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정치총파업의 도화선 - 화물 · 건설 파업
6월9일 무려 90.8%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가결시킨 후, 1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투본 결정이 있었지만, 사실상 화물연대의 파업은 6월9일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울산지역 카캐리어분회 파업(9일), 전북지역 총파업(10일)을 필두로 하여 총파업 돌입 하루 전인 12일까지 이미 조합원의 50%가 파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연쇄파업과 자발적 동조파업이 보여주는 화물연대 파업의 가능성
<가자! 노동해방> 7호에 소개했던 창원의 LG전자 하이로지스틱스 동지들의 파업투쟁은 운송료 15% 인상에 합의하고 끝이 났지만, 이 파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인근의 한국철강에서 화물노동자 파업이 시작되었다.(3면 참조)
사업장 파업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사업장의 파업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연쇄파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일단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에 주목한다면 연쇄파업의 형태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며, 여기에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들의 자발적 동조파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현재 화물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강한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형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분노는 조합원의 범위를 넘어선다 : 미조직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진출
건설기계(덤프·레미콘) 파업 또한 역대 최대의 상경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건설기계분과의 총파업은 또한 같은 건설현장의 '굴삭기'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현재 굴삭기 노동자들은 건설기계분과로 약 1~2천 명 정도 조직화가 되어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실제 가동되는 유의미한 조직대상은 무려 5~6만 규모로서, 총파업의 점화와 함께 어떤 수준으로든 조직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심지어 한국노총 소속의 건설·기계노조도 16일부터 충남지역에서 지역파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아래로부터 들끓어 오르는 열기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파업 선언 또한 주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얘기이다.
"조직노동자들이 결단하고 나서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화답한다"는 말이 옳은지, 혹은 정반대로 "미조직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의 표출이 조직노동자의 파업 결의로 이어졌다"는 말이 옳은지가 헷갈릴 정도로 화물/건설 파업의 양상은 조직 노동자의 파업과 미조직 노동자의 진출이 뒤섞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다른 부문의 미조직 노동자들도 진출을 시작한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비정규투쟁 모두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싸움이 장기화되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새롭게 조직된 비정규투쟁은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이 고통스런 삶의 대안으로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쇠고기 사태와 촛불시위는 이러한 인식을 뒤집어놓기 시작했다. 이명박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이윤, 극소수 부자들의 이해만을 대변할 것이라는 사실이 불과 몇십일만에 퍼지기 시작했다.
5월18일, 신용보증기금에서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의 지부로 결성되었다. 2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주택금융공사에서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비정규노동자들도 추가로 조직되었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 하에서 새롭게 조직된 비정규투쟁 제1호로 기록될 이 사례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이제 “우리의 요구를 내걸고 싸울 때가 왔다”는 신호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화물·건설 파업 사수·확대 속에 정치총파업 가능성이 들어 있다!
화물·건설 노동자들은 유가폭등만이 아니라 물가폭등으로 고통 받는 전체 노동자의 요구로 투쟁요구를 확대·상승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화물·건설 투쟁이 이명박에 맞서 물가폭등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는 선봉투쟁 역할을 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지지하고 나설 것이다.
아울러 이들의 요구와 맞닿아있는 현장의 요구를 가진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쟁을 조직하자! 건설노동자들의 표준임대차계약서 핵심내용에는 1일 8시간 노동제가 들어있다. “1일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쟁취하자”는 요구와 건설기계 노동자 파업투쟁의 핵심요구 중 하나라는 사실을 폭넓게 선전·선동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차산업의 주간연속 2교대 쟁취투쟁은 풍부한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화물·건설 투쟁을 엄호·사수하는 활동을 폭넓게 펼쳐내자. 지금이야 이명박이 쪼그라든 상태라서 탄압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고 있지만, 소부르주아 정치와 극적 타협을 통해 지금 국면을 수습하고 나면 반드시 노동자 투쟁을 향해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화물·건설 투쟁은 그 성격상 이명박의 거침없는 칼날이 겨냥할 첫 번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화물·건설 노동자들의 투쟁 정당성을 선전·선동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전개하는 것부터 출발해 이들의 투쟁을 엄호·사수하는 활동은, 향후 전면적인 총파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폭넓은 노동자 계급의 연대를 조직하는 데서 좋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물가폭등에 항의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도심 집회와 거리 행진을 조직하는 등 초보적인 정치투쟁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정세는 매우 역동적이다! 오히려 화물·건설노조 파업에 이명박의 탄압이 집중되고, 이 파업을 사수하기 위한 우리의 아래로부터의 노력이 다시 한번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명박이 화물·건설 파업을 공격한다면, 그의 “경제살리기=노동자죽이기”임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이고, 노동자 죽이기에 맞선 총파업투쟁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노를 모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노동자 죽이기’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대투쟁을 만들어내는 것!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자!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