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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자본의 생산과정 : 잉여가치의 생산과 착취
(2)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상대적 잉여가치의 개념
자본가들은 노동일을 연장함으로써 노동자에 대한 착취도의 절대적 크기를 증가시켜왔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투쟁에 의해 노동일은 유동적이면서 동시에 일정 시기에는 일정하게 고정되는 경향을 갖는다. 특히 노동자계급의 투쟁력이 강할수록 노동일은 더욱 줄어들고, 자본가는 마음대로 노동일을 연장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윤의 화신인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뽑아내는 자신의 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절대적으로 연장함으로써 착취도의 절대적 증가를 꾀할 수 없는 경우 즉, 노동일의 길이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 자본가는 “상대적 잉여가치”를 추구한다. 그것은 전체 노동일 중 필요노동부분을 축소시킴으로써 잉여노동부분을 확대하는 것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경우 노동자가 자기 생계를 위해 일하는 부분, 임금으로 지급되는 부분인 필요노동시간이 줄어든다. 반대로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해 일하는 부분, 공짜로 착취당하는 부분인 잉여노동시간은 상대적으로 더욱 늘어난다.
예를 들어 자본가는 이윤을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가 혹사당하는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노동일을 9시간, 10시간, 11시간 등으로 연장하려 한다. 그러나 자본가의 이런 시도는 노동자의 저항과 투쟁에 부딪히고, 노동일을 단축하기 위한 투쟁이 성공을 거두게 되어 노동일은 1일 8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러자 자본가는 이제 착취도의 상대적 크기를 늘리려 한다(물론 대부분의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는 잔업 철야 등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8시간 노동제는 명목에 지나지 않는다).
즉 과거에는 8시간 노동일 중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되는 부분이 4시간, 자본가가 착취하는 부분이 나머지 4시간이었다고 한다면, 자본가는 이제 노동강도를 증가시켜 동일한 시간에 노동자를 더욱 혹사시킴으로써 착취를 증대시킨다. 마치 쉬지 않고 일하는 5시간 노동이 보통의 사회적 평균노동에 비하면 8시간에 해당되듯이, 노동강도는 증가하는데 반해 임금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 노동자는 증가된 노동강도에서 3시간 만에 임금에 해당되는 노동을 수행한다. 그러면 8시간 중 나머지 5시간 노동이 고스란히 자본가의 이윤이 된다. 즉 자본가의 이윤은 4시간 분에서 5시간 분으로 늘어난다. 노동자는 자기를 위한 노동시간을 자본가를 위한 노동시간으로 빼앗기게 된다. 노동자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노동한 시간에 해당되었던 4 노동시간 중 한 시간을 자본가를 위한 노동시간으로 더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노동력가치를 하락시키고자 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가 자기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노동력을 재충전하는데 필요한 생활비용을 더 하락시키고자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가가 자신의 상품을 더 싸게 만들어야만 한다. 상품을 더 싸게 만드는 일은 노동생산력을 증대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노동생산력을 증가시키면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보다 적은 양의 노동으로 보다 많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의 명목상 크기를 줄이지 않고서도 사실상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부분을 축소시키고 자기가 착취해가는 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나날이 노동자에 대한 착취도는 증가한다. 이것을 자본가들은 “노동생산성 증대”라고 표현한다. 이제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시간은 극히 적어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본가라는 현대판 노예주를 위해 강제노동에 얽매여야 하는 더욱 열악한 임금노예의 처지로 떨어진다.
그런데 노동생산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노동과정의 온갖 기술적 사회적 조건 즉 생산방식 자체를 변혁시켜야 한다. 자본가사회에서 일어나는 생산조건의 발전 수공업적 도구의 자동기계로의 발전, 단순한 협업에서 분업에 기초한 협업으로의 발전, 더 나아가 기계제대공장에 이르기까지 생산방식의 발전 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의해 노동일이 제한되는 상황에 대한 자본가의 계급적 대응이며, 자본가의 계급투쟁의 한 형태다. 이하에서는 이와 같은 자본가의 대응방법으로서 협업, 매뉴팩처, 기계제대공업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이 발전과정이 단지 생산의 기술적 형태의 변천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 적대관계의 심화과정이라는 점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발전과정이 동시에 노동자계급 해방의 물질적 조건을 창출하고 성숙시켜나간다는 점 또한 증명될 것이다.
협업
자본주의적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은 곧 화폐소유자가 자본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화폐소유자 자신이 직접 노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일정한 자본 크기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즉 그것은 상당수의 노동자들을 동시에 한 곳에 모아놓고 일을 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 이것은 또한 생산 자체가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개인적으로 분할된 노동형태에 비해 생산수단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즉 집단적 공동노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자본가는 상품을 더 싸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며, 노동자의 필요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자신을 위한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협업이란 “동일한 하나의 생산과정에서 또는 서로 같지는 않지만 관련이 있는 몇몇 생산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계획적으로 함께 협력하여 일하는 노동형태”다. 여기서는 아직 노동자들 사이의 분업은 발전하지 않았으며, 동일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단지 한 곳에 모여 집단적으로 일을 할 뿐이다. 과거에 수로 등의 관개시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 작업시켰던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를 통해서도 생산력은 개별적 노동의 수준을 뛰어넘게 되고 새로운 집단적 생산력이 창조된다. 공동의 집단노동을 통해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심과 활력이 생겨나며, 이것은 혼자서 노동을 하는 경우보다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즉 동일한 노동시간에 보다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게 한다. 예를 들어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거나 운반하는 데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여럿이 공동으로 일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작업도구의 공동이용이나 원료의 대량구입을 통해 개별적인 노동보다 더 커다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한편 자본에 종속된 노동으로서 협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조건으로서 자본에 의한 지휘가 필요하다. “바이올린 독주자는 자기가 직접 지휘자가 되지만 교향악단은 지휘자를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혼자서 개별적으로 노동을 할 때에는 별도의 지휘가 필요없지만 다수의 노동자가 공동작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휘가 요구된다. 물론 모든 사회적 공동노동은 많거나 적거나 간에 일정한 지휘를 필요로 하지만,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사회에서는 이 지휘의 성격이 변한다. 즉 그것은 단지 노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동노동을 관리하는 지휘자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본의 자기증식, 최대의 잉여가치생산, 최대한의 노동력착취를 목적으로 하게 된다. 자본주의 발전의 초기나 작업장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자본가가 직접 생산과정을 지휘하지만, 자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제는 산업장교(공장장)와 산업하사관(관리자)이 자본의 대리인으로서 지휘하게 된다. 물론 그럴 경우에도 총지휘자는 자본가다.
단순한 형태의 협업은 노동자들 사이의 분업과 기계가 중요한 역할을 못하는 부분에서 항상 등장하며,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기본형태로서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단순 협업만으로는 노동자로부터 더 많은 잉여가치를 짜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본가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업을 발전시킴으로써 노동생산력을 더 고도화시키려 한다.
분업과 매뉴팩처
매뉴팩처 생산방식은 “분업에 기초한 협업”이라고 간단하게 정의된다. 앞서 살펴본 협업 즉, 집단적 공동노동의 낮은 단계 또는 매뉴팩처적 생산의 전단계로서 일반적 협업에서는 같은 일이나 관련이 있는 생산과정에 함께 종사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업이 발전해 있지 않았다. 즉 똑같은 기능을 가진 노동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뉴팩처 시기에는 단일한 생산과정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업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매뉴팩처 생산방식이 지배적이었던 자본주의 초기단계의 대표적 정치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는 핀 제조공정을 예로 들어 매뉴팩처 생산방식을 설명했다. 그 이전에는 핀을 만드는 과정 전체가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핀의 재료가 되는 철사를 알맞은 굵기로 가느다랗게 뽑아내고, 용도에 맞는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끝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한쪽 끝에 핀 머리를 만들고, 알맞은 개수를 모아 포장하는 등의 일이 오직 한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졌으며, 한 작업장 안에 여러 명이 모여 각자가 이 과정을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매뉴팩처 단계에 와서는 이 일련의 공정이 여러 노동자 사이에 분할되었다. 이제 한 사람은 철사를 가느다랗게 뽑아내는 일만을 한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그 다음 사람은 한쪽 끝을 뾰족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또다른 사람이 한쪽 끝에 머리를 만들고 마지막 사람이 완성된 핀을 포장한다.
이에 따라 하나의 생산과정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진 생산물은 개인의 생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동의 생산물로 전환된다. 즉 한 명의 수공업자가 작업의 최초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부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과정의 각 부분이 노동에 참가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체계적으로 분할되고, 생산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 분할은 더욱 심화되어 결국 다수 노동자의 공동작업이 아니고서는 하나의 상품이 완성되어 나올 수 없는 체계로 발전했다. 매뉴팩처의 전단계 또는 매뉴팩처적 분업이 도입되지 않은 생산부분에서는 개별 수공업노동자가 생산과정 전체를 담당하고, 따라서 그는 생산과정의 결과물에 대해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뉴팩처적인, 분업에 기초한 협업단계에 이르러서는 모든 생산물이 다수 노동자의 공동노동을 통해서만 창출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생산과정의 결과물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 되었다. 즉 노동의 사회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분업에 기초한 협업이라는 특징을 가진 매뉴팩처 생산방식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의 결과가 생겨났다. 한편으로는 단순 협업과 비교하여 더욱 우월한 생산력 증대가 이루어졌다. 세밀한 작업부분으로 분할된 노동자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부분에서 똑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여러 작업을 전부 해야 했던 시기에 비해 그 작업에 훨씬 더 능숙하게 되고, 자기가 맡은 부분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노동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즉 노동분업을 진척시킴으로써 자본가는 “상대적 잉여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동생산력을 높이고 노동자가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적을 이룬 것이다. 그 결과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업의 발전은 노동자를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시키고, 그 일에 평생 붙들려 있게 함으로써 노동자의 생산능력의 일면성을 심화시켰다. 노동자는 이제 아주 편협한 한 가지 기능에 평생 종사해야만 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즉, 노동자를 분할된 작업부분에 붙들어매놓고 그의 노동능력을 파편화시킨다는 점에서 매뉴팩처적 분업은 분업 자체는 다양한 사회구성체에 속하지만 자본주의의 창조물이다.
일반적 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매뉴팩처적 협업 역시 자본가에 의해 지휘된다. 그 지휘의 목적 또한 자본가의 돈벌이, 노동자에 대한 착취강화다. 매뉴팩처적 분업이 발달함에 따라 자본가의 지휘는 더욱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매뉴팩처 작업장 내에서의 분업과 전체 사회 내에서의 분업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전체 사회 내에서의 분업은 농업과 공업에서의 분업, 산업부문 사이의 분업 그리고 각 산업부문 내부에서 각 공장 사이의 분업을 모두 포괄하는 분업이다). 즉 자본가의 지휘가 진행되고 있는 매뉴팩처 내에서는 생산과정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전체적인 사회적 분업에서는 여전히 매뉴팩처 자본가들 사이의 무정부성이 지배적이었다. 예를 들어 개별공장에서 한 달에 몇 개의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사회적 수요를 초과하는 양의 제품이 동일업종 자본가들에 의해 생산되거나, 반대로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만이 생산되거나 하는 무계획성(무정부성)이 관철되었다.
매뉴팩처의 발달은 노동자에게 다음과 같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첫째, 매뉴팩처 시기 이전의 노동자는 어떤 생산물을 혼자서 생산할 수 있는 장인적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기회만 부여되면 공장 문을 박차고 나가 독립 수공업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자본주의적 분업의 발전과 함께 “부분”노동자가 된 후에는, 노동자의 개별적 노동력은 자본가에게 판매되어 공동의 작업과정에 종속되지 않는 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것으로 전환되었다. 핀 머리만을 만드는데 숙련된 노동자는 결코 핀 전체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본가에게 고용된 이후에야 핀을 제조하는 집단노동자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며 핀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둘째, 그 결과 노동자의 노동능력에서의 불구화, 파편화, 개별적 빈약화가 심화되었다. 매뉴팩처적인 분업이 발전하고 정착하면 할수록 노동자는 단지 한두 가지 정도의 작업능력만을 갖게 되고, 작업과정 전반을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갔다. 노동자는 노동력의 파편화에 의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고 생산과정 전체를 지휘하는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그의 통제와 종속에 묶인 채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부분노동자의 노동을 조정하고 하나로 통합시키는 기능은 자본가가 수행하게 되었다. 즉 매뉴팩처적인 분업의 발전은 과거에 비해 노동생산력을 더욱 발전시켰지만, 이 발전은 노동자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를 강화시켜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만 해도 여전히 작업의 기초는 수공업이었다. 여기서는 개별노동자의 힘, 숙련도, 속도, 정확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공업 작업방식에 익숙한 숙련공들은 작업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과 기능에 의존하여 노동과정의 속도나 방식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자본가는 아직까지 이들을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여 애를 먹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자본가의 지배가 확고하게 정착하지 못했으며, 노동자를 자본가에게 완전히 복종시키는 자본주의적 규율은 덜 발전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가는 이와 같은 숙련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자본축적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숙련노동자들이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물질적 근거인 수공업 생산방식을 폐기하고자 했다. 동시에 자본가는 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생산함으로써 필요노동부분을 축소하고 잉여노동을 늘려 이윤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과정을 개량하고자 했다. 여기서 자본가가 채택한 무기는 상품생산과정에 대규모로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기계와 대공업
생산과정에 기계가 광범하게 도입됨에 따라 과거의 낡은 수공업 생산은 나날이 몰락해갔다. 수공업자들은 기계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자본가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파산했으며, 순식간에 임금노동자의 처지로 내몰렸다. 또한 수공업 생산의 영향력 하에 있던 숙련노동자 역시 자본주의 기계제대공업이 강요하는 노동자의 평준화경향 앞에서 점차 무기력한 처지로 전락해갔다. 기계의 도입에 따라 이제 노동자가 망치, 쇠톱 등의 도구를 이용해 수행하던 작업은 기계의 작업이 되고, 노동자는 단지 옆에서 기계의 작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본가는 기계의 대규모 사용에 의해 상품을 훨씬 싼 값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자의 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반대로 자본가는 기계를 이용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필요노동부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본가를 위한 잉여노동부분을 증대시켜 노동자에 대한 착취도를 늘려가게 되었다. 즉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이용되는 기계는 직접 일하는 노동자와 전체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착취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다. 물론 기계 그 자체는 결코 노동자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본가의 소유가 되어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즉,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용될 때에는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쥐어짜내는 자본가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한편 기계제대공업의 발전은 사회의 노동생산력을 급속도로 고양시켰다. 과거의 매뉴팩처 내부에서는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분할되어 하나의 순서를 이루며 수행되던 전체 작업과정이 기계제생산의 경우에는 여러 도구의 결합으로 움직이는 한 대의 작업기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핀 제조업의 경우 과거에는 여러 노동자가 각자 자신의 도구를 이용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부분의 일을 수행함으로써 생산이 이루어졌지만, 간단하게 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동기계가 만들어짐에 따라 과거와 같은 다수 노동자의 분업은 불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가령 6~7명의 노동자가 일련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내던 핀은 이제 한 사람의 노동자가 기계를 작동시킴으로써 한 순간에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이제는 핀을 만들기 위해 끝을 날카롭게 다듬거나 핀 머리를 만드는 등의 일정한 숙련기술이 없어도 단순히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만 있다면 노동이 가능해졌다. 이제 동일한 시간에 월등히 많은 양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기계제대공업의 발전은 이제 매뉴팩처 방식으로 기계를 만드는 것과는 조응할 수 없게 되었다. 상품생산에 필요한 기계 역시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해야만 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거대한 기계를 만들고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고 또한 인간이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동력기를 필요로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 필요는 충족되었다. 그 결과 상품생산은 과거의 보잘것없는 수공업 생산방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으며, 대공업은 “자신의 발로” 서게 되었다.
기계제대공업이 발전하고 정착함에 따라, 이미 매뉴팩처 시기부터 진행된 노동의 사회화는 더욱 급격하게 진전되었으며,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 작업장에는 더욱더 많은 노동자들이 집결하게 되었고, 공장의 거대한 기계를 작동시켜 연관된 노동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공장에 모인 노동자들의 공동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 시기에 이르면 이제 노동자가 단지 한 장소에 모여 노동하는데서 발생하는 이득 때문만이 아니라, 대규모 기계라는 노동수단 자체의 성격에 의해 노동과정의 협동적 성격이 강제되고 있다.
기계제대공업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
(가) 여성과 아동의 노동자화 및 자본에의 종속
기계제대공업이 정착하기 전까지 노동은 주로 남성노동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매뉴팩처 시기까지만 해도 여전히 노동은 일정한 기술을 가진 숙련공들의 일이었고, 원자재와 무거운 망치 등의 도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기계가 대신 해주게 됨에 따라 노동은 큰 근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수공업 작업의 여러 과정이 하나의 기계에 의해 단순하게 결합되었으며, 기계가 인간 대신 정밀하게 제품을 가공하므로 대부분의 노동자는 단지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능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누구든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바로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집안일이나 농업에 종사하던 여성들 그리고 한참 뛰어놀 나이의 아동들이 공장이나 광산 등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남성노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모두가 자본가에게 종속되는 상황이 되었다. 여성과 어린아이들은 의류, 신발 제조, 전자부품 제조 등 경공업 및 전자산업에 고용되어 낮은 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 나이 때부터 장시간 고된 노동에 아이들을 혹사시키자 이들은 일찍 죽거나 금방 쇠약해져 이후에는 충분한 노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얼마 지난 후 자본가는 쓸만한 노동력을 가진 노동자를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오히려 자본가의 이윤욕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가 자신이 아동에 대한 착취를 유보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자본가의 착취욕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아동노동자의 고용과 착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계제대공업에 기반하여 생산하는 선진자본주의 나라들과 경쟁해야만 하거나 노동자의 힘이 극히 미약한 조건에서 상품생산을 수행하는 후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아동에 대한 착취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인도와 같은 그런 나라들에서 10대 초중반의 “노동운동가”를 보기도 한다.
기계가 발전하면 할수록 과거의 수공업 작업에 종사하던 숙련노동자는 더욱더 무기력한 처지가 되어갔다. 숙련공의 자리는 여성과 아동을 고용하는 자본가의 위협에 의해 갈수록 위태롭게 되고, 실제로 자본가에 대한 숙련공의 저항이 발생할 때마다 자본가는 그들을 간단하게 해고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자본가는 기존 남성노동자 외에 새로운 여성노동자와 아동노동자를 광범하게 고용하고 이들에게는 대단히 저열한 수준의 임금만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전체의 경제적 투쟁을 압박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 여성 및 아동노동자가 등장했던 초기에 이들은 성인 남성노동자보다 조직화가 덜 발전했고 저항의식이 강하지 못해 자본가가 싼 값으로 부려먹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수공업 생산을 몰아내며 기계제대공장이 대거 들어섬으로써 노동자계급은 더욱 대규모화되고 확산되었다. 노동자들이 자본가계급에 대항하는 집단적 힘을 가진 강력한 계급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나) 노동일의 연장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기계를 광범하게 도입하고 더욱 개량시키고자 하지만, 그것이 또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계를 무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즉 동일한 종류의 기계가 더 싼 값에 만들어지거나 더 우수한 성능의 기계가 출현하면, 기존 기계는 자기 기능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이 “무형의 마모의 위험” 때문에 자본가는 될 수 있는 대로 기계가 갖고 있는 효용을 빨리 사용해버리려고 한다.
따라서 자본가는 기계가 잠시도 쉴 틈 없이 돌아가게 했다. 이것은 곧 노동시간의 연장을 뜻했다. 기계는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의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노동자가 그 기계를 작동하고 관리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기계를 쉴 틈 없이 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곧 노동자로 하여금 쉴 틈 없이 일하게 한다는 것이며,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은 곧 노동자가 일해야 하는 시간을 늘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물론 이와 같은 노동일 연장의 성과물은 고스란히 자본가의 돈주머니로 들어간다. 기계제 생산의 도입에 의한 노동생산력 발전은 노동자계급에 의해 올바르게 이용된다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자본가사회에서의 기계사용 또는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은 거꾸로 노동일을 늘리고 착취를 강화하며 자본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다) 노동강도의 증대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자본가의 지배가 강화되어가는 것과 나란히 노동운동 역시 발전했다. 노동자의 투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자신의 일상적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단결체를 조직함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과 최장 노동시간 제한 요구를 자본가국가에 강제함으로써,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자본가는 이제 노골적인 노동일 연장 대신 노동일의 상대적 연장 즉,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잉여가치 확대를 추구했다.
이와 같은 자본가의 탐욕은 기계제 생산방식이 대규모로 도입됨에 따라 더욱 손쉽게 실현되었다. 매뉴팩처 시기까지만 해도 여전히 기계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사용되었다. 노동자의 수작업이 절대우세를 차지했다. 거기서는 노동수단이 직접 일을 하는 노동자의 손안에 있었기 때문에 작업속도나 작업량을 노동자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기계 도입과 함께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은 자본가의 손아귀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리고 자본가는 이 통제권을 이용하여 고정된 노동일 안에서 노동강도를 높임으로써 이윤을 보장받으려 했다. 즉 자본가는 기계의 속도를 높여 이전에는 노동자가 한 시간에 100개의 제품을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같은 시간에 120, 130개의 제품을 만들어내게 하고, 한 노동자가 담당해야 할 기계의 수를 늘리거나 또는 한 노동자의 작업 종류를 늘리며 노동을 더욱 높은 강도로 수행하게끔 했다.
기계의 발전은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작업을 쉽게 하고 노동자의 노고를 덜어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은 단지 노동자에 대한 착취도를 높이고 노동자를 더욱 고통스러운 노동의 굴레에 붙들어매놓는 수단이 될 뿐이다.
공장
(가) 노동의 평준화
이제 기계제대공업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장 내부로 들어가보자. 공장 안에는 여러 대의 기계가 나란히 놓여 있고, 생산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다. 각각의 기계 앞에는 노동자가 서 있고 이들은 자본가의 계획과 명령에 따라 기계를 작동시키며 공동으로 상품생산을 진행한다. 기계제생산에서는 작업 자체가 자동화,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이제 노동자들 사이의 기술적 차이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노동자는 기계 작동에 필요한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 되고, 한 사람의 노동은 다른 사람의 노동과 쉽게 교체된다. 단순 협업이나 매뉴팩처적 생산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도구를 이용하여 일했기 때문에, 생산과정이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데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숙련노동자와 미숙련노동자가 생산한 제품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격차가 컸다. 그것은 노동자계급 내에서 숙련공과 미숙련공의 지위 격차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동기계는 이 차이를 거의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노동은 큰 질적 차이를 갖지 않는 노동으로서 균등화되었다.
(나) 노동자의 부품화
매뉴팩처 또는 수공업 작업에서는 도구가 노동자에 의해 사용되고 노동자가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노동수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기계에 봉사하고 노동수단의 작동에 노동자가 따라가야 한다. 노동자는 정해진 작업시간에 따라 일을 해야만 하고, 기계는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작동되어야만 한다. 과거에는 도구가 노동자의 작업에 종속되는 부속물이었다면, 이제는 노동자가 작업의 도구로서 기계의 부속물이 되고 기계의 작동에 종속된다. 작업물량이 정해지고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노동자는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속도에 맞추어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 한다. 한 번만 실수하더라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는 자본가의 감시의 눈초리와 극도의 긴장 속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노동자는 기계와 함께 돌아가는 하나의 부품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상품생산과정에서는 노동에 대한 지휘가 자본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는 아무리 일이 힘들고 졸립더라도 생산라인을 자의적으로 멈출 수 없다.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것은 전적으로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한 것이므로 생산 중에 노동자가 기계를 멈추는 것은 곧 자본가의 지배와 착취에 대한 저항이자 투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자가 자본가의 지휘를 거부하고 기계를 멈추며 파업을 일으키면 자본가는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투쟁하는 노동자대열을 짓밟으려 한다. 또한 지나친 노동강도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를 줄이려 하면 자본가는 자신의 신성한 “경영권” 즉 착취권을 침범하려 한다고 당장 해고시켜버린다.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숨돌릴 여유를 갖는다 싶으면 자본가는 여지없이 기계의 작동속도를 높여간다.
따라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는 것은 곧 자본가의 무자비한 착취욕에 재갈을 물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중지권의 획득은 오랜 기간의 지속적인 계급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또한 계급적 단결과 투쟁의 힘에 의해서만 그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다) 노동자의 피폐화
생산수단을 절약하여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 하는 자본가의 시도는 공장제도에서 더욱더 대규모로 나타난다. 자본가에게는 노동자의 생활조건, 건강, 생명보다는 기계를 잘 손질하고 아끼며 고장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자본가는 기계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며 무척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위험한 요소들, 예를 들어 산업재해를 낳을 수 있는 위험한 기계나 유독성 화학약품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조직적으로 강탈한다. 자본가는 산업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설치를 일종의 낭비로 간주하고, 노동자가 위험한 조건에서 노동을 강행하도록 강요한다. 보호시설을 설치해놓은 경우에도 그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작동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산업재해의 책임은 전부 “노동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린다. 그 결과 노동자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고 각종 직업병과 산업재해에 시달리며 약체화된다. 심지어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일조차 빈발하고 있다.
노동자와 기계의 투쟁
일반적으로 기계의 발전은 어떤 유용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과거에는 인간이 직접 해야 했던 많은 일을 덜어줌으로써 노동의 고단함을 줄여준다. 그러나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는 기계는 오직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자본가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기계를 이용한 상품생산은 상품가격을 저렴하게 만든다. 더 적은 노동시간으로 더 많은 상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가는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자의 노동력가치를 떨어뜨린다. 즉 노동자의 생계비용을 더 싸게 하여 임금으로 지불되는 부분을 줄이고,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 잉여노동을 확대한다. 또한 이제 기계의 사용으로 불필요해진 노동자를 해고하여 임금지출을 대폭 줄여나간다. 요컨대 자본가사회에서 기계는 이윤축적, 노동자착취를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된다.
자본주의적 기계사용에 의해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졌다. 기존 수공업노동자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 차지하고, 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내쫓겼다. 처음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참하게 만드는 범인이 기계라고 여겼다. 자동화된 기계 때문에 기존 숙련기술이 무용지물이 되고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자본가의 공격에 저항했다. 물론 “자본가와 임금노동자 사이의 투쟁은 자본관계 그 자체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었고 매뉴팩처 시기를 거쳐 계속 이어져 왔지만, 생산과정에 대규모 기계가 도입되는 순간 노동자는 생산수단의 특정한 형태(기계)에 대하여 저항하기 시작했다. 즉 기계제대공업이 발전하던 최초 시기에는 노동자들이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과 기계 자체를 구별하지 않은 채 기계를 대상으로 그것을 망가뜨리고 공장에 불을 지르는 식의 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를 고통스런 처지로 내모는 원인은 기계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라는 것, 따라서 기계가 아니라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과 자본가질서 전체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투쟁의 경험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기계파괴운동이 하나의 운동으로서 광범하게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직된 노동운동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기 또는 아직 노동운동이 발전하지 않은 곳에서는 기계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대감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투쟁의 대상이 기계가 아니라 자본가계급이라는 것, 자본가사회 자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다루는 도구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거칠게 다루며, 기계를 잘 유지 보수하는데 별 관심이 없다. 때로는 사장과 관리자의 횡포에 반발하여 공장에 불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조직된 곳에서는 이제 단순히 기계에 맞서 투쟁하지는 않으며, 자본가계급이 투쟁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에 대항하는 계급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만약 노동자가 생산수단 모두를 접수하여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 기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기계는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기계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공동재산을 자기 것처럼 아끼고 잘 다루게 될 것이다.
한편 자본가는 노동자의 저항과 항의, 투쟁에 직면하게 된 이후 더욱더 기계의 개량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들은 최신자동화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자신에게 저항하는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고, 그 자리를 기계로 채우고 있다. 자동기계의 발전에 따라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 반면, 공장에 남아있는 노동자는 과거보다 더 고되게 일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10,0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던 공장에서 4,000명의 노동자가 감원대상으로 해고당하면 이제 6,000명의 노동자가 10,000명이 하던 일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노동시간이 연장되고 작업강도가 높아진다. 자본가에게 새로운 기계의 도입은 한마디로 노동자를 공격하는 무기다.
따라서 노동자의 투쟁목표는 오직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해서만 기계를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자본가 지배체제, 자본가사회 자체를 분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계 자체가 노동자의 과거의 잉여노동을 갈취하여 만들어진 것인 이상 노동자의 공동재산으로 장악하여 노동자의 해방된 세상을 세워나갈 강력한 무기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계제대공업의 결과
(가) 기계에 의해 쫓겨나는 노동자
기계제대공업에 의한 생산력 증대에 따라 자본가는 노동자들 중 더욱 큰 부분을 비생산적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생산적 산업부문에서 내쫓긴 노동자는 실업자가 되거나 아니면 비생산적 산업부문 즉 상업이나 일부 서비스업부문으로 이동했다. 이 경향은 기계제대공업 생산방식이 발전하기 시작한 단계나 그 이후에나 일관되게 나타나는 모습인데, 가령 기계제대공업의 초기까지도 과거의 가내노예가 하인, 하녀, 종복과 같은 “하인계급”의 이름으로 대량 재생산되었다.
물론 근래에는 이런 일이 “하인계급의 이름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본질에서는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직업적인 가정부들이 일을 해왔고, 이사대행업체나 전문적인 청소대행업체도 나타났으며, 심부름센터는 과거의 종복이 자본주의적 형태로 재현된 것이다. 근래에는 각종 행사장에 “도우미”라는 이름의 자본주의적 하녀가 등장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본가사회의 경제학적 변호인들이 주장하듯이 노동자계급이 분해되어 성격이 변하고 있다거나,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사회의 더욱더 많은 부분이 자본에 의해 장악되고 자본주의적 이윤을 위한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상 형태가 어떻든 노동자계급의 수와 사회적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기계에 의해 쫓겨나는 노동자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현재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령 자본가는 최신자동기계를 도입함으로써 10,000명 규모의 공장인원을 5,0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 5,000명을 실업자로 만드는데, 이것은 10,000명의 노동자가 그대로 일한다면 현재의 노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자본가는 노동자의 편의와 사회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윤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자본가들을 축출하는데 성공하며, 생산과정을 스스로 지배할 수 있게 되면 이와 같은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즉각 실현될 것이다.
(나) 노동자계급의 생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자본주의 생산과정은 팽창기 - 호황기 - 공황기 - 회복기 - 팽창기 ··· 로 이어지는 산업순환의 여러 국면을 거치며 진행된다. 각각의 산업부문은 대규모의 발전된 기계설비 도입이나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의해 돌발적으로 확장되고, 급격하게 수축되기도 하며, 한 순간에 마비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기계도입과 자본규모가 대규모화되면 될수록 돌발적인 확장과 수축의 파장은 커진다. 이로부터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산업의 팽창 및 수축이 급격하게 일어남에 따라 우선 많은 수의 노동자가 취업의 불규칙성에 시달린다. 한 순간의 호황에 의해 대거 고용이 이루어지고 일시적으로 번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한 순간 산업활동은 중단되고 공황이 발생하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게 된다. 이제 노동자에게 생활의 불안정성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원칙이 되었다. 자본가사회 내에서 노동자의 안정된 생활은 불가능해졌다.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 들수록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나날이 격화된다. 자본가는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이용하여 임금을 더욱 낮은 수준으로 깎아내리려 하며, 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 고용되기 위해 공장 밖에 대기하고 있는 노동자의 대열이 길어지면 질수록 자본가는 더욱 노골적인 착취의 채찍을 휘두른다. 노동자는 해고위협에 시달리며 눈치만 보는 처지에 빠진다.
(다) 매뉴팩처적 분업의 기술적 폐기
매뉴팩처적 분업의 기술적 조건인 수공업 생산은 기계제대공업에 이르러 폐기되기 시작한다. 매뉴팩처 생산방식에서는 각각의 노동자가 분할되어 있는 자기 노동부문에서 그 작업에 적합한 도구를 이용하여 분업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수공업적 부분노동에 점차 고착화되고, 세대를 이어가며 그 일이 전수되고 평생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기계제대공업이 정착한 공장에서는 수공업적으로 분할된 노동부문들이 하나의 기계로 통합되고, 노동자는 비교적 단순한 기술만으로도 작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평생 한 종류의 작업만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필요나 관심에 따라 자유롭게 일을 바꿀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을 확보한 것이다. 단지 하루 이틀 정도의 기본교육을 받으면 노동자는 쉽게 섬유산업에서 자동차산업으로, 한 부서에서 다른 한 부서로 이동하며 일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노동능력을 파편화 불구화시키는 자본주의적 분업 즉 분업의 자본주의적 이용은 기계제대공업 단계에 이르러 또한번 재생산되는데, 이번에는 더욱 기괴하고 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대규모 기계에 의존한 생산과정은 그 자신의 본성에 따라 노동을 갈수록 평준화시키며, 고도의 숙련기술이 없더라도 일정한 훈련을 거쳐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고 성숙시킨다. 그러나 자본가는 노동자를 기계의 한 부속물로 전락시키고 종속시킴으로써 노동능력의 파편화를 영구히 지속시키고자 한다. 또한 노동자가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직업교육과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자본가는 이와 같은 교육 및 재교육 비용을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능력을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파편적인 작업부문에 평생 종속된다. 용접공은 어디로 가든 용접공이고 볼트만 조이던 노동자는 자나깨나 볼트만 조인다. 이것은 분업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생산력 발전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이윤을 위한 착취수단으로만 이용된다는 자본주의 생산방식 자체의 모순에 기인한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쥐면 우선 스스로 자신을 재교육시킬 수 있는 교육기관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모든 노동자가 획득하도록 기회를 보장할 것이다. 노동자를 평생 한 가지 일에만 묶어둠으로써 이윤을 얻는 자본가의 지배가 타도된 이후에는 모든 노동자가 자기의 관심과 취향,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노동능력을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더이상 노동을 고통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괴로운 일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노동에서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라) 모순의 심화
자본주의적으로 운영되는 기계제대공업은 두 가지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다. 즉 한편으로는 노동자를 대규모 기계의 단순한 부속물로 종속시키고 노동자를 파편화, 불구화시키며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 무력한 처지로 전락시킴으로써 노동자의 전면적인 발전을 완전히 제약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기계의 자동화가 진척되고 산업부문간 연관이 심화되어가며 또한 생산과정에 현대과학기술의 최신 성과물이 도입되면서 자본주의 생산과정은 이 고도한 생산과정에 적응할 수 있는 다방면으로 발전한 노동자를 요구하게 된다.
각 산업부문에 더 많은 기계가 도입되면 될수록 더 많은 노동자가 안정된 직장이 없는 유동인구로 떠돌게 된다. 자본가는 이들을 이용하여 호황기의 생산 확장에 필요한 인원으로 투입하거나, 또는 기존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저항하는 경우 그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여 생산을 지속시킨다. 그런데 노동자가 공장에 취업하여 바로 일을 할 수 있으려면 그들이 공장노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직업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공업학교나 상업학교 또는 다른 종류의 전문적 직업학교가 세워졌다. 이것은 기계제대공업의 발전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제는 공장의 기계 자체가 첨단전자장비와 결합하게 되고, 이러한 기계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최신기술을 습득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처럼 생산과정의 자동화가 진척되면서 기존의 단순작업에 익숙해있던 노동자는 생산과정의 새로운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다. 더욱 발전한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한 자본가는 새로운 생산과정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게 되고, 그 결과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달라!”는 노동자의 요구가, 다른 한쪽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자본가의 아우성이 뒤섞이는 기괴한 현상이 발생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성과가 생산과정으로 도입되지만, 그것이 노동자와 전체 사회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자본가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되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모순 격화가 기묘한 형태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교육기관 자체의 성격을 변화시켜가고 있다. 자본주의적 교육기관들은 본질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그들의 계급적 이익에 복무하는 부르주아 엘리트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들은 이제 자본가의 경제적 요구에 공공연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점점 더 많은 학생이 이공계열로 진학하도록 유도되고 있다. 대학 자체에서도 대자본의 협조에 의해 이공계열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한 새로운 첨단생산방식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전문대학이 신설되고, 학과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은 여전히 다수 노동자대중에 대한 직업재교육은 등한시하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노동자는 낡은 생산방식이 잔존하고 있는 낙후한 산업부문으로 내몰린다. 그곳에서는 형편없는 저임금과 지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으며, 노동자들 사이의 더욱 격화된 경쟁으로 고통받게 된다. 동시에 노동자들 속에서 고급기술교육을 받은 소수 상층노동자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다수 중하층노동자로의 분화가 깊어지면서 상층노동자는 노동귀족층을 형성한다. 이들은 노동운동 내에서 개량주의의 강력한 진지를 형성하게 된다.
(마) 농업
자본주의 발전에 의해 기존 농업부문까지도 자본운동에 포섭되면, 농민은 이제 더이상 하나의 동질적인 계층으로 남아있을 수 없게 된다. 농민 사이의 계급분화가 가속화된다. 공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농경에도 기계가 도입되며, 분할되고 개별적인 소규모 영농은 대규모 자본주의적 영농으로 바뀐다. 소와 쟁기를 이용해 밭을 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파종기와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 제초기가 일을 대신한다. 큰 규모의 자본주의적 농장에서는 경비행기나 헬기를 이용해 씨를 뿌리고 비료와 농약을 주기도 한다.
오밀조밀하게 나뉘어 있던 논밭은 기계를 사용하는 대규모 농경에 적합하게 잘 정돈되고 대규모화된다. 지주에게 토지를 빌린 자본가나 충분한 돈을 갖고 있는 부농은 대규모 경작의 이점을 이용해 소농을 몰락시키고 자신의 자본을 더욱 늘려간다(많은 경우 농업자본가는 곧 토지를 소유한 지주이기도 하다). 몰락한 소농과 빈농은 농업자본가에게 고용되는 임금노동자로 전환되거나 계절노동자로서 농번기에는 농업자본가에게 고용된다. 또한 농산물을 가공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농촌기업, 예를 들어 통조림 가공업체, 특산물 생산업체, 농산물 가공업체 등에 노동자로 고용된다. 이에 따라 농촌에서도 농업자본가와 농업노동자 사이의 자본주의적 계급투쟁의 발전이 시작된다. 도시노동자들은 이제 농촌에서도 자본가에 대항하는 자신의 동맹세력을 얻게 된다.
한편 도시에서 자본주의 산업의 발전은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조건을 파괴하고, 토지와 인간 사이의 물질대사를 교란시킨다. 인간은 토지로부터 부의 원천을 얻고 생활의 부산물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냄으로써 토지가 부의 원천으로 계속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하는데, 대공업의 발전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분리가 심화되고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대사의 순환고리는 끊어진다.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공장은 끊임없이 토지로부터 원료를 얻고 생산을 진행시키지만, 공장에서는 생산활동의 부산물을 정제된 형태로 토지에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재생불가능한 산업폐기물 형태로 배출함으로써 끊임없이 도시를 오염시킨다. 공장에서 나온 걸러지지 않은 배기가스와 폐수는 그대로 자연으로 들어간다. 그 결과 자연의 원천적인 생산력은 파괴되어간다. 또한 농촌에서도 자본주의적 생산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업자본가는 짧은 기간에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한다. 자본가의 이윤만을 목표로 하는 인위적인 경작방법이 거듭 반복되면서, 토지는 점차 지력을 상실한 박토로 변해간다. 어디에도 양질의 비옥한 토양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결국 자본은 자신의 손길이 닿는 곳 어디서든 인간의 부의 근원인 자연 자체를 파괴해간다는 점에서 파멸적 반동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3) 자본의 생산과정. 요약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가가 이윤을 위해 생산과정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가를 협업, 매뉴팩처, 기계제대공업의 순서로 살펴보았다.
각각의 시기마다 생산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형태는 달랐지만, 그 차이를 꿰뚫는 동일한 본질은 노동과정 자체가 자본가의 이윤을 생산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는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뿐이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는 대규모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일하고 착취당하게끔 조건지어져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라는 커다란 두 개의 계급으로 나뉘기 시작한 이래, 이 두 계급 사이의 적대적 투쟁은 공공연한 형태로든 은폐된 형태로든 지속되어왔다. 그리고 자본가는 노동자의 투쟁에 맞서 이윤을 보호하고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생산방식을 변혁해왔고, 착취를 강화해왔다. 즉 단순 협업에서 기계제대공업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발전의 동력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투쟁에 있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향한 추악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생산방식을 발전시켜 왔지만, 그것은 자본가들 자신의 의지에 반대되는 또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즉 인간에게 필요한 물품을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는 노동생산력을 고도하게 발전시킴으로써, 새로운 사회의 물질적 조건을 창출하고 성숙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노동생산력의 발전이란 곧 노동의 사회적 성격의 증대를 의미한다. 현대사회의 물질적 생산과정 자체가 서로 밀접한 연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자본주의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자계급이 더욱더 대규모로 형성되고, 공장으로 모이고 결합되며, 노동과 투쟁 속에서 하나의 집단적 계급으로 단련된다.
사적 탐욕을 위해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자본가들의 노력은 곧 자본가계급을 타도할 혁명적 계급으로서 노동자계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사형집행인을 나날이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기계제대공업 단계에까지 발전했다는 것은 이미 노동해방사회 건설을 위한 물질적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 발전단계에 도달한 이래 자본가계급의 역할은 철저하게 반동적인 것으로 전환된다. 이제 부족한 것은 노동해방사회의 물질적 토대가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의식적 조직적 준비가 부족하다.
선진노동자들의 의식적 조직적 준비와 함께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역사적 과제를 깨닫고 대담한 혁명적 행동을 시작할 때, 노동해방사회는 더이상 꿈이 아니라 하나의 현실로서 우리 앞에 일으켜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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