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교육, 反여성, 反노동기업 재능교육 불매합시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의 투쟁이 650일을 넘어 7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요즘 어느 장기투쟁사업장이 안 그렇겠냐마는, 재능지부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물러섬 없이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을 지켜나가고 있다. 얼마 전 불매투쟁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670여일간의 투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2007년 5월 수수료제도 개악으로 재능교육 학습지노동자들의 임금이 많게는 100만원까지 삭감되었다. 학습지노동자들은 실적압박으로 가짜 입회를 강요당해 일상적으로 회비를 대납해야 하는데, 임금까지 삭감된 것이다. 개악된 수수료제도 도입으로 이미 3000여명의 교사들이 재능을 떠났고, 25만 정도의 회원이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은 대한민국 100대 부자 중 하나로 10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불려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학습지노조 재능지부는 2007년 12월 21일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670여일간의 투쟁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수수료제도 개악으로 투쟁이 시작됐지만, 투쟁과정에서 사측이 조합원들을 부당해고하고 단체협약까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탄압으로 일관하며 노동조합 말살을 꾀하고 있다. 투쟁이 점점 더 확대․격화되었다. 천막을 침탈한 횟수만도 15차례나 되며, 시시때때로 선전전을 하거나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시비를 걸고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 조합원의 대부분이 여성인데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손배가압류, 급여가압류, 고소고발 남발, 집단행동금지가처분 등 재능교육은 그야말로 노동탄압 백화점이다. 더불어 관할 혜화경찰서는 일개 민간 사교육 기업의 사설경비대를 자임하며, 학습지노조에 대한 6개월여에 걸친 집회금지 통고, 인권이 무시된 170여 일 동안의 24시간 순찰차를 이용한 농성장의 조합원 감시로 상식을 넘어선지 오래다.
Q. 흔들림 없이 투쟁을 전개해가고 있지만 오랜 기간 투쟁을 지속하다보면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을 지속함으로써 얻은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투쟁의 장기화’ 그 자체가 가장 힘든 부분이다. 노조가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십수명 규모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물리적․심리적 피로감이 축적되고 있다. 매일 아침․점심․저녁 선전전, 주간․철야 농성을 진행하고, 현장선전전, 타워팰리스(사장 집) 선전전, 주간 집중집회도 쉬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지속해나가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피로도가 높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래서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작은 일에도 불만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믿는 만큼 기대하는 바가 더 크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투쟁이 장기화되어 모두가 힘든 만큼 서로를 보듬으며 투쟁을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의 시각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투쟁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동지들을 만났고, 특히 지원대책위 동지들은 평생 잊지 못할거 같다.
Q. 얼마 전 수업 당 수수료를 받는 학습지노동자로서 쉽게 결의할 수 없는 불매투쟁을 시작하셨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란다.
스스로 임금을 깎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불매투쟁을 결의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의 노동자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파업을 결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 지대위차원에서 불매투쟁에 돌입, 불매현수막을 집에 달고 사진을 찍어 노조게시판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체 역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반응은 있다. 조합원의 학생 어머니가 불매투쟁을 다른 통로로 알고와 미안하다며 그만 둔 경우도 있었다. 각종 통로를 통하여 열심히 알려나가고 있는 과정인데, 많은 관심 가지고 함께 해 주시기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란다.
학습지투쟁, 특히 재능투쟁 같은 경우 연대단위 동지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들끼리 “정말이지 우리는 복 터졌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재능동지들이 열심히 싸우기 때문에 연대대오가 붙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송구스럽고 참 고맙다.
하나 바라는 것은 학습지노조의 재능지부 투쟁을 단순한 임금투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명박 정권은 건설노조,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그 탄압의 공세를 가해오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10여년의 투쟁을 누르려는 것이다. 노동자로서 완전한 노동3권 쟁취의 그날을 위해 학습지 노동자의 투쟁은 멈추지 않고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정리 :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