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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917년 8월투쟁과 공장평의회운동의 교훈(2)
그람시, 공장평의회운동의 위대한 지도자
1917년 8월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천방향을 제시한 사람은 그람시였다. 그의 눈에 8월투쟁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제끼는 서막이었다. 그는 이 운동을 러시아노동운동이 창출한 새로운 흐름과 결부시켰다. 노동자계급의 놀라운 잠재력과 역동성이 폭발하듯 솟구친 러시아의 경험에 대한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이탈리아 노동운동에 적용하는 창조적 시도가 이어졌다. 그는 “러시아의 노동자평의회(소비에트)에 비길 수 있는 것이 이탈리아에는 없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했다. 그 단초는 이미 등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각각의 공장들 내에 조직된 “내부위원회”였다. 하지만 그것은 러시아노동자들이 보여주기 시작한 “새로운 세상”과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가능성을 지닌 “작은 씨앗”일 뿐이었다. 이 작은 씨앗은 튼튼하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날 때에만 하나의 세상이 될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훈련되어야 하며, 새롭게 재조직되어야 한다고 그람시는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미래를 향해 대담하게 전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제 생산의 단순한 집행자에서 생산과정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이제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의 경계를 허물어버리고, 진정한 동료로, 새로운 세상의 건설자로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는 생산현장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기관”들을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직은 기껏해야 노동조합 소속의 노동자들 가운데서 대표를 선출하는 공장 내부위원회만으로는 건설할 수 없다. 아무리 규모가 큰 노동조합도 전체노동자의 일부만을 조직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인 노동자계급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너무나 협소했다.
그람시는 무정부주의자들이나 카톨릭계 노동자들까지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로부터 대표를 선출하는 조직의 건설을 제안했다. 이 조직은 더이상 임금인상 투쟁, 공장생활의 민주적 규제, 노동시간, 근로조건 개선만을 문제삼지 않는다. 이 조직은 자본가와 교섭하거나 협정을 체결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고, 자본가 대신 공장을 통제하고 운영한다. 다시말해 이것은 “노동자의 자치”이며, “새로운 질서”인 것이다. 이 수많은 공장의 자치가 전국적으로 연결될 때, 이것은 “노동자의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람시는 이 조직을 공장평의회라고 불렀다. 모든 권력을 공장평의회로! 이것이 그람시가 제안한 이탈리아노동자들의 새로운 행동방향이다. 토리노의 노동자들은 여기서 즉각적으로 응답했다. 1919년 공안유지를 명분으로 토리노에 군대가 배치된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이 새로운 운동에 열광적으로 뛰어들었다. 수많은 공장평의회의 사례들이 연구되고, 학습되고, 토론되었다. 1919년 9월에 피아트자동차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사바리노, 란티아 회사를 포함하여 3만이 넘는 금속노동자가 공장평의회를 건설했다. 그람시는 《신질서》에 실린 <토로노 공장평의회운동>이라는 글에서 공자영의회운동의 위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대중운동의 기구를 한 손에 장악하고 있었던 사회당 지부의 지시 하에 공장평의회는 아무런 준비작업도 없이 경영에 의해 온갖 부서로 분산되어 있던 12만의 노동자를 1시간만에 동원했다. 1시간 뒤에는 노동자부대가 눈사태처럼 시의 중심부로 밀려들어 거리에서, 광장에서, 국가주의적 군국주의적 무리들을 일소해버렸다. ”
이렇게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이탈리아의 소비에트였던 공장평의회 건설로 나아가고 있었다.
기회주의 지도자들의 배신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의 유일한 대중적 노동자당이었던 이탈리아사회당과 노동조합의 개량주의 지도자들은 이 거대하고 새로운 대중운동을 외면했다. 그들은 이 운동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투쟁하는 대중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사회당 내에서 우익 개량주의 진영의 지도자였던 도우라티는 공장평의회운동을 “말의 기적, 허무맹랑한 공상”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자는 모든 현장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참여에 의해 조작된 진정한 노동자민주주의의 표현인 공장평의회운동을 “미조직노동자나 파업파괴자까지 섞여서 멋대로 한 표씩 던지는 수법”이라고 비웃었다. 물론 이는 오직 조직노동자들의 부분적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는 편협한 조합주의적 논리에 불과하며, 노동해방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사실상 반대하는 논리다. 이들 우익 개량주의자들은 사회당을 조합주의에 기초한 선거주의 정당으로 몰아가고자 했다.
이와는 반대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노동자들의 열망을 지지했지만,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좌익 기회주의자들도 있었다. 이들 또한 공장평의회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운동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끝장내지 않고 생산현장에서 통제권을 획득함으로써 해방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산현장에서 완성되는 것이며, 현장에서의 조직적 활동과 분리된 선거구 활동으로는 결코 노동자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사회당 내에서 이 운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던 세력은 그람시를 비롯해 아직 소수였다. 이것은 공장평의회운동이 가졌던 결정적인 약점들 중 하나다.
노동운동 내의 좌우 기회주의자들은 이 운동의 중대한 의의에 둔감했던 반면, 자본가들은 이 운동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직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운동이 결국 자본가들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점을 재빠르게 알아차렸고, 어떻게 해서든 이 운동을 괴멸시키려고 발악했다. 1920년 3월말 이들은 의도된 도발을 감행했다. 자본가들은 써머타임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곧이어 군대가 투입되었다. 화해할 수 없는 두 세력간의 투쟁이 불타올랐다. 드디어 4월 13일 공장평의회들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토리노의 노동자들은 고립되어 있었고, 그들 앞에는 자본가들의 기관총이 불을 뿜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10일 간의 치열한 싸움 뒤 노동자들은 패배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4월투쟁에서 이탈리아사회당과 노동총연맹은 토리노의 공장평의회운동을 철저히 외면했다. 만약 이들이 토리노 공장평의회운동에 대해 결연한 지지를 보내고 연대운동을 조직했다면 토리노 공장평의회는 고립되어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며, 급속하게 전국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 그람시는 다음과 같이 되받았다.
“토리노 노동자들은 지역적으로 졌지만 전국적으로 이겼다. 왜냐하면 토리노 노동자들의 대의가 전국 노동자들의 대의로 되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끝났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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