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 이번에 반드시 끝장내자!
금속노동자 총단결로 노동자 생존권과 건강권 사수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자!
[편집자 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2월 25일 열립니다. “금속노조 2008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요구” 관련, 12인의 대의원이 ‘수정 요구안’을 상정했습니다. 이 수정 요구안은 금속노조 본안이 갖고 있는 모호함을 뛰어넘어 구체적이고 정확한 요구를 제시함으로써 2008년 노동시간 단축 및 교대제 개선 투쟁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완성차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를 아우르는 ‘노동자계급 단결’의 관점에서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대의에 합당한 안이라 판단해서, “가자! 노동해방!” 특별호에 싣게 되었습니다. 금속노동자 총단결과 노동자 생존권 및 건강권 쟁취를 위해 이 ‘수정 요구안’이 채택되기를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은 희망합니다.
금속노조 2008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요구(수정 요구안)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관련 금속노조 본안
① 일자리 창출,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동시간단축 및 교대제개선 실행위원회]를 10월까지 구성하여 교대제 개선, 노동조건 유지를 통해 년평균 노동시간단축방안을 마련하여 실시한다.
- 노동시간 단축 및 주간연속2교대 시행과 관련하여 중소영세사업장 및 납품사에 대해 올바른 대책을 마련한다.
- 노동시간 단축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을 노사 공동으로 요구한다.(근무형태 전환기업 지원제도) |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관련 수정 요구안
| 1. 모든 금속 사업장은 일자리 창출, 건강권 확보를 위해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실질 노동시간을 2009년 1월 1일부터 실시한다.
2. 현행 주야2교대로 가동되는 모든 금속사업장은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간연속2교대를 2009년 1월 1일부터 전면 실시한다.
3.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전환배치, 정리해고, 상시야간조 도입 등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조치를 일체 할 수 없다.
4.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완전월급제로 생활임금을 보장하여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한다.
5.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창출된 일자리를 기존 비정규직부터 우선 정규직화해서 정규직으로 충원한다. 그래도 남는 비정규직은 전원 원청 직고용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어 빠져나간 기존 비정규직의 일자리에 들어오는 신규 노동자들도 원청 직고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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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 모든 금속 사업장은 일자리 창출, 건강권 확보를 위해 1일 8시간, 주 40시간의 실질 노동시간을 2009년 1월 1일부터 실시한다.금속노조 본안은 노동시간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전혀 분명하지 않다. 법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명시하고 있지만, 금속노동자들은 잔업, 특근을 하지 않고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어 지금 하루 9-10시간, 주 50-60시간, 연 2,300~3,000시간까지 일하고 있다. 이런 장시간 노동의 굴레를 얼마나 깰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하루 9시간인가, 8시간인가? 주 50시간인가 40시간인가? 당연히 “1일 8시간, 주 40시간”이어야 한다. “법정 노동시간”이 아니라 “실질 노동시간”이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생계 때문에 잔업, 특근을 강요받는 상황을 끝장내야 한다. 이것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으로도 충분한 생활임금을 보장받을 때만 가능하다.(4번 항목 참고)
금속노조 본안은 또 노동시간을 언제부터 줄일 것인지를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시기가 아니라 ‘노동시간단축 및 교대제개선 실행위원회’ 구성 시기(10월)만 나와 있다. 살인적인 초장시간 노동 때문에 금속노동자들의 몸이 하루하루 더 심각하게 망가져 가고 있고, 과로사가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단호하게 싸워 노동시간을 확실히 단축해서 2009년 1월부터 전면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10월에 가서 금속자본가들과 테이블을 만들어 ‘노동시간단축 방안’에 대해 얘기해보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빠져 있지만, 금속노조의 첫 요구안에는 ‘2011년까지 단계적 단축’이라고 되어 있었다.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게 아니라 “모든 금속 사업장”에서 일괄 단축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을 얼마나, 언제, 어느 사업장까지 줄일 것인가다. 금속노조 요구안은 이런 구체적인 문제에서 노동자의 열망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15만 금속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굳게 단결할 수 있고, 강하게 투쟁할 수 있다. 지금처럼 알맹이는 쏙 빼놓고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마련한다’고만 해놓고, 그것도 올해 금속노조 임단협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사간 실행위원회’를 통해 처리한다고 하면 15만 금속노동자들은 자신의 삶과 운명이 걸린 문제들을 적극 해결하는 주인이 아니라 위만 쳐다보는 들러리로 전락하게 된다.
2. 현행 주야2교대로 가동되는 모든 금속사업장은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하루 8시간, 주40시간만 일하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2009년 1월 1일부터 전면 실시한다.
1번항의 연장선에서 2번항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현대차, 기아차는 오래전에 노사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 1일부터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량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상시야간조를 투입해야 한다’ 따위로 협박하면서 주간연속2교대 시행시기를 더 늦추거나 특정 공장이나 특정 부서만 2009년 1월에 시행하려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이 보장되고, 노동강도 강화없고, 고용불안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2009년 1월부터 확실하게, 모든 공장, 모든 부서에서 실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르노삼성자동차처럼 주간연속2교대일지라도 잔업을 한 시간씩 허용할 경우 오후조는 새벽 2시 45분에야 퇴근하는 끔직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제는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기에 깊은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졸린 눈, 고된 몸으로 일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확실하게 끝내야 한다.
GM대우차,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 그리고 다른 주야맞교대 금속사업장들도 모두 2009년 1월부터 주간연속2교대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자동차부품사업장이다. ‘생활임금 보장되고, 노동강도 강화없고, 고용불안 없는’ 주간연속2교대는 완성차공장만이 아니라 모든 부품사업장에서도 2009년 1월부터 전면 실시해야 한다. 이것은 나중으로 미룰 문제가 아니라 완성차공장과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이 올해 함께 투쟁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3.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전환배치, 정리해고, 상시야간조 도입 등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조치를 일체 할 수 없다.
금속노조 본안에는 현대차, 기아차 자본이 지금 주간연속2교대 논의를 하면서 집요하게 관철시키려 하고 있는 독소조항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반대가 없다.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전환배치, 정리해고, 상시야간조 도입” 같은 조치들이 이루어진다면, 주간연속2교대는 ‘노동시간 단축을 빙자한 노동자 죽이기’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주야맞교대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노동강도를 높여 10시간에 하던 일을 8시간에 하게 된다고 해보자. 전환배치가 자유로워져 노동자들이 아주 바쁘게 나사처럼 여기저기 박았다 뺐다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노동자들은 더 많이 골병들고, 더 줄줄이 과로사로 쓰러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치들을 조금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정리해고, 살인적 야간노동을 1년 내내 강요하는 상시야간조 도입, 정규직은 줄이면서 비정규직을 늘이는 외주화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완성차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품사업장 자본가가 부품사업장 노동자를 단 한 명도 짜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완성차공장 노동자들은 '부품사업장 노동자들도 생활임금 보장되고, 노동강도 강화 없고, 고용불안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싸워야 부품사업장 노동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편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은 완성차공장 노동자들의 주간연속2교대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야 부품사업장 자본가의 공격을 단호하게 격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기 사업장에서도 온전한 주간연속2교대를 쟁취할 수 있다. 이 투쟁에서 완성차 공장과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은 공동요구를 내걸고 공동교섭, 공동투쟁, 공동타결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사수해야 한다.
4.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완전월급제로 생활임금을 보장하여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한다.
노동자들이 빠듯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숱하게 잔업, 특근을 하며 하나뿐인 자기 몸뚱이를 망가뜨리고, 수명을 단축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하루 8시간, 주40시간만 일하고도 월급제를 통해 생활임금을 받아야 한다. ‘월급제를 통한 생활임금 쟁취’는 노동자들이 물량 다툼을 하며 갈가리 찢기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며, 해외공장의 확대에 따른 국내공장의 생산 축소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제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생활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적정 임금을 뜻한다. ‘생활임금’의 수준을 정할 때, 1차적으로 민주노총 표준생계비를 참고할 수 있다. 참고로 2007년 민주노총 표준생계비는 4인 가구(중, 고등학생 자녀)일 때 481만원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 표준생계비는 한국의 치솟는 주택비, 엄청난 교육비, 늘어나는 수명에 따른 막대한 노후생활비, 진짜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각종 문화생활비 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1, 2인 가구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따라서 4인 가구의 경우 연 6,000만원, 3인 가구의 경우 연 5,000만원, 1,2인 가구의 경우 연 4,000만원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몸을 망가뜨리고, 가족관계 등 여러 인간관계를 황폐화시키는 지긋지긋한 야간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루 8시간, 주40시간만 일하고도 최소한 이 정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할 때, 생활임금 쟁취,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최소한 5년 안에 완전히 동일화한다는 목표와 계획을 갖고, 당장은 생활임금의 최소 80%는 쟁취해야 한다.
5. 모든 금속 사업장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창출된 일자리를 기존 비정규직부터 우선 정규직화해서 정규직으로 충원한다. 그래도 남는 비정규직은 전원 원청 직고용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어 빠져나간 기존 비정규직의 일자리에 들어오는 신규 노동자들도 원청 직고용으로 한다.
금속노조 요구안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교대제를 개선한다고 나와 있지만, 이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지 않다. 당연히 그것은 ”정규직 일자리”여야 한다. “기존 비정규직부터 우선 정규직화”해서 새로 생긴 정규직 일자리로 충원해야 한다. 만약 현대차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로 생산이 30만대 가량 줄어든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거기에 필요한 인원이 3,000명이든 4,000명이든 오랫동안 현대차 공장에서 일해온 그만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돼 그곳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비정규직은 전원 원청 직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어 빠져나간 기존 비정규직의 일자리에 들어오는 신규 노동자들도 원청 직고용으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완전철폐를 향한 첫걸음을 당당하게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2년 안에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이 없는 공장으로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닦을 수 있다.
이런 요구를 과감하게 내걸 때만 노동시간 단축, 주간연속2교대 투쟁은 ‘배부른 정규직들만의 터무니없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자본가들의 매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 그럴 때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대의 아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굳게 뭉쳐 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