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 쟁취하고, 노동환경 개선하는 주30시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자!'
노동시간 단축 투쟁과 일자리 창출 투쟁을 결합시켜,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묶어세우자!
자본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노동자투쟁은 각각의 부분(가령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자)으로 ‘분할’되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부분을 하나로 아우르는 ‘계급적 투쟁’을 조직해야만 투쟁의 자신감과 기세를 공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경제위기 앞에서 백 배 이상 포악해지는 자본가의 공격, 그리고 이를 반영하는 반동적 정부의 횡포에 맞설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부분’을 대변하는 투쟁요구 각각은 물론 나름의 고유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노동자계급 각각의 부분의 요구를 유기적으로 통합시켜내면서 노동자계급의 단결 및 노동자 계급의식을 고취시켜내는 투쟁요구를 함께 제기해야만 노동자계급의 힘을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임금삭감과 해고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정규직, 이미 대량해고의 칼날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를 떠도는 청년실업자를 비롯한 실업자 층 모두가 서로의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통의 요구’를 적극 배치해야 하고 실제 투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
취업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한편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다른 한편으로 (특히 지금과 같은 공황기라면) 자신을 겨냥하는 해고와 임금삭감의 압력을 공세적으로 돌파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취업노동자들이 자기 투쟁의 성과를 실업노동자들, 반(半)실업노동자들(비정규직)과 공유함으로써 돌파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인력충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업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지지하고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일자리 획득’의 적극적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노동자들이 직면한 분열적이고 고립된 조건을 고려할 때, 이 통로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실업노동자들이 투쟁으로 결집할 수 있는 초점이 될 수 있다.
취업노동자들의 조직된 부위가 조직된 힘으로 투쟁의 뼈대를 형성하고, 이 뼈대를 중심으로 실업노동자들이 살을 붙여나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미조직 상태의 실업자, 반실업자 층이 대중적 에너지를 불어넣게 되면, 이것이 다시 조직된 선진부위의 계급적 책임성을 고취함으로써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계급적 운동의 기운이 자라난다. 이렇게 ‘대중파업’의 물질적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다.
나아가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는 노동자의 생산능력 향상의 결과물, 즉 사회적 생산력 향상의 결과물을 착취자들에게 빼앗기고 그것을 만들어낸 주인공인 노동자들은 오히려 저임금과 노동강도 증대, 노동의 소외, 실업으로 내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기도 하다. 이 투쟁은 “노동의 결과물, 사회발전의 결과물을 더 이상 착취자들에게 헌납하지 말고 생산의 주인공인 노동자가 거머쥐자!”는 당찬 의지의 표현이며, ‘생산수단의 사회화’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일부 동지들은 다양한 고용보호 방법이 있기에 노동시간 단축 요구를 굳이 내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갖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사적 요구’를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연결시키고,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를 하나로 단결시키며, 나아가서 ‘생산의 결과물, 생산능력 향상의 결과물을 어떤 계급이 획득할 것인가’라는 핵심적 대치선을 분명히 하는 계급적 투쟁요구를 세워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할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킬 때, 그것은 조합주의의 함정에 갇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보호막을 찢어버리자!
공황의 위기국면에서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지 않고서는 단 한 시도 체제를 안정시킬 수 없다. 한국 자본가계급은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취업노동자, 특히 조직된 부위(핵심적으로는 정규직 조직노동자)를 노동자계급 대중 사이에서 고립시키려 분투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론 조직된 부위를 위축시켜 임금삭감, 노동강도 증대, 단협개악, 해고 등을 관철시키려 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론 자본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휘발성 물질로 성장하는 실업노동자, 반(半)실업노동자 층이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 대신 조직된 노동운동에 분노를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경제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미조직된 하층노동자 층의 폭발력을 제거하거나, 심지어는 조직노동자 부위를 파괴하는 데 동원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자본가계급의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인데, 우리는 이것을 조직된 부위와 미조직된 부위,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사이의 단결로 기필코 역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자본가계급의 주도권을 허물고 노동운동의 헤게모니를 쟁취해야 한다.
노동조합 관료층과 개량주의자의 왜곡 기도에 맞서 투쟁하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노동조합 관료층과 개량주의로부터 나온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 노동강도 증대, 단협개악” 등을 맞바꾸는 양보교섭이 바로 그것이다. 이 양보교섭을 매개로 노동조합 관료층은 노사정위와 같은 사회적 교섭기구를 안착시켜 계급타협(정확하게는 노동자대중의 생존권을 자본가계급에게 헌납하고 그 대가로 관료층의 안정성과 기득권을 보장받는 것)을 도모한다.
또한 의회주의의 늪에 빠져 노동자운동의 원칙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지 표를 찾아 헤매는 개량주의자들은 자본가계급이 쳐놓은 덫에 무의식중에 순응한다.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이 대량 발생한다”는 자본가계급의 악선동은 그들의 방대한 언론기구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널리 유포되어 있다. 노동계급의 후진층, 특히 중간계급은 이런 거짓말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들에 영합해서 표를 얻으려는 의회주의 전략을 고수할 때, 개량주의자들은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 양보’를 권유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다. 이것이 사회연대전략의 핵심이다.
이러한 노조관료층과 개량주의자들의 왜곡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의 진정한 가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것이다. 이런 양보를 통해서는 “일자리 늘리기”가 불가능하며, 취업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빼앗겨버린다. 당연히 노동자계급의 전투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도,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된 노동자 사이의 단결을 창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런 ‘왜곡’을 통해 자본가계급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공황기의 위기를 ‘생산성 증대나 임금삭감’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방어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한노사연 김유선의 조사에 따르면 10%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는 대략 12%의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그런데 김유선은 전제조건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어떠한 임금삭감도 없고, 노동강도 증대도 없는”이라는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이 전제조건이 엄격하게 작동하는 주 30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라면 확실한 쐐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투쟁”이라는 단 하나의 길만을 제시한다. 바로 그렇기에 어떠한 사회적 합의기구도 배제하면서 계급타협을 저지한다.
회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늘리기로 이어지는 실제 효과에 대해 회의하는 반대 의견도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의 범위가 상당하다면, 가령 주 30시간 정도의 획기적 노동시간 단축의 요구라면 그것을 상쇄하고도 훨씬 남는다. 다만, 공황이 극심하게 전개되어 사회적 총생산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는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는 방책은 “노동시간 단축만큼 의무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라!”는 요구를 단사별, 산업별, 전국적 투쟁에 결합시키는 것이다.
노조관료층과 개량주의자들에 의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참된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동지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요구를 관료주의적, 개량주의적 왜곡의 길로부터 구출해서 노동자계급투쟁의 요구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마련하고, “주도력과 지도력”을 키우면서 대담하게 개입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한편으론 노동자계급의 각각의 부위를 유기적으로 통합시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현실화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론 관료층에 대당하면서 계급타협과 자본가계급 헤게모니를 토대로부터 허물어뜨려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