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노동자 - 불신임 투쟁 승리로 다시 일어서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도 전부터 이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창의조직이란 이름으로 ‘선진화’를 추진하여 올해 4월 강행하였다. 공사의 공격 앞에 5800여 조합원을 거느린 노동조합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 현재 공사는 서울지하철이 8월 분사화 입찰공고를 낸 뒤를 좇아 ‘희망퇴직’과 자회사 분할을 진행시키려 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의 책임을 물어 집행부 불신임 조합원 총투표를 8월 26일부터 4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철도 노동자들은 지금 다시 일어설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고 말 것인가? 하는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4월 14일 구조조정 이후 도시철도 현장
4월 14일 사내 인력풀로 800여 명을 내쫓고, 현장 사업조직을 대폭 축소 통폐합한 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업무상의 공백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공사는 구조조정을 더 한층 밀어붙이고 있다.
인력풀로 쫓겨난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만두더라도 인간답게 대우받고 그만두고 싶다”며 불만과 체념 사이를 오가며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다, 이제 막 입사한지 2-3년 된 하위직급들은 특별한 업무가 없는 ‘해외사업추진단’ 같은 허황된 TF 소속으로 배치되거나 곧 자회사로 분리될 PSD(스크린도어) 추진단으로 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장이 공황 상태에 휩싸이고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마구 들리는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필요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불만은 체념으로 변하고 있다.
인사폭거 이후 집행부의 행보
창의조직 시행일인 4월 14일은 도시철도 노동조합 집행부의 ‘사망선고 날’이다. 4월 14일 인사발령으로 높아진 불만을 제대로 조직할 수 없었던 집행부는 단 한번의 조합원총회를 형식적으로 개최하고, 이후 투쟁을 포기하면서 스스로 현장 조직력을 갉아먹고 있다.
마침내 집행부는 사측에게 구조조정을 대폭 수용하는 ‘최종요구안’을 건네는 한편, “노사평화 선언” “7호선 연장구간 인력충원 포기”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서울모델(서울시 노사정 협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고서는 직능별 갈라치기와 조직 분열 유도를 통해 노동조합 내부의 불만과 반대를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전투적이었던 역무 승무 본부를 고립시켰고, 승무 노동자의 신체검사 거부투쟁을 승무본부와 정반대의 지침을 내림으로써 무력화 시켰다.
도철 민주파의 행보
작년 8월 21일 창의조직이 발표되고 임기시작부터 투쟁을 앞장서서 벌였던 역무, 차량, 승무의 민주파 본부 집행부는 07년 하반기의 투쟁 고양기에 조합원을 조직하는 데 실패했다. 노동조합 권력과 체계만을 이용하는 데 익숙했던 민주파들은 결국 2월 1일 파업전야제까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는 2월 1일 합의서 부결운동에 활동가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하였고, 결국 부결로 조합원들을 묶어세워 투쟁으로 인도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부결선동 실패 이후 본조 집행부는 자신들의 노동조합 중앙권력 유지를 위해 승무 역무 본부장을 공격하였다. 민주파들이 이에 대한 대응에서 조합원들을 믿지 못하고, “대안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민주파 내부에서 소수가 연석회의를 이탈하고 본조의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불신임 성공으로 도시철도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가?
도시철도 민주파 활동가들은 상황에 밀려 불신임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상 노동조합 중앙은 구조조정을 합의 하였고, 현장은 파괴되고 노동조합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었지만 어쨌든 불신임 공대위를 조직하고 불신임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처음 예상과는 달리 44%라는 적지 않은 조합원의 서명을 이끌어내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번 불신임 투표는 도철의 미래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불신임 투쟁 조직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민주파들이 개별로 고립되어 상시적 결집을 이루지지 못한 채 노동조합 공식조직에만 기대어 활동하는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과연 도시철도 노동자와 민주파들은 이 벽을 넘을 수 있는가?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