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반드시 밝은 빛은 보인다. 다시 투쟁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 의장 이영호 동지 인터뷰)
[편집자 주: 쌍용차 동지들의 77일간 공장점거파업이 마무리된 지 100일을 넘어섰다. 이영호 동지를 만나기 위해 100여일만에 다시 간 쌍차 정문, 쌍차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용역깡패들은 군화를 신은 채 여전히 출입문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쌍차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이하 쌍차 정특위)는 이제 다시 출근 투쟁을 시작했다. 그 한복판에 서 있는 쌍용자동차 정특위 의장 이영호 동지를 만났다.]
Q. 77일간의 투쟁이 마무리되고 난후 대량구속, 미해고 투쟁참여 조합원 징계 등 탄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공장점거파업이 마무리된 후 동지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77일 투쟁이 끝나고, 8월 6일 공장을 나오고 나서 가장 큰 고통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경찰의 강압수사와 구속이었다. 며칠 동안 하루에 5-6시간씩, 많게는 10시간씩 경찰조사를 받았다. 조합원 동지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강압수사로 인해 2명의 조합원 동지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이것 외에 조합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손배-가압류다. 191명에 대한 손배 50억 청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회사에서 메리츠 보험사에 210억 정도를 청구해서 150억 수령했는데, 메리츠 보험사의 조합원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손배다. 이와 별도로 두 가지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다. 48:52라는 기준으로 ‘무급휴직을 해줄테니 부당해고 구제신청 철회하라’고 하거나 ‘희망퇴직을 쓰면 손배 대상에서 빼준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희망퇴직을 썼다. 생계도 문제지만, 자본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더욱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다.
Q. 공장점거파업이 마무리된 후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현장상황도 만만치 않을텐데 투쟁이후 변화된 현장상황은 어떤가?
현장은 암흑의 터널을 걷고 있다고 해야 할까? 노동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조립 3팀은 17잡에서 23잡으로 늘어났다. 인원은 오히려 줄었다. 편성효율에는 준비시간과 여유시간이 있는데, 20%를 차지했던 준비시간이나 여유시간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관리자들의 횡포는 이루 말을 할 수 없다. 회식자리에서 관리자들이 상을 엎기도 하고 ‘힘들다’고 얘기를 하려고 하면 ‘대기자들 많다. 알아서 해라. 무급으로 쉬라’고 하기도 한다. 공장점거파업이 마무리되고 100일이 지난 지금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안에 있는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에 있는 동지들과 교류하면서 밖의 상황을 알리고, 안의 문제를 쟁점화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우선 정문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하는 것은 결코 방기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실천투쟁이다.
Q. 조립 4팀이 2주간의 휴업을 한다고 들었다. 현장상황을 볼 때,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불안할 거 같다.
12월 11일 관계인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청산할 것인가 회생시킬 것인가에 대해 판단할 것 같다. 회생으로 가닥을 잡는다는 말이 있으나 아직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 자동차산업 재편전략의 큰 틀에서 보기에 결국 어디가 인수할 것인가의 문제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지식경제부 문건에도 나오듯이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재편은 현대-기아차, 쌍용차-GM대우-르노삼성을 묶는 2강체제로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 주시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한 단사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전망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쌍차 투쟁에서 그렇게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간략히 이번 투쟁에 대한 소회를 말해 달라.
쌍용차 투쟁의 핵심은 정리해고 철회였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은 노동유연화와 그들이 말하는 강성노조를 무력화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원해서 77일 동안 투쟁을 했다기보다 이명박 정부와 악질자본에 맞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많은 동지들이 투쟁 이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우리에게 무엇이냐’는 불신을 제기한다. 솔직히 아쉬움이 많다. 이번 쌍차 투쟁을 통해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실력이 정확히 드러났다고 판단한다. 쌍차 투쟁의 승패가 향후 민주노조운동의 10년을 좌우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실력은 보잘 것 없었다. 우리 쌍차 동지들은 후회 없는 싸움을 했다고 생각한다. 쌍차투쟁 결과만을 보고 패배라고 규정하는 것은 하나만 들추어 평가하는 것이다. 쌍차 투쟁이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리전이었다고 본다면 그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사회적 쟁점을 만들어낸 정치적 부분도 평가해야 한다.
Q. 어려운 시기에 쌍차 정특위 의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향후 투쟁계획에 대해서 밝혀달라.
일상적인 시기 현장조직의 의장을 맡은 것이 아니다. 정리해고자 신분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어깨가 무겁다. 의장을 하기로 결정을 했을 때는 절대 적당히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1기 의장이 되고 나서 조합원 동지들에게 한 말이 있다. ‘이미 노사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었고, 이에 대해서 더 이상 노사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지 않겠다. 당당하게 투쟁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와 쌍차 자본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1기 정특위는 쌍용차 2기 지도부의 투쟁성과를 올바로 계승할 것이다. 77일간의 옥쇄 파업, 86일간의 굴뚝고공농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특위의 사업은 크게 4가지 정도 방향을 잡고 있다. 구조조정 분쇄, 민주노조 사수, 구속자 석방, 부당해고자 복직이다. 이에 입각해 투쟁방향을 확정할 것이다. 정리해고자도 부당하게 해고된 부당해고자라고 생각한다. 쌍용차 사태, 그 중심에는 상하이 자본과 이명박 정부가 있다. 상하이 자본이 인수하면서 약속한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것,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3천억씩 총 1조 2천억을 투자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키지 않았다.
이 와중에 쌍용차 핵심기술은 하나씩 유출되었다. 11월 11일 발표된 하이브리드 카 기술만이 아니라 카이런, 체어맨 W, C200(신차 프로젝트명) 기술이 유출되었다.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상하이 자본에 면죄부를 주고 이명박 정부는 방관했다. 검찰에서 지난해 말 조사를 끝냈지만, 정치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쌍용자본에게 타격이 불가피하고, 쌍차 지부의 투쟁에 정당성을 주는 것이기에 고의적으로 발표를 지연했다고 확신한다. 결국 우리 정리해고자들은 모두 부당하게 해고된 것이다. 해고는 살인이고 부당하다.
Q.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도처에서 크고 작은 정리해고를 비롯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이에 대한 투쟁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희망을 포기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투쟁의 성과가 있고,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런데 투쟁이 어렵다고 패배라고 규정하면 그 패배는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패배다. 쌍차 투쟁이 정부와 자본에 맞서 가열찬 투쟁을 한 것이라고 본다면, 그 소중한 정신을 본다면 거기에 답이 있다. 캐리어, 대림자동차 등 정리해고 광풍이 불고 있다. 물러설 건가 나갈 것인가 둘 중 하나다. 지금 힘들지만 그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은 보인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에만 39개 장투사업장이 있는데 동지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서로 메우면서 가야 한다.
[정리해고자들이 다시 투쟁의 전선에 서는 데서 생계문제는 가장 힘겨운 문제 중의 하나다. 개인적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동지들이 정특위가 공동체 방식으로 생계문제와 투쟁을 결합시키는 것이 좋지 않냐는 말을 한다고 이영호 동지는 전했다. 쌍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투쟁을 시작하는 정리해고자 동지들에게 동지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쌍차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 후원계좌: 농협 356-0191-3075-93(예금주: 이영호)
정리: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