한 수탈의 과정과 다름없었다. 자영농민들 및 소경영 수공업에 종사하던 자영노동자들은 자기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자기 노동에 근거한 사적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 생산수단과 생산자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었다. 이들에 대한 폭력적 수탈이 자본가국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가해지고, 생산자로부터 생산수단이 박탈되었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임금노동자 즉 “프롤레타리아”가 되었다. 그리고 상품생산의 증대에 따라 소생산자들 사이의 경쟁에서 다수가 도태되고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됨으로써 현대자본주의의 토대가 마련되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들이 창출되었다. 지주가 땅을 팔아 공장주로 전화한 경우, 다른 소생산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자본가로 자라난 경우, 국가권력의 도움을 받아 강제적으로, 때로는 사기로 생산수단을 강탈해 자본가가 된 경우 등 자본가들이 등장한 방식은 다양했다. 동일한 것은 이 과정이 본질적으로 생산수단과 생산자의 분리를 동반했다는 점이다. 이제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소유가 발생하고, 확립된 것이다.
이 소유는 농민과 같은 소생산자의 사적소유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생산수단에 대한 배타적 사적소유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더이상 자기 노동에 기초한 사적소유가 아니라 타인의 노동 즉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임금노동자의 노동에 기초한 사적소유, 부르주아적 사적소유다. 자본가가 아무리 이윤의 원천을 그들 자신의 피땀어린 노동과 근검절약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노동자들이 파업대열을 이루고 일손을 멈추는 순간 자본가는 단지 노동자를 착취하며 빌붙어 먹고사는 파렴치한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된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자본가에게 단 한 푼의 이윤도 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애써 구입한 자재와 기계까지 노동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녹이 슬어가며 끊임없이 가치가 마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노동자에 대한 수탈은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로까지 나아간다. 소수의 대자본가가 다수의 소자본가를 몰락시키며, 자본의 집중이 심화된다. 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로 발전한다. 자본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독점이 발전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억압과 빈곤은 더욱 증대하지만, 동시에 자본에 의해 노동자계급은 대규모로 결집되고, 조직되며, 훈련된다. 이에 따라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도 증대한다.
그런데 자본의 독점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자본주의 생산양식 자체의 모순은 심화된다. 자본주의가 발전시킨 분업에 기초한 협업의 증대와 더불어, 토지와 생산수단은 노동자들에 의해 공동으로 점유되고 사용된다. 기계제생산이 발전할수록 생산은 노동자의 공동노동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노동의 사회적 성격은 나날이 강해진다. 그러나 생산수단과 노동지휘권이 자본가에 의해 장악되고, 그것이 오직 자본가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은 끊임없이 노동 자체의 사회적 성격과 충돌한다. 자본가의 사적 이익은 항상 생산을 무정부상태로 몰아넣고, 불필요한 낭비와 공황과 노동자계급의 빈곤과 불안정을 낳음으로써 생산력을 파괴한다. 이를 통해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역사적 역할이 이미 오래 전에 반동적인 것으로 전화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봉건제 해체기, 자본주의 생성기에 토지소유문제가 혁명의 근본문제로 제기되었듯이, 자본가들의 역할이 이미 반동적인 것으로 전화한 지금은 자본가들이 장악하고 있는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문제가 모든 운동의 근본문제로 전면에 제기된다.
이제 생산수단은 그것이 노동자에 의해 공동으로 점유 사용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에 의해 사회적 공동소유로 전환되어야 한다. 생산은 노동자의 공동계획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집단적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가 자기 노동의 일부를 자본가에게 공짜로 바쳐 그들 자본가가 이득을 챙기고, 노동자는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종속되는 부당한 현실은 타파되어야 한다. 생산하는 노동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동하지 않은 채 노동자에게 빌붙어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착취자들, 놀고먹는 기생분자들은 일하도록 강제되어야 한다. 노동자는 이들에게 “무노동무임금”을 강요해야 한다!
모든 생산수단을 사회적 공동소유로 전환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해체시켰던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본원적 결합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와는 다른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대의 성과물인 집단적 협업과 토지 및 생산수단의 공동점유를 기초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노동자들은 공동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그 결과 사회 전체를 발전시킬 것이며, 타인의 노동을 착취하여 먹고사는 흡혈귀 자본가들은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질서의 건설만이 현대자본주의가 보여주고 있는 만성적인 정체와 퇴행경향을 그 뿌리로부터 제거할 것이고, 국민의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계급을 지긋지긋한 착취와 빈곤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사회로 전진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수탈자가 수탈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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