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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세계노동절 : 국제반전운동과 노동운동의 미래
2003년, 세계노동절이 다가왔다!
113주년에 이른 올해 세계노동절은 최근 폭발적으로 전개된 국제반전운동의 물결 한가운데 놓여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노동절에 우리는 전세계 모든 노동자들이 국경과 인종, 피부색, 언어, 성별의 차이를 넘어 노동자계급으로서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라크 약탈전쟁 반대를 기치로 펼쳐진 국제공동행동 속에서 이 진리는 더욱 선명하게 증명되었다. 노동자는 하나다!
새로운 시대, 다가오는 기회
한국의 경우 국제반전운동과의 결합력은 물론 객관적으로 대단히 미약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노동자계급의 결합정도는 매우 취약했으며, 현재 유일한 노동자계급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사실상 이 투쟁에 기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시기 국제반전운동이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근의 반전운동은 국제노동운동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노동운동이 어떻게 전진하고 있으며,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 민감하게 포착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곧 “우리의 시대”이며, 다가오는 기회는 곧 “우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잠재력
최근의 반전운동은 전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이 기나긴 동면의 시기에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고,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2백만, 3백만 노동자들이 참가하는 총파업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해진다. 수십만, 수백만 명의 시위대가 대도시 한복판을 행진하고 있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최근의 반전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계급적 잠재력, 자신감, 조직력과 투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수백만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시가행진 장면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꿈꾸기 힘든 장면이다. 그만큼 최근의 상황은 극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
잠재력을 해방시켜야 한다
근래의 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이 지닌 거대한 잠재력의 일부가 살짝 드러나기는 했지만, 잠재력은 여전히 잠재력일 뿐이다. 모든 비관과 복종의 습관으로부터 잠재력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럴 때에만 노동자계급의 잠재력은 실제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역동적인 투쟁력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일련의 극적인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노동운동의 발걸음은 낮은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점에 눈감아서는 안될 것이다. “국제공동행동”의 깃발 아래 전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일시키기 위한 소중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 공동행동의 전망 또한 통일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극히 다양한 경향들이 하나의 운동안에 뒤섞여 있다. 더욱이 이 경향들은 근본적이고 건설적인 지향 대신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 등 소극적인 지향을 채택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것은 현제 국제노동운동이 돌이킬 수 없이 새로운 전진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전진이 확고하고 대담하며 일관된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현상황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의 객관적 위기 자체가 노동자들을 투쟁의 길로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밀어부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점차 자신감과 힘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복구과정은 아직 철저하고 전면적인 방식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자본가들은 우연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위기의 늪으로 빨려들어가는 자본가들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가차없이 전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공격의 칼날을 미친듯 휘두르고 있다.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투쟁에 나서야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현상황의 가차없음을 충분히 이해하면 할수록 투쟁대열로 합류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투쟁대열의 확고함과 대담함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 그리고 우리의 다음 발걸음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 바로 그것이 현시기 국제노동운동의 첫번째 과제다.
한국노동운동과 노동절 정신
국제노동운동의 진로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노동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뭇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국제노동자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자본가사회에서, “먼 나라 이야기”란 있을 수 없다. 국제적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가 될 것이며, 국제노동운동의 전진방향은 곧 한국노동운동의 전진방향이 될 것이다.
노동절 정신이란 다름 아니라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정신이다.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전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다가온다! 전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걸고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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