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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운동
“노숙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보여주는 노동운동의 미래
노숙자가 가장 많은 자본가의 도시
백악관. 펜타곤. 세계 정상들의 회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들. 각국의 대사관.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싱턴이라는 지명에서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들이다. 여기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우월함”과 “화려함”이다. 이 이미지는 워싱턴이 실제로 세계자본주의의 군사, 정치, 경제, 금융, 외교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오늘날 워싱턴은 하나의 지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승리와 번영의 상징이다.
자본가들은 이 도시를 통해 자본주의의 황금빛 미래만을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본가언론이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 이 카메라의 앵글을 조금만 벗어나보자. 그러면 곧바로 전혀 다른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숙자가 살고 있는 곳. 심지어 이들 중 상당수는 신원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되고 있는 도시. 이것이 워싱턴의 또다른 모습이다.
노숙자 -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
자본가들은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그런다고 진실이 사라지겠는가.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약 30%는 미혼모다. 이들은 하루에 두끼의 식사를 걱정해야 하고, 겨울밤이면 잘 곳이 없어 거리에서 얼어죽어야 한다. 이처럼 워싱턴의 “우월함”과 “화려함”의 이면에는 “가난”과 “비참함”이 낙인처럼 따라 다닌다. 가장 우월한 지배자들과 가장 비참한 노숙자들의 공존!
물론 이런 노숙자들이 비단 워싱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발달한 자본주의 나라의 발전한 도시에는 노숙자, 거지, 부랑아가 우글거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서울역에만 공식적으로 5,000여 명의 노숙자가 생활하고 있으며, 서울에만 15,000여 명의 노숙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점에서 오늘날 워싱턴은 자본주의의 “비참함”과 “무능함”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상징적 도시인 셈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겨난다. “왜 사회의 부는 나날이 증대해 가는데도 노숙자는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특히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나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왜 가장 많은 노숙자가 발견되는가?”
자본가들의 낡은 견해에 따르면 대다수의 노숙자는 단지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자들이며, 일부는 그가 일할 의사가 있더라도 경쟁과정에서 도태된 무능력한 자들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노숙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개인들의 무능력과 게으름이다. 당연히 이런 설명은 자본가들에게 면피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에게 여러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자본가들의 주장은 “노숙자가 발생하는 진정한 원인은 자본주의 그 자체이며, 이들 노숙자의 대다수가 거리로 내몰린 ‘버림받은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물론 모든 노숙자가 노동자인 것은 아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일할 기회가 있더라도 결코 일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다. 심지어는 오랜 노숙생활의 결과로 강요된 것인 경우가 많다. 워싱턴 노숙자들의 행동은 이를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종종 사회보장제도의 도움을 거절하는데, 그 이유는 한번 사회보장제도 대상자로 낙인찍히면 이후 취업하고자 할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진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노숙자들의 모습은 어떻게든 일할 기회를 붙잡으려고 몸부림치는 자주적 인간의 모습이지, 결코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의 모습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무능력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진정한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에 있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무정부적 경쟁에 나선다. 그러나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시장은 포화상태로 치닫고, 소화불량에 걸린 시장으로부터 이윤을 회수하지 못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메꾸려 한다. “정리해고”든, 이른바 “희망퇴직”이든, 어떤 명분으로라도 노동자들은 거리로 쫓겨난다. 지난 IMF 관리체제 시기에 갑작스럽게 노숙자들이 늘어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이처럼 노동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막대한 부를 챙긴다. 오늘날 미국사회는 90% 이상의 사회적 부가 단 5%의 자본가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을 만큼 빈익빈부익부 경향이 심화된 사회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나라인 미국에서 가장 많은 거지를 발견하는 것은 더이상 새롭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를 쓸어내지 않는 한 노숙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량주의 노동운동의 부산물
그렇다면 단지 이 자본주의의 모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없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분명 노동자들의 처지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하나의 조건이지만, 이 조건은 동시에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투쟁해야 할 이유가 된다. 즉 자본가들의 공격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낳는다. 만약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에 맞서 단결하고 연대한다면, 그럼으로써 “사회의 압도적 다수에게 가난과 비참함을 강요하는 저 자본가들의 지배를 계속 참을 것인가?”를 제기하며 흔들림 없이 싸운다면 노동자들은 해고나 임금하락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을 때에만 상황은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 점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숙자의 존재는 다른 한편으로 투쟁하지 않는 미국의 개량주의 노동운동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노동자들이 희생되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따위 지도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껏해야 약소국에 통상압력이나 가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그런 개량주의 지도자들을 계속 방치하는 한, 미국 노숙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 미국의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아직 이 모순이 미국자본주의라는 살갗을 뚫고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국노동자들은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 야만사회로 굴러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타산지석
미국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관료화되고, 자본가들에게 종속된 채 조합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개량주의 노동운동이 한국노동자들을 장악한다면 우리 역시 가망없는 추락의 길로 끝없이 떨어질 것이다.
최근 자본의 모순은 더욱 격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더욱더 빈곤을 강요받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권력임을 표방한 남미의 개량주의 정권 역시 자신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이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거스르지 못할 정도로 위기는 격화되었다. 이것은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태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 전교조에 대한 태도 등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노무현정부는 등장한지 6개월도 안되어서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방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위기에 직면해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공격은 더 거세질 것이다. 추락할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이것은 한국노동자들에게도 던져진 절박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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