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투쟁은 사라지지 않아, 혁명이 필요해!”
공장폐업에 맞선 프랑스 노동자투쟁을 그린 소설, <산 자와 죽은 자>
쌍용차 자본은 15~20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일했던 현장 동료들을 “산 자”(정리해고당하지 않은 노동자)와 “죽은 자”(정리해고당한 노동자)로 갈가리 찢어놓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산 자”들을 파업현장으로 밀어 넣고 “죽은 자”들의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으라고 강요했다.
이렇게 야만스러운 자본의 모습이나 노동자들의 결사항전, 투쟁을 통한 각성과 노동해방에 대한 갈망은 국경을 초월해 어느 나라에서나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그렇기에 <산 자와 죽은 자>는 바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비롯한 한국 파업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탐욕스런 자본가들의 살인 해고
플라스틱 필름을 만드는 300명 규모의 코스 공장이 어느 날 거대한 폭우로 침수 위기에 놓인다. 노동자들에겐 재앙이지만, 자본가들에겐 보험금을 타고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따뜻한 침대에서 뒹굴고 있던 새벽에 노동자들은 동료를 잃는 아픔까지 겪으며 폭우로부터 공장을 지켜냈다.
하지만 코스 자본가는 독일 다국적기업한테 공장을 팔아넘긴다. 새로운 독일 자본가는 막대한 돈을 챙긴 다음, 회사가 어렵다며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인 100명을 해고하고, 그걸 관철하지 못하면 공장 문을 닫겠다고 선포한다. 어버이날에 정리해고 사형선고장을 보낸 쌍용차 자본처럼, 독일 자본가는 크리스마스 전에 해고를 완료하라고 명령한다. 사측은 노조의 저항을 최소화하려고 먼저 조기은퇴(희망퇴직)를 유도하고, 여성노동자들을 주로 해고하며, ‘회사 살리기’ 명분으로 상여금 반납을 요구한다.
코스 노동자들은 즉각 만장일치로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간다. 젊은 노동자들이 “단 하나도 양보하지 말고 버티자”고 외쳤지만, 노조 지도부는 폐업위협 앞에서 해고를 인정하는 쪽으로 미끄러진다.
최후의 결전
공장이 다시 가동됐지만, 독일 자본가는 공장을 다시 팔아치운다. 새로 인수한 미국 자본도 기술특허권과 사용권만 원한다. 결국 코스 노동자들은 회사가 법적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는 팩스 한 장만 달랑 받은 채 길거리로 내몰릴 지경에 놓였다.
또 다시 코스 노동자들은 파업과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지도부는 이번에도 해고수당과 재취업 대책마련 등 소심한 요구로 투쟁을 제한하고, 정부의 선처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루디를 비롯한 젊은 노동자들은 한 번의 좌절을 겪으며 많은 걸 배웠기에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 루디는 전투적 노동자들의 구심으로 우뚝 섰다. 그는 투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공장에 폭탄을 설치하는 등 공권력 침탈에 맞서 단호하게 배수진을 쳐야 하고, 노동자가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이를 동료들에게 설득시킨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노동자들과도 연대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조직한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이 폭력경찰을 앞세워 강력히 탄압하면서, 두 명의 노동자와 경찰 한 명이 죽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조 지도부는 직권조인으로 정부와 합의해버린다.
노동해방을 향해 전진하는 노동자
겉으로만 보면 투쟁은 처참하게 패배한 것 같지만, 루디는 “패배한 게 아니야”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루디는 감옥에서 아내한테 이렇게 편지를 썼다.
“감옥에서 나가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단호하게 싸워나갈 거야. 난 내가 정치범이라고 생각해. 자본가들은 자본주의가 다른 모든 체제를 결정적으로 누르고 승리했다고 주장하지.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가난해지는지, 부자들이 어떻게 더 부유해지는지를 볼 때, 난 혁명이 필요하고 절박하다고 생각해. … 저들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생각해 봐야 해. … [단호한 점거파업을 통해] 우린 새로운 역사의 장을 알리는 대포를 쏘았어. 또 다른 사람들이 그 뒷장을 써나갈 거야. 좀 더 운이 좋다면 우리도 그들과 함께 하겠지.”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