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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원래 이기적인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는 항상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반박이 뒤따른다. 자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의 노동자들도 평상시에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
노무현의 최측근이었던 최도술 비리사건, SK 비자금 사건 같은 추악한 비리사건이 권력과 자본의 핵심부에서 터져도 ‘인간은 원래 욕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배자들은 핑계를 댄다. 9․11테러,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중동지방의 대미(對美), 대영(對英) 테러 등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전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테러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발발해도 지배자들은 ‘사람의 몸에는 싸움을 좋아하는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종처럼 부리고 남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자들을 성희롱 대상쯤으로 여겨도 ‘사람은 본래 남 위에 군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노총, 금속연맹, 단사 노조의 관료들이 투쟁을 회피하고 협상에 연연했던 것도 ‘편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문제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서 비롯되는 셈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인간의 근본 한계를 한탄하면서,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착취와 억압이, 부정부패와 비리가, 사기와 협잡이, 야만적 폭력과 전쟁이, 차별과 멸시가, 타협과 굴종이 정말 ‘변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것들은 그 누가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그 어떤 세력이 사회를 운영하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경우 착취와 억압, 전쟁, 차별, 배신과 굴종이 전혀 없는 노동자 세상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처럼 공상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본가들이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논리를 노동자들의 뇌리 속에 끊임없이 주입하며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고정불변한 인간의 본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란 시대와 역사적 조건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며, 만약 ‘이기적 본성’이 지금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그것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일 따름이다.
가령 조선 시대처럼 몸종, 하인, 천민 제도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 때문으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천민이 될 천성을 지녔고, 어떤 사람들은 양반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똑같은 인간인데 천민의 씨가 따로 있고, 양반의 씨가 따로 있단 말이냐’라며 항거했던 노비들은 하늘(자연)이 정해준 질서를 거역하는 반역자들로 낙인찍혀 처형당했다. 이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은 높은 사람과 보잘것없는 사람을 만드시고는 분수에 맞게 살라고 하셨지’라는 찬송가 가사도 있다. 이처럼 서양에서도 오래 전에는 노예와 노예주, 왕과 백성으로의 분열이 하늘의 뜻으로 절대 거역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때가 있었다.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노예주인을 ‘자연적으로 지배적인 요소’로 노예를 ‘자연적으로 피지배적인 요소’로 간주하여, 노예제도를 인간의 본성에 맞는 자연적 제도로 바라보았다. 이렇듯 ‘인간 본성’이란 규정은 늘 억압자들 또는 그들의 변호인들의 마음에 쏙 드는 핑계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굳이 따진다면 먹고 마시고 자고 노는 것은 시대와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구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의식적이고 창조적이며 사회적이라는 것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이 정도 지식으로는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지식으로 우쭐대며 인간에 대해 논하는 자들이 있다.
동물적 본능을 이기주의로 볼 수 있는가?
자본가들은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우기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이 남을 생각하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노는 것을 예로 들기도 한다. 아마 이처럼 어리석고 천박한 근거도 없을 것이다. 아직 동물적 본능 수준에 머물러 있는 어린 아이는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먹지만 오직 위(胃)의 크기가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만 먹을 뿐이다. 자본가들처럼 평생 동안 배가 터져라 먹어도 엄청나게 남을 만큼의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도 절대 만족하지 않고 쉴새 없이 노동자를 쥐어짜며 배를 불리는 극악한 ‘이기주의적’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뼈만 앙상하게 남고 눈이 퀭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쥐꼬리만한 임금조차도 떼어먹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하청업체 자본가들,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노동자 회유, 내부 분열, 노조 파괴를 위해 눈알을 굴리는 사장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간지, 주간지와 방송, 교육기관으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는 철저히 봉쇄하려는 자본가와 그 정부의 비열한 행동에 대해 어찌 어린아이의 본능적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성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저 동물적으로 목숨만 이어갈 뿐 아니라, 인간답게 살려면 서로 사귀고 정을 주고받고 사랑하고 어느 정도 자유를 누려야 하며 정신적 만족감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육체적, 정신적 욕구들은 이기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끊임없이 배를 불리는 자본가의 ‘이기주의’는 먹고, 자고, 사랑하고,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자들 속의 이기주의 역시 가난과 실업의 거대한 압력과 함께 자본주의 언론과 교육기구 등이 불어넣는 이데올로기적 세뇌와 자본가의 분열책동의 결과물일 뿐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추악한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들끓는 불만과 분노가 자신들을 겨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착취와 억압의 사회제도가 만들어낸 특정 시기의 욕구’와 ‘인간 사회의 기본 특징을 반영하는 항상적인 욕구’들을 교묘하게 뒤섞어버린다. 인간의 기본 욕구들은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착취와 억압의 사회제도와 그로부터 나온 이기주의는 인간 역사의 일정한 발전단계에서 탄생했듯이 어떤 새로운 단계에 이르면 반드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기주의는 사회적, 역사적 산물이다
그렇다면 이기주의란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탄생하며 성장하고 지배하게 되는가? 인간이 원숭이에서 처음 진화하여 원시공동체 사회에 있었을 때에는 모두 함께 노동하여 그날 획득한 것은 그날 먹어치우는 식이었다. 그래서 먹이가 없을 때는 서로 싸우는 동물적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 배를 두둑이 채우고도 다른 사람들을 계속 굶주리게 하는 오늘날의 자본가들과 같은 이기주의적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또한 함께 노동해서 함께 분배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네 것, 내 것’이라는 소유관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기주의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다. 가령 미국 본토에 원래 살던 원주민이었던 모히칸 족의 경우, ‘우리’라는 단어는 있지만 ‘나’라는 단어는 없었다. 이는 원시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부족들에서 공히 확인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모히칸 족의 용맹성과 의리가 탄생했다. ‘나’라는 개념이 없고 오직 ‘우리’라는 개념만이 있었기에, 즉 공동체 말고는 다른 생존의 길을 알지 못했기에 모히칸 족에게 동료의 죽음과 공동체의 파괴는 곧 자신의 죽음에 다름 아니었다. 따라서 그들은 유럽 이민자들이 보낸 정복부대에 맞서 마지막 한 명까지 싸우다가 죽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의 용맹성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만 ‘용맹한 것’이었지, 그들에게는 단지 일상적인 생존 방식으로서 ‘아주 당연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시공동체에서 일어난 생산력 발전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인간의 생산능력이 발전하여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살 정도를 넘어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이것을 관리할 사회지배층이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 인간의 이기주의가 탄생했다. 다른 사람의 노동생산물을 독차지하며, 노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분리되어 그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들이 탄생하여 자신을 먹여 살리는 생산자들을 억누르기 위해 무장병력과 감옥 같은 억압질서를 만들었을 때, 즉 사적 소유와 계급적 불평등, 국가가 발생했을 때 이기주의도 그와 함께 탄생했던 것이다.
이기주의의 탄생은 초기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진보를 반영했다. 하나는 원시공동체의 극히 낮은 생산력 수준을 넘어서서 더 높은 생산력 단계로의 도약을 반영했다는 측면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가난을 극복하고 예술과 문화, 과학, 정신적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물질적 기초를 발전시켰다. 다른 하나는 ‘우리’로부터 ‘개인’이라는 요소가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측면이다. 처음으로 개성을 가진 독립적 인간들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는 분명 사회적 진보였다. 그 이전에는 인간의 삶은 그가 태어난 부족과 성, 씨족 등의 혈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바로 이 원시공동체에서 태어나면서 배정받은 역할에 복무해야 했다. 여기서는 혈연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고,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당시의 이기주의는 어쨌든 인간 개인의 자주적 발달과 권리 의식의 향상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기주의는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동반하기는 했지만, 특정한 역사적 발전단계의 산물이었고, 일정한 시기에는 진보를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이기주의는 점차 긍정성을 잃고 부정적 역할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착취의 강화가 그 대표적 표현이었다.
인간을 노예로 사고팔았던 노예제 시대, 신분적 예속에 기초해 농노들에게 강제노동을 시켰던 봉건제 시대로 넘어오면서 지배자들의 이기주의는 더욱 발전해갔다.
자본주의에서 이기주의는 극대화된다
노예제, 봉건제 시대의 이기주의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의 이기주의에 비하면 큰 도둑 앞에 서 있는 좀도둑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주의에서는 한줌 자본가들이 기계설비, 공장, 건물과 같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입각해 돈벌이(이윤증식)를 위해 생산한다. 그래서 자본가들의 탐욕엔 끝이 없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건강도, 안정도, 목숨도, 노동자 가족의 화목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한대의 이윤증식을 목표로 노동자들의 피땀을 쥐어짜며 맹렬히 돌진한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산재사고, 과도노동, 비정규직과 실업의 확대, ‘일하는 빈곤층’의 증가 등은 모두 이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는 또한 자본가들 간의 격렬한 경쟁을 특징으로 한다. 경쟁은 대자본이 소자본을 수탈하고, 초거대자본이 대자본을 쓰러뜨리며 거침없이 진행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될 때는 ‘계급적 형제’로서 단결해 대항하기도 하지만, 철천지원수들로서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자신이 사는 경쟁의 정글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사돈(경쟁자)이 잘 될 때는 배가 쓰리고’, ‘다른 기업이 쓰러지고 죽을 때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비인간적 이기주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경쟁자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라면 스파이 침투, 비열한 사기, 악선동, 엄청난 돈을 쓰레기처럼 내다버리는 광고 공세 등 온갖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또한 자본가들의 이기주의는 자본가 정치인들의 이기주의로 그대로 이어진다. 오직 개인적 출세와 경제적 이권만을 추구하며 오늘의 동지를 내일의 적으로 삼고, 자신이 충성해왔던 상사와 가까운 동료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파렴치한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왜 이기주의가 나타나는가?
자본가들은 이기주의를 노동자들 사이에도 불어넣는다. 우선 자본주의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경쟁은 자본가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또한 서로 분리시키고 대립시킨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 ‘나라가 살아야 노동자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구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만약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극복하는 전망을 추구할 수 없을 때, 노동자들은 자본 사이의 경쟁에 목숨을 저당 잡힌 포로로 전락한다. 일자리 보존을 위해 자기가 속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일하면서 타 기업 및 타국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기업별로, 나라별로 쪼개놓는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자본가에게 고용되어야만 먹고살 수 있는데, 자본가들은 일자리를 놓고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로,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로, 외국인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로 갈라놓는다. 그리고 자본가 언론방송은 온갖 방식으로 이기주의를 불가피한 것으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이기주의적 인간형을 미화한다. 이렇게 해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이기주의, 단사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남성 우월주의, 개인주의, 가족 이기주의와 같은 각종 이기주의를 불어넣는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 속에 이기주의를 워낙 다양한 형태로, 워낙 뿌리깊이 주입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잘못된 편견은 노동자들의 뇌리 속에서도 아주 질긴 생명력을 갖고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개인을 희생하면서까지 노동자집단과 전체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위대한 투사들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별종’ 취급을 하는 일도 발생하게 한다.
이기주의를 뿌리뽑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힘
이기주의가 탄생한 역사적 이유가 있었듯이, 이기주의가 극복될 수 있는 역사적 이유가 형성된다면 마땅히 이기주의는 다른 가치 앞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노동의 성격이 개인적 노동에서 집단적 노동으로 완전히 바뀌고, 노동의 사회적 연결망이 세계적 차원에서 짜이면서, 또한 노동하지 않는 소유자들이 생산을 좌우하고 생산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을 독식하면서 이기주의는 철폐되어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이기주의는 노동에 따른 정당한 분배와 생산수단에 대한 공동의 사회적 소유와 운영에 입각한 공동체주의에 의해 대체되어야 마땅하다. 단, 이 공동체주의는 과거 원시적 공동체주의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첫째, 새로운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개성과 의식성, 자유에 바탕을 둔 관점이다. 여기서 공동체를 이루는 성원들은 혈연적, 지역적, 신분적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그들은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결의와 확신에 입각해 공동체를 구성한다. 둘째, 이 새로운 공동체주의는 빈곤과 가난, 원시적 상태를 기반으로 한 관점이 아니다. 여기서 공동체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이며 세계적으로 발전한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적, 문화적 토대에 기반을 둔다. 육체적 생존 자체가 아니라 인간적 가치와 개성, 자유, 희망 등을 실현하는 것이 이 공동체의 목적이 된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가 이 사회의 깃발이다. 이제 문제는 과연 누가 이기주의를 넘어서서 공동체주의를 선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노동자들만이 객관적으로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먼저, 노동자들은 나날이 확대되는 거대한 사회적 생산에 동참하면서 단결과 협동을 자연스런 삶의 원리로 받아들인다. 이 점은 개인적 생산, 개인적 생활방식, 개인적 사고에 익숙해 있는 소(小)소유자들과 노동자들을 확연히 구분해준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모든 부를 생산하면서도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산자’다. 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로서 하나의 억압 형태를 다른 억압 형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억압 형태를 쓸어버릴 수 있으며, 그럴 때에만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인을 착취하는 자본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공동소유로의 전진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특정 소수 착취자들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 때문에 착취당하며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생산의 주역으로서 사회의 압도적 다수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무서워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없앨 수는 없다. 자본가의 이윤 자체가 노동자들의 노동으로부터만 탄생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힘이 강화됨에 따라 마찬가지로 힘이 강해지는 유일한 생산자 계급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연대와 평등이 넘치는 공동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막강한 잠재적 힘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주의는 노동과 투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나간다. 열사들의 분신이 잇따른 뒤에 비록 노조 관료들은 투쟁을 회피했지만, 노동자 투사들과 선진노동자들은 열사와 천만 노동형제들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갖고 계급적 연대투쟁과 비타협적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분투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다음의 사실이 분명해진다.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이기주의, 개인주의, 남성 우월주의와 같은 이기주의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자들을 그렇게 길들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창출하며 노동자들의 협동을 강화시키는 내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적 모순은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지속될 것이지만 결국 자본주의와 함께 종말을 고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공동체 사회에서는 이기주의 또한 계급적 불평등, 사적 소유, 국가와 함께 ‘역사의 박물관’에 처박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 사회에서는 자기 배를 충분히 채우고도 다른 사람을 굶주리게 하는 것과 같은 이기주의적 행동은 아직 자본주의 잔재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자들 또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며,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사람 또한 바뀐다는 것이며, 나아가서 사람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다른 길은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다름 아닌 인간들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파업을 생각해보라. 파업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형제애와 집단적 결속, 계급적 연대감은 고양된다. 수천의 파업을 하나로 응축시키고 질적으로 비약시켜 놓은, 노동자들의 거대한 전 사회적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낡은 지배자들의 사회를 쓸어버릴 뿐만 아니라 ‘이기주의’처럼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낡은 사회의 찌꺼기들을 깨끗이 씻어낼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공동체적 인간형을 완전하게 탄생시켜 놓을 것이다. 선진노동자들은 이런 공동체적 인간형을 먼저 실현하면서, 노동대중을 그런 방향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자 선구자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창출된 변혁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그리고 공동체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이기주의를 몰아내기 위한 지속적인 사회적 노력 속에서 완전한 의미의 공동체 사회는 세계적으로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새로운 공동체는 외칠 것이다. 과거 사회의 산물인 이기주의는 완전히 분쇄되었다. 이제 자유로운 인간들의 자발적 공동체라는 새로운 원리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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