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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1917년 8월투쟁과 공장평의회운동의 교훈(1)
1917년 8월투쟁 - 이탈리아 공장평의회운동의 출발점
1차 세계대전의 피비린내가 전세계를 휘감고 있던 1917년 8월,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자동차공장에서는 이후 4년 동안 이탈리아를 휩쓸 “희망의 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운동은 노동자들에게는 타락한 자본주의와 끔찍한 전쟁으로부터 자신과 인류를 구원할 희망의 운동이었다. 그러나 자본가들에게는 거대한 공포였다. 우리는 이 운동을 공장평의회운동이라 부른다. 공장평의회운동은 비록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분명하게 입증했다 : 자본가들이 없어도 이 세상은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 ; 노동자들 자신에 의한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생산과 분배 및 사회의 운영이 가능하다! 그것은 또한 이 시대에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의 근본 원인이 자본가들의 착취질서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이 운동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발목에 채워놓은 임금노예의 족쇄를 깨고 노동해방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다. 공장평의회운동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노동운동을 조직해야 하는가를 생생하게 가르쳐준다. 이것이 이 운동을 검토하는 이유다.
이탈리아 공장평의회운동의 출발점에는 1917년 8월투쟁이 있다. 8월투쟁에 대한 검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8월투쟁의 전개과정
1917년 초의 몇 달 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수많은 노동자투쟁들이 전개되었다. 전시상황 속에서 식량은 부족했고 물가는 급격하게 인상되었다. 이에 따라 우선 주로 섬유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그때 해외로부터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진다.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 짜르군주를 몰아내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이탈리아노동자들의 가슴에도 번개처럼 내리꽂히며 계급적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우리도 러시아처럼 해보자!”는 생각이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물결쳤다. 연일 거대한 연대파업과 가두시위가 토리노를 휩쓸었다. 자본가들은 유혈진압으로 맞섰다. 그러나 그런 탄압은 노동자투쟁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1917년 5월, 토리노 시장은 노동자들의 대규모파업에 맞서 토리노 지역을 “전쟁구역”으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일부 투사들은 동료노동자들에게 “다음에 모일 때는 경찰에 대항하기 위해 권총을 갖고 오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봉기를 향해 나아가자! 폭탄을 들자!”는 식의 격렬한 주장을 폈다. 이 주장들은 실제로 이런 행동을 조직하기 위한 어떤 진지하고 구체적인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말은 토리노와 이탈리아의 다른 많은 도시들에서 노동자들의 상상력을 장악했다. 1917년 8월, 자본가들은 또다시 식량 공급을 중단했다. 토리노의 노동자들은 “전쟁 반대!”, “빵을 달라!” 등의 요구를 내걸고 자발적으로 봉기를 일으켰다. 이들은 노동자 중심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시의 중심부를 향해 진격했다. 이 투쟁은 나흘간 계속되었다. 유혈진압에 의존하던 자본가들은 기관총과 탱크로 중무장한 군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자본가들은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을 감옥에 집어넣거나 전쟁터로 끌고 갔다. 이렇게 해서 8월투쟁은 진압되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런 폭력적인 탄압으로도 이탈리아노동자들의 투쟁대열을 해체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8월투쟁과 그것의 패배는 이탈리아노동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진지한 노동자투사들은 8월투쟁에서 토리노노동자들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이 거대한 전진을 지도할 수 없었던 노동자당(당시 이탈리아의 사회당)의 허약성을 보았다. 노동자투사들은 노동대중의 거대한 투쟁을 일관되고 단호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규율 잡힌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패배의 결과 지쳐 있었지만 여전히 무장하고 있었던 노동자들에게 체계적인 행동을 촉구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선진적인 노동자투사들은 러시아 소비에트의 이탈리아 판인 “공장평의회” 구상을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이미 공장 내에 조직되어 있었던 “내부위원회”라는 투쟁기구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시켰으며,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것이 1917년 8월을 전후한 상황이었다. 8월투쟁의 열기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것은 더 거대한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8월투쟁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노동대중과 선진적인 노동자투사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배계급 사이에서도 다음과 같은 확신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투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격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8월투쟁의 진정한 추진력은 무엇이었는가?
8월투쟁은 그 출발점에서 “전쟁 반대!”, “빵을 달라!”는 요구를 내걸었지만, 기존의 파업들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이 운동은 양보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자본가들과의 전투였다. 1910년대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위기와 전쟁의 시대였다. 세계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심각한 이윤창출의 위기에 직면한 자본가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 그리고 세계시장을 집어삼키기 위한 자본가들끼리의 전쟁! 그 길만이 자본가들 앞에 놓여 있었다. 자본가들은 “빵을 달라”는 노동자들의 초보적인 요구조차도 쉽게 들어줄 수 없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노골적인 폭력으로 답했다. 전쟁은 노동자들을 죽음과 굶주림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서로 화해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두 세력 사이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고, 노동자와 자본가 군대의 직접적인 전투상황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 운동은 1917년 러시아혁명의 영향력 아래 발전하고 있었다. 1910년대 중후반은 야만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혁명의 시대이기도 했다. 죽음과 파멸을 의미하는 이 야만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다. 자본가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처럼, 노동자들 또한 “자본가의 지배 아래 야만으로 굴러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노동해방으로 전진할 것인가?”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917년 2월 러시아노동자들은 낡은 봉건군주제를 무너뜨렸다. 10월에는 자본가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노동자들 스스로 사회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이 위대한 사건은 전세계 노동자들을 고무시켰다. 특히 이탈리아의 토리노노동자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어떤 진지한 준비도 결여한 일부 투사들의 격렬한 주장이 토리노와 이탈리아의 다른 많은 도시들에서 노동자들의 상상력을 장악한 것도 실상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러시아노동자들이 걸어간 길이 곧 자신이 걸어갈 길이라고 느꼈다. 자본가들의 지배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처지는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 “자본가질서”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열망을 러시아혁명은 이탈리아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각인시켰다. 또한 러시아혁명의 성공은 낡은 세계를 끝장내고 새로운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러시아처럼!” 이것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탈리아노동자들의 본능을 표현하는 것이다. 8월투쟁은 이런 이탈리아노동자들의 열망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단지 열망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었다. 이 열망이 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운동이 “조직되어야” 했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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