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파탄의 책임을 묻는 밑바닥의 저항을!
투쟁사업장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태도
기륭전자 사내하청 해고자들의 단식농성이 8월5일 현재 56일차를 경과하고 있다. 인간의 한계와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투쟁에, 기륭전자 자본과 공권력은 단식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국회 농성에 대한 강제연행을 단행하였다.
이랜드 ․ 뉴코아 투쟁은 벌써 400일을 넘어섰지만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은 채 이랜드 자본은 또다시 수십억의 손배소를 제기하였고, 코스콤 투쟁은 법원의 위장도급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교섭거부가 이어지며 파업투쟁 1년을 앞두고 있다. 코오롱 · 한합 · GM대우비정규 · 학습지 등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각 사업장들에서 6~7월 집중투쟁을 경과하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결국 승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개별 투쟁사업장의 실력 문제도 있지만, 달라진 자본의 태도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어느 한곳이라도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투쟁사업장으로 퍼져갈 것이 분명하기에, “절대로 양보하면 안 된다”는 전체 자본가들의 이해를 개별 자본이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승리와 촛불투쟁의 약화로 이명박 세력과 한나라당이 다시 원기를 회복한 것도 자본가들의 자신감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개별 자본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양보하지 않는 것은,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이 자칫 밑바닥 노동자들의 대대적 조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급적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밑바닥 노동자들의 꿈틀거림
이랜드 · 뉴코아 총파업투쟁이 시작된 후 지난 400여 일 동안, 민주노총으로 신규 조직된 노동자들은 1만 명이 넘으며 이중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올해 상반기 화물연대와 건설기계 파업투쟁 과정에서 조직된 화물·덤프·굴삭기 노동자들만 4천명이 넘고, 공공서비스·사무서비스 등 서비스업종 노동자들만 1년 사이 5천명 넘게 조직되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밑바닥 노동자들, 특히 100인 이하 사업장의 중소영세 노동자들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는데, ▲비정규악법으로 인한 외주화 ▲물가폭등으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 ▲주40시간제 확대적용으로 인한 명목임금(기본급·연월차수당·생리휴가·잔업수당) 삭감 등 노동조건 하락에 맞서, 중소영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곳곳에서 보고 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물가폭등·경제위기가 심해지고 있지만, 밑바닥 노동자들은 2개, 3개의 직업을 갖거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고통을 감내해왔다. 잦은 해고로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도 “우리 인생은 어쩔 수 없는 철새인생”이라며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이들이, 이제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도 무섭지만, 하반기 경제 위기가 더 무섭다”
“문제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생겨날 새로운 촛불집회”(국민일보 6월30일자) -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최근 정세인식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첫 번째 희생양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선택했다. 경제위기의 책임이 마치 공공부문 노동자들 때문인 양 호도하며 밑바닥 노동자들의 분노를 그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투사들이 취해야 할 선택은 간단하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면서도 투쟁의 요구를 밑바닥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요구로 확장시키는 것, 그리고 실제로 밑바닥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의 책임을 이명박과 자본가에게 묻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 장기투쟁사업장 한 곳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것! 이것들이야말로 하반기 이명박과 자본가들의 공세에 맞서 노동계급의 반격을 만들어낼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