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행동강령 첫 번째 해설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지와 방어투쟁을 넘어서자!
[편집자 주]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은 ‘구조조정 저지! 정리해고 반대! 생존권 사수!’와 같은 현실투쟁에서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가교로서, 방어투쟁에서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대중행동강령(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출범까지 대중행동강령(안)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가자! 노동해방>에 연재한다. 토론과 논쟁은 대중행동강령을 노동자들의 투쟁무기로 더욱 날카롭게 벼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행동강령(안)은 대중행동강령의 필요성과 1.비정규직 철폐, 2. 생활임금 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3. 완전한 파업권쟁취-노동악법 철폐-국가보안법 철폐-국정원 등 폭압기구 해체, 4. 노동조합의 전투적 재편, 5. 노동자 정당방위대 구성, 6. 노동자 생산통제, 7. 재벌·대기업·은행 등의 몰수·국유화-국가기간산업 국유화, 8. 제국주의 반대-전쟁반대, 9. 노동자 정부수립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이 제출한 대중행동강령(안)의 전문은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본 조직 출범 후 발행될 소책자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가칭)사회주의노동자연합 (준)은 강령적 기초가 될 우리의 입장과 대중행동강령(안)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선전과 정치선동을 전개할 것이며, 전투파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투쟁 조직화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분투할 것이다.
대선쟁점 중 하나가 일자리였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민성공시대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자본가도 살리고 노동자도 살리겠다’는 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당장 돌아오는 7월 비정규 법안의 확대 시행(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따라 노동자들은 해고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이명박 당선과 동시에 자행된 이랜드 자본의 악랄한 해고와 외주화를 본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죽도록 일하고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기 일쑤인 상황에서 가진 자들은 터질 듯한 배를 부여잡고 “이대로”를 외친다. 대공장인 한국타이어에서 1년 6개월간 15명의 노동자가 죽었으며, 100여건의 산재가 은폐되었고, 서울지하철의 한 노동자는 운행 중 용변을 보다가 추락, 후속열차에 치어죽었다. ‘귀족노동자’라고 공격받는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93.7%가 ‘초과노동 없이 먹고 살 수 없어서 잔업 특근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어느 업종에서 일하든 한국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며 박봉과 고용불안에 신음하고 있다. ‘88만원 세대! 짱구를 굴리지 말고 짱돌을 들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더욱 가혹하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에게는 집권하지 못한 기간일 뿐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피눈물의 시간이었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법 날치기까지 했던 자본가들은 96·97년 총파업에 주춤했지만 IMF 경제공황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제압했다. IMF 이후 파업의 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구조조정 공격에 노동자들은 순차적으로 각개격파 당했으며 사분오열되었다. 몇 차례 반전을 꾀할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는 투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다. 결국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구조조정은 현장에서 관철되었다. 03년 주5일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은 결코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았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초과노동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저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은 잔업, 특근, 휴일근무에 내몰렸다. 정리해고로 정규직이 떠난 자리를 매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외주화가 확대 도입되었다. 어제는 정규직이었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계속 바뀌어가고 있다.
실종된 계급적 투쟁
이런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적절한 반격을 조직해오지 못했다. 그 결과 정규직 노동자들은 ‘귀족노동자’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온갖 초과 착취와 멸시가 덮쳤고, 정갑득과 같은 개량주의 관료층에 의해 정규직의 고용안정판으로까지 내몰렸다.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 약화되자,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역동적으로 벌어진 임·단협 쟁취투쟁, 일상적인 현장투쟁은 좌표를 잃었다.
그 자리를 치고 계속 확대되어온 것은 개량주의와 관료주의의 영향력이었다. 조합원을 위한다는 이유로 정규직 조합원만을 ‘보호’하면서 비정규직을 방치하는 것이 활동가의 능력이 되어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시간 단축은 민주노동당 선거구호로는 요란했을지는 몰라도-아니 요란할 정도로 선명하지도 못했다-현장 안에서의 실제적인 계급투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구호만 난무할 뿐, 실제적인 계급적 단결투쟁은 실종되고 말았다.
생산계획에 따른 인원 협의에서 비정규직 철폐는 물론 비정규직 고용안정마저도 없었으며, 생산협의에는 노동시간 단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본의 이윤논리가 현장을 잠식하는 반면, 노동자계급의 단결의 원칙이 실종되는 이런 상황은 노동계급운동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경쟁과 이윤논리를 극복할 때만,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대담한 시야를 가질 때만이 위기의 노동계급운동은 진군과 승리의 전망을 갖추어나갈 수 있다. 그 출발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본의 공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길 뿐이다. 대중행동강령의 필요성은 바로 그 단순한 진리에 응답하는 데 있다.
양보와 타협의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대담한 반격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회주의자들과 개량주의자들의 “양보와 타협의 논리”를 박살내고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계급운동의 일부에서는 이제 비정규직을 인정하고 차별을 해소하는 것을 현실적 전망으로 삼자면서 퇴각의 논리를 제시한다. 08년 중앙교섭을 준비하는 금속노조 단협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강신준 교수는 06년 현대자동차 산별전환 이후 “비정규직은 자본주의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조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비정규직은 인정하되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유연안정성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인식은 곧바로 정규직의 임금을 양보해서 비정규직을 돕자는 사회연대전략, 연대임금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에서도 자본가의 이윤을 빼앗아 오기는커녕 정규직의 임금인상분을 비정규직에게 양보하는 후퇴를 보였다. 심지어 개량주의자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은근슬쩍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어떤 노동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지 측정하여 임금의 차등을 두자는 것인데, 이는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자는 자본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가령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담당자인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 원장은 “임금이 직무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는 구조라면, 기업이 굳이 중ㆍ고령자의 고용을 회피할 이유도 없으며, 비정규직을 남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임금유연성을 도입이 비정규직 해법이라고 자본가 정부의 노선을 밝히고 있다.
결국 ‘양보와 타협’을 말하는 자들의 입장은 노동자계급을 단결시키는 대신 성과급제로 분열시키는 것이며, 그 결과 반격은 고사하고 더 처절한 후퇴를 강요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의 한 부분으로 제시하는 정규직 양보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비정규직 제도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진정한 주인공인 자본가들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공동투쟁, 다름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투쟁을 차단해버린다. 그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의 원인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있다는 환상을 조장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분열을 확대한다.
정면대결
그렇다면 비정규직의 고통, 세계 최장시간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면대결을 각오할 때만 가능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데 임금을 그대로 받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정규직이 양보하면(가령 야간 비정규직 근무조 편성 허용) 그건 파멸의 길이다. 이것은 자본의 이윤 보전을 걱정하면서 모든 부담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배신의 길이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한국의 1,000대 기업의 사내유보율(회사의 이익금 가운데 처분하지 않고 놓아두는 부분의 백분율, 자본금 대비 잉여금)은 616%(06년)으로 364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 천문학적 돈을 경영권 방어와 주식투기를 위해서 금고에서 썩히고 있다. 이것 말고도 그들이 쌓아놓은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막대한 부는 모두 노동자들을 착취한 돈이다. 이것들을 토해내게 하면 된다. 이것들을 만들어낸 당사자들,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되돌려 주면 된다. 전부가 아니라 단지 그 중 10분의 1이라도 토해내게 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바로 내일 당장 실현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자본가들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담한 투쟁노선이다. 대중행동강령은 바로 그것을 대변한다.
비정규직 철폐!
가난과 장시간 노동에 고통 받으면서도 배부른 돼지들의 천문학적 이윤이 줄어들까봐 걱정해주는 어이없는 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비정규직 철폐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전혀 없다. 노선은 단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 그렇다면 남는 문제 또한 단 하나다. 정당한 요구를 향해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힘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의 합법적 저항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 위장도급, 외주화, 업체 폐업 등을 동원한 노조파괴행위는 비정규직 제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철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쟁취, 파견제-기간제 사용금지, 원청 사용자성 인정, 외주-하도급 금지,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 쟁취 등 투쟁과 단결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로 나아가는 가장 선차적인 투쟁이 아닐 수 없다.
생활임금 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다음으로 비정규직 제도에 의해 함께 고통받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대단히 사활적이다. 비정규직 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숨통을 죄는 제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파괴자로 내몰리는 상황은 조직된 정규직의 투쟁력을 약화시킨다. 반(半)실업자로서 언제든지 일을 대체할 수 있고, 또한 똑같은 일을 1/2, 1/3의 임금으로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만큼 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압력은 없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제도 철폐는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이기도 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영역에서 구출해서 대담한 공세적 투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그것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의 요구와 비정규직 철폐의 요구를 긴밀하게 결합시키는 데 있다.
실업에 맞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부여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354시간(05년 기준)으로 서유럽 국가들보다는 800시간이나 더 일한다. 국제노동기구의 발표만 보더라도 주 48시간 이상 일 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49.5%로 페루(50.9%)에 이어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뿐만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주 30시간 노동제로 이행하고, 생활임금 쟁취를 결합시킨다면, 수 백 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당장 창출될 수 있다. 이렇게 창출되는 일자리들을 모두 정규직 일자리로 만든다면, 수 백 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로 정규직화될 수 있고, 수 백 만명의 실업자들이 당장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 간단한 해결책은 단지 다음만 겁내지 않으면 된다. “수백조원의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고, 삼성이라는 한 재벌 기업만 하더라도 무려 7000억원을 비공식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자본가들의 엄청난 이윤을 침범하면 된다. 배부른 돼지들의 터질듯한 이윤 보따리를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기타 대중조직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실업 노동자 모두를 상호 연대책임망으로 조직하고, 하나로 단결시켜 내면서 진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 주 30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보장, 무상의료·무상주거·무상거주로 생계비 절감,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단호하게 내건다.
비정규직 철폐나 생활임금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계급적 요구가 현재의 침체된 계급투쟁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급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보와 타협을 반복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전혀 없다. 단지 자본가들의 탐욕에 맞서, 자본주의 경쟁과 이윤에 맞서 정면으로 대결할 때만이 노동계급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현실과 사회주의의 가교를 놓고자 하는 대중행동강령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철폐, 생활임금 보장 하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로 방어투쟁에서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환할 기치로 삼자! 거기에 희망이 있다!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으로 생겨나는 일자리 362만 5,700명
* 상용노동자 836만 7천명 시준/5인 이상 상용노동자 주당 노동시간 43시간(07년 통계)
A: 1인당 년간 노동시간 1,338시간(년간 노동일수 223일)
* 1일 6시간/주 5일에 따른 주휴 2일, 법정공휴일, 연차 평균, 여름휴가 모두 쉴 경우
* 휴일수: 118일(주휴 2일+법정공휴일)+20일(연차수 15~25일의 중간치)+4일(07년 100인 이상 사업장 여름휴가일수)
B: 상용노동자 주당 단축 노동시간: 13시간(5인 이상 주당 노동시간 43시간-주30시간)
C: 상용노동자 주당 노동시간 단축총합: 108,771,000시간(13시간×836만 7천명)
* 노동시간 단축분에 대한 상용노동자 추가고용: 362만 5,700명(C/주30시간)
비상용노동자 7,851,000명 중에도 많은 수의 노동자이 기간제,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상시 고용되어 있는 인원을 감안하면,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경우, 추가적으로 고용되는 인원은 5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으로 실업 해소, 노동자 건강권 쟁취로 나아가자!
(상용노동자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 대비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추후 밝힐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