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맞서지 않고 민생하탄에 대처할 수 있는가!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촛불노동자 행동강령’을 제안합니다!
1. 미친 소 저지! 쇠고기 수입·유통·판매를 감독할 노동자·시민 통제위원회 구성!
2. 재벌만 배 불리는 한미FTA 저지!
3. 반동언론 조중동 폐간! 언론사 노동자 통제위원회 구성!
4. 물가-임금 연동제 실시! 노동자·시민 물가통제위원회 구성!
5.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6. 주30시간 노동!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 해소!
7. 정유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회계장부 공개! 정유사 몰수, 국유화!
8. 재벌 대기업들의 투기자금 몰수! 실업자·극빈생활자들에게 생활보조금 지급!
9. 교육 시장화 반대! 무상교육! 교육노동자, 학부모와 함께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학교윤영위원회 구성!
10. 의료 시장화 반대! 무상의료!
11. 공기업 민영화 저지! 공기업 노동자 통제위원회 구성!
12. 경제파탄 주범 이명박 정부 퇴진! 노동자·민중 정부 수립!
13. 폭력경찰 해체! 노동자 시민 사수대 구성! 노동자·시민 평의회 구성!
이명박 정부가 내놓는 이런저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본가체제가 경제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확대하고 악화하는 것, 최선의 경우에도 단지 시간을 끄는 것이 그들이 가진 능력의 전부다.
노동대중의 일부가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깨닫고 촛불시위에 나섰다. 이 투쟁은 미친 소 수입반대에서 출발해 이명박 정책에 대한 일괄반대로 나아갔다. 우리는 이 투쟁에 함께 하고, 이 투쟁이 더 멀리 전진할 수 있도록 13개의 요구로 정리된 ‘촛불노동자 행동강령’을 제안했다(표 참조). 우리의 행동강령이 제시하는 투쟁 전망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노동대중의 삶을 파탄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어떤 독자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만약 우리의 제안이 정말로 비현실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입장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이 진짜 현실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는 것이다.
임금삭감, 민생파탄
자본가들은 최근의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쉼 없이 쏟아내고 있다. 마치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때문에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지금처럼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임금 수준이 단지 유지되기만 하더라도 실제로는 임금삭감 효과가 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협약 임금인상률이 대체로 5%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이 ‘5%’는 100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서 빠진 100인 이하 사업장들(대체로 영세하고 임금인상률이 더 낮을 수밖에 없는 사업장들)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평균 임금인상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은 실질임금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OECD의 <2008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간이 2,261시간(가장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2,357시간)으로, 22개 주요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있다. OECD 주요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기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른 나라들보다 적게는 200시간에서, 많게는 900시간을 더 일하는 것인데, 그런데도 임금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심지어 <조선일보> 같은 반동언론에서조차도 그대로 보도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현실이다.
무엇이 현실적인 주장인가?
이 상황에서 자본가들과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사실상 임금이 삭감되고 있는데도 임금인상을 위한 과감한 투쟁에 나서지 않는 것, 이미 세계 최장시간 노동하지만 더 오래 일하는 것, 인원감축 계획을 들이밀어도 반발하지 않는 것, 노사 협조주의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은 비현실적 대안’이라고 믿는 것, 그러면서 무기력하게 ‘서민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그래서 우리는, 저들이 원하는 노동자의 모습과 정반대의 것을 지향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가령 물가조작과 투기에 여념이 없는 대기업 재벌·정유사들의 장부를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이상 저들이 사기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극빈생활자 지원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화물노동자들의 유가-운반비 연동제 요구를 사회적으로 확대해, 물가-임금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속절없이 실질임금이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물가통제위원회를 만들고, 공공부문을 포함해 주요 산업들에 대한 노동자통제를 실시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본가들의 추악한 탐욕과 광기에 재갈을 채울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 과연 고삐 풀린 자본가들의 광란을 잠재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이런 요구들이야말로 지금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요구이지 않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물가폭등이 노동대중의 삶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생활임금 쟁취,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주거 등 노동자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단결투쟁, 명실상부한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해나가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총파업’이 부실한 준비 탓에 사실상 무산됐지만, 총파업을 과제로 밀어 올렸던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마음대로 날짜 잡고 관료적으로 내리꽂는 방식이 아니라, 기층 현장에서부터 내실 있게 투쟁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총파업운동’을 계속 진행하자.
(2) 개별 사업장 단위의 임금인상 투쟁, 인원충원 투쟁만으로 오늘날 노동자대중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런 투쟁들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별 사업장 단위로 고립된 투쟁은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처럼 번번이 좌초될 것이다. 우리의 행동강령이 제시하는 것처럼,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범인인 자본가들에게 확실한 책임을 지우고, 사회적 차원에서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하는 해결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대중의 파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확인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투쟁, 공동투쟁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투쟁과 요구를 자본가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따라서 현 시기의 모든 투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귀결되어야만 한다.
(3) 이를 위해, 우선 현장에서부터 노동자들의 공동투쟁기구를 적극적으로 건설해 나가자. 이미 일부 사업장의 선진노동자들은 이후 투쟁의 전망을 모색하며 현장 공동투쟁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주요 사업장들마다 만들어지는 현장 공동투쟁기구야말로 기층 투쟁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해 지금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다. 노동조합 최고 지도자의 총파업 ‘선언’보다, 이런 시도가 무한히 더 가치 있다.
(4)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촛불정국’을 최대한 유리하게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식 있는 선진노동자들은 앞으로 끔찍한 일들이 닥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촛불시위라는 예기치 않은 ‘사건’ 덕분에, 이명박 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그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이 잠시 주춤거리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시간을 벌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촛불시위를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촛불이 계속 희미해지도록 내버려둔다면, 결국에는 힘없이 꺼지도록 방치한다면, 우리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할 것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