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투쟁과 촛불투쟁의 결합을 위하여
[편집자 주]촛불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온 촛불시민들은 현 상황을 촛불이 사그러든 것으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오히려 촛불은 진화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광우병으로 모였던 시민들은 보다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투쟁을 확장하고 있으며, 보다 의식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의 필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반이명박전선은 공안탄압 분쇄투쟁으로, 뉴라이트 반대투쟁으로, 언론공공성 사수투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저지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반이명박전선을 체제를 문제 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기륭과 강남성모병원에서 보여준 이들의 헌신적인 연대는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에게 자극을 줄뿐만 아니라 반성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그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촛불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세 명의 ‘촛불’은 대학생으로 현재 「촛불연행자들의모임」 카페 운영자인 Normalizer(닉네임)님, 회사원으로 8․15 평화행동단 단원인 이호우님(닉네임 호리), 현재 「비정규직투쟁 승리를 위한 동행」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빠숑(닉네임)님이다.
(인터뷰 정리 : 정원섭)
▷ 촛불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Normalizer : 예전에는 생각이 행동을 불러일으킨다고 믿었지만 최근 몇 개월을 통해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행동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행동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은 반쪽짜리일 수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 같은 것은 몸소 느끼지 않은 사람이 절대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직접 당해본 사람만이 비로소 그 폭력적 본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촛불들이 비정규직 집회에 참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심각성을 더욱 이해하고 배우게 되는 거라 본다.
이호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믿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촛불은 온 국민의 호응을 받는 역사적 저항이고 그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은 설레는 경험이다. 비정규직 문제처럼 다양한 이슈로 싸우는 다양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빠숑 : 촛불항쟁이전부터 이명박과 한나라당, 뉴라이트는 친일세력의 잔재들로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왔다. 이기적 삶을 버리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 정의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더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함께 투쟁할 많은 동료들을 만나 기쁘다.
▷ 5월부터 시작된 촛불운동에 대해 평가해 달라.
Normalizer : 촛불이 더 전진하지 못했던 것은 투쟁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이 문제였다. 이명박 퇴진운동을 공언했던 광우병 대책위는 투쟁목표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고, 시민들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호우 : 숫자가 줄었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저항운동을 통해 젊은 활동가들이 발굴되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자유로운 촛불이 이제는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영역에서 운동에 나서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애국촛불전국연대를 갈등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둘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으며,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검증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빠숑 : 촛불들이 급한 측면이 있다. 운동은 현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이기적인 자신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가투만으로는 안 되며, 시민들 속에서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저항을 이끌어내고 저변화 시켜야만 한다. 시민들의 투쟁을 사회적 이슈화시키는 것과 이명박을 압박하는 것이 함께 병행되어야만 한다.
▷ 촛불운동에 집중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Normalizer :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데 촛불에 결합하면서 어려움이 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할 분들에 비한다면 어려움은 덜하다.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투쟁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빠숑 : 함께 하는 촛불들 가운데는 5개월 동안 생계를 포기해온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분들은 생계문제는 감수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길거리에서 자면 된다. 활동하기 위한 차비와 휴대폰비만 있으면 되는데 그것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촛불운동을 통해 그러한 삶은 훈련되었다.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활동비가 부족해서 투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보는 것이 안타깝다.
▷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Normalizer : 오늘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많은 촛불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촛불은 광우병 때문에 시작했지만 촛불에서 외쳐지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이명박 정부가 문제지만, 다른 대통령이 되더라도 비정규악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문제는 또다시 발생한다. 촛불의 주요 의제는 이명박 퇴진, 뉴라이트 반대, 조중동 폐간, 한나라당 해체 이 네 가지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직접 사는 문제이고 내 지갑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이명박이 물러나더라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지 의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구체적인 형태중 하나인 비정규직문제와 같은 보다 삶과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집중해야만 한다.
이호우 : 신자유주의 혹은 자본주의를 악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그것을 듣지 않고 깡패를 동원하여 탄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정당한 저항을 지지하고 탄압에 맞서 함께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빠숑 :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는 것은 시대적인 부름이라고 생각했다. 기륭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면서, 처절한 투쟁을 보았다. 그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힘을 보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하는데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었고,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고 싶었다.
▷ 노동자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Normalizer : 촛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투쟁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연대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촛불들의 투쟁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참여해서 비정규직 철폐하자와 같은 구호를 외쳐주었으면 좋겠다. 촛불들이 보다 삶과 직결된 문제들로 관심을 갖도록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호우 : 계급투쟁적인 구호보다는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요구를 이슈화 시켰으면 한다. 비정규직 철폐나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것이 그것이라고 본다. 계급투쟁적인 구호는 시민들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빠숑 : 시민들은 얻어터지고 연행 당하는데, 노동조합활동가는 보이지 않는다. 기륭에서 연행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촛불들이었다. 그것은 노동조합활동가들이 책임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권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연대하는 마음에서 활동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