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장 징계 해고자 김철환 ․ 박성락 동지
“이번에 투쟁을 하면서 현장은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더 분명해 졌다.... 매일 계속되는 투쟁에 조합원들이 힘들까봐 우리 둘이서 연좌 투쟁을 진행하면 오히려 ‘오늘은 왜 안 하냐’고 물어본다.“
“이 투쟁에서 우리가 물러서면 이후에 현장의 힘은 약해질 것이 뻔하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누가 라인을 잡을 수 있겠는가?”
▷ 이번 투쟁의 계기는 무엇인가?
김철환 : 특근 때 인원을 충원한다는 합의를 해 놓고도 사측은 이를 위반했다. 무조건 차만 생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인원이 부족한 데도 라인을 돌린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면 이후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사측은 자기 맘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의원뿐만 아니라 현장조직위원이나 조합원도 라인을 세울 권리가 있다.
박성락 : 인원이 부족하면 라인을 돌려서는 안 된다. 나는 이렇게 배웠고 대의원으로 활동할 때 그렇게 했다. 김철환 동지나 나나 소위 말하는 활동가다. 현장 조합원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특근 때는 3명당 1명의 여유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노사 간 합의사항이다.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활동가가 아니다. 어떤 대의원은 “니가 잡은 거니까 니가 책임져라.”며 조합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그냥 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반장이 다시 라인을 돌렸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김철환 동지만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라인을 잡았다.
▷ 이번 징계해고는 표적 징계로 과거와는 다르게 탄압의 수위가 높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성락 : 소위 활동 초년생들의 싹을 자르겠다는 수작이라고 본다. 발목을 잡아버리자, 미연에 꺾어버리자는 것이라고 본다. 20여 년 동안 기존의 많은 활동가들이 사측의 노무전락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신입 활동가들은 아직 때 묻지 않아서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
▷ 현장에서 이번 투쟁에 함께하는 조합원들의 수가 계속 늘어난다고 들었다. 무엇 때문에 조합원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철환 : 전체를 위한 투쟁이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그걸 알고 있다고 본다. 조합원들도 이 투쟁의 정당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박성락 : 모든 조합원을 위한 투쟁이라는 것을 현장을 돌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러면서 투쟁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이 이 투쟁의 정당성을 알게 되면서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 머리띠도 미리 나눠줬는데 모두 머리띠를 묶고 투쟁에 동참했다. 어느 조합원은 노동가를 배우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가 단결투쟁가 가사를 뽑아서 현장에 붙여놓고 연습하기도 했다. 현장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모아내는 것은 현장 활동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어떤 사람들은 현장이 죽어 있다, 대공장 정규직 운동은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김철환 :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투쟁을 하면서 현장은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더 분명해 졌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조합원들의 참여가 적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했었다. 13일째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은 여전히 이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매일 계속되는 투쟁에 조합원들이 힘들까봐 우리 둘이서 연좌 투쟁을 진행하면 오히려 “오늘은 왜 안 하냐”고 물어본다.
박성락 : 정규직 노조가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본이 죽이고 정권과 언론이 정규직 운동을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현장 조합원들마저 휘말리고 있다. 언론에서 정규직 노조 맨날 파업한다고 매도하면 파업의 정당성을 생각하기도 전에 ‘왜 우리만 파업하나’하는 생각 먼저 한다. 설 때 고향에 가서 가족들이 “왜 니네 회사는 맨날 파업만 하노?” 하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활동가들이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내고 선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많이 부족하다.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다가서느냐가 중요하다. 정규직 노조가 죽고 안 죽고는 거기에 달려 있다. ‘배부른 노조의 투쟁’이라는 비난은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안일한 대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처를 받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틈이 생겼다. 사측이 이런 틈을 노리고 있다. 이것은 활동가들이 계급적 투쟁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활동가들이 실천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투쟁의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은?
박성락 : 표적징계가 분명하다. 우리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끊임없이 라인 세운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징계위 개최 5일 이내에 징계 결과를 통보하게 되어 있는데도 15일이나 지난 설 연휴 직전에 해고를 통보했다. 2차 징계위 가면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이 투쟁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이 투쟁에서 우리가 물러서면 이후에 현장의 힘은 약해질 것이 뻔하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누가 라인을 잡을 수 있겠는가? 합의사항은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사측이 잘못하면 조합원들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쟁은 향후 투쟁의 매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철환 : 당일 인원이 부족했다는 것은 사측의 인사위도 인정한 문제다. 현장에서 인원이 부족할 때 대응하지 못하면 이후 현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사측은 현장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박성락 : 마음 같아서는 당장 본관 앞에 천막이라도 치고 싶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투쟁에 있어 과정과 절차가 중요시 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지금 어떤가? 투쟁보다는 너무 많은 절차들이 중요해져 버렸다. 현장에서는 절실히 싸우고자 하는데 위에서는 권고사항이다 뭐다 해서 이건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1공장에서 대의원회도 구성되었고 현장조직위원회도 구성되니 함께 투쟁하고 실천하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도장3부 경남산업의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듯이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도 정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대투쟁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고 있다.
김철환 : 이번 계기를 통해 조합원들이 힘들지 않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인데 일찍 겪어서 오히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1공장에서 대책위를 구성해서 투쟁할 계획이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전국의 노동자 투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박성락 : 전국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을 것이다. 현장에서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동료들을 챙겨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이 많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김철환 : 현대자동차라는 거대기업에서 싸우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홈에버 등 장기 투쟁사업장 동지들도 반드시 승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겨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정리: 강진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