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6.1% 인상 합의 - 언발에 오줌누기,
저임금 노동자 현혹하지 말라!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6.1% 인상에 합의한 후, 합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 인상률이 5.5%,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7.7%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6.1% 인상은 물가오름폭에 한참 못 미치는 명백한 ‘실질임금 하락’ 합의였다.
여기에 올해 7월1일부터는 주40시간제가 확대 적용된 20~50인 사업장의 경우, (이 규모 사업장에는 대부분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서 ‘주40시간제’의 독소조항이 바로 적용된다) 당장 7월분부터 기본급이 한달 17시간 분 이상 줄어든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한달 6만4천원의 삭감이 이뤄진다. 그런데 6개월 후 2009.1.1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어도 4만8천원만 회복되므로, 실질임금은커녕 당장 명목임금이 삭감된다.
자본가들은 만족하지 않고 더 공격할 것!
물가인상과 실질임금 하락의 결과는 분명하다. 노동자들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뭘 사먹든 할 것 아닌가. '소비심리 위축' '내수 감소' 등의 단어가 신문의 경제면을 도배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와 슈퍼들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할 것이고, 국제 원자재가 폭등의 직접적인 타격은 최종조립을 담당하는 대기업이 아니라 하청부품업체 중소기업들로 향하게 된다.
최저임금 교섭장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 어기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얘기한 중소기업 자본가들의 태도는 그저 말로 해보는 협박이 아니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이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최저임금 어기기 운동으로 그들을 몰아붙인다.
중소자본가들의 공세적인 최저임금 어기기 운동이 벌어진다면, 더 물러설 곳 없는 노동자들은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들, 촛불시위에 나가고 싶어도 잔업 한대가리 특근 한대가리라도 더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다가올 경제위기에서 가장 처참한 피해를 입게 될 계층이기 때문이다. 졸라맬 허리띠 살 돈도 없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싸울 때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저들의 논리는 빛이 바래기 시작할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투쟁은 그 가능성을 일부나마 보여주었다. 6월25일 최저임금위원회 앞 1박2일 농성투쟁에는 여성연맹/공공서비스/일반노조들을 비롯해 저임금 조합원들이 약 1,500여명 집결했는데, 아마도 최저임금 투쟁의 주체들이 모이기로는 최대치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밑바닥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생겨날 새로운 촛불
이명박 세력과 자본가들도 그 징후를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다음의 기사는 그들이 현재의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 “문제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생겨날 새로운 촛불집회”라고 말했다. …… 새로운 촛불은 생존권적 문제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그만큼 더 격렬하고, 치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민일보 6월30일자)
경제위기의 첫 번째 타격이 가해질 영역은 제조업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조업 부문의 중소기업들이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의 가능성은 4차, 5차, 6차 하청업체들이 집중되어 있는 하청공단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노동자들은 한 기업에서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주변의 노동자들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가장 높게 갖고 있는 지역이 중소기업 밀집공단이다.
대구지역 중소기업 밀집공단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성서공단노조가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합의를 비판한 성명의 마지막 부분처럼,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일어날 때에 정부도 자본도 노동자의 대표를 참칭한 이들도 모두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