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고 빨리 반성해서 종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한 이수갑 선생 (사진=울산노동뉴스)
노혁명가의 절절한 외침!! 6월 5일 이수갑 선생 강연회에 다녀와서
산자의 도리를 다하는 것. 선배투사들의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고 이어가는 것. 시대의 어려움을 말하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끈기 있게 만들고야 마는 원칙과 투쟁의지. 이는 지난 6월 5일 울산에서 진행된 철도 명예조합원 이수갑 선생의 후배활동가들에 대한 간절한 당부의 말이다.
이 땅의 ‘한국혁명운동 전통’이란 주제로 일제치하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의 활동, 해방 후 전평의 결성과 공장 자주관리운동 등을 몸소 실천하셨던 노혁명가는 작은 주제에도 좀처럼 말을 짧게 끝내는 법이 없었다. 이날 강연회는 비록 많은 동지들이 모이지 못했지만, 참석자들은 엄혹했던 당시의 노동운동과 경제공황으로 진입한 현재의 노동운동 상황을 비교하면서 나아갈 바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정규직 조합주의, 노동운동의 관료화에 대해 일침을 가하다
선생은 교육의 많은 시간을 현실운동에 대한 탄식과 재구성의 절박한 필요에 대해 호소하셨다. 노동운동의 본산이라는 허울만 남아있고 실상은 어렵게 싸우는 중소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무관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외면이 심각한 울산 대기업 노동운동 현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셨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경제적 환경이 척박했던 해방직후 전평의 운동은 고용된 노동자보다 실업노동자가 많았음에도 실업문제에 조직노동자가 앞장서 투쟁했고, 나아가 하루 끼니조차 해결되지 못하는 당시의 암울한 사회현실에 맞서 국가에 식량공급을 요구하고 민중의 삶을 책임질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전민중적 투쟁으로 번져갔다고 한다.
피를 수반한 선배들의 계급적 원칙이 당시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조합의 활동이 자유로워진 지금의 현실에서 변질하고 있다는 것은, 노동운동의 올바른 전통을 지켜야 할 현 세대의 과오가 얼마나 큰가를 느끼게 해 준다.
전평과 전노협의 전통이 단절된 민주노총의 오명
해방 이후 즉각 등장했던 자주관리운동은 당시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치적 공백이었던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끔 한다.
그러나 해방과 함께 전국의 공장을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장악하고 그 성과를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노동자들의 조직인 전평이 건설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제치하 만주와 중국에서 활동했던 이름난 독립운동가 몇 명이 만든 것이 아니라, 생명이 중단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전국 각지와 공장에서 활동하던 사회주의자들의 운동과 전국적 연결망이 전평을 가능케 했다고 선생은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많은 분들께서 고민하듯이 민주노총은 물론, 결코 크지 않은 단사 노동조합에까지 현안을 대충 피해가려는 관료주의와 개량주의가 엉킨 실타래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선배들의 혁명적 전통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업
46년 10월 대구인민항쟁이 일어났을 때 연단에 오른 다섯 명의 연사가 테러범에게 총격을 당했다고 한다. 생명이 불과 몇 분 후에 단절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연단에 오른 운동가들은 투쟁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물론 예전과 지금 현실을 평면적으로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수갑 선생 강연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살육을 통해 해결하려는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우리가 어떤 원칙을 고수하고 투쟁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가르쳐 주었다.
울산 현중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