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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장 비정규직 노조 건설을 준비하는 동지께 보내는 편지
1. 우선 현자에서 대중적인 비정규직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 분투하시는 동지들 모두에게 무한한 신뢰와 연대감을 보냅니다. 우리는 크든 작든 가능한 모든 지원과 지지를 다할 것이며, 그 ‘일부’로서 책임성 있게 분투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또한 판단에서 약간의 국지적 차이점이 등장하는 경우에도, 차이보다는 통일성을 강조하고 ‘실천 자체의 경험의 축적’, 그리고 ‘동지적 토론’을 통해 모든 것이 조화롭게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실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와 한계, 실수조차도 ‘지금 모이고 있는 운동 주체들이 견지하고 있는 자주적이고 운동적인 정신에 의해’ 결국 극복하고 해결할 것이 분명하며, 또한 그것들을 ‘책임 전가나 흠집내기의 정신’이 아니라 ‘공동 책임의 정신’ 및 ‘어떤 완벽한 주체도 자신의 실천을 통하지 않고서는 완전하게 성숙할 수 없다는 정신’에 입각해 상호 협동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합니다. 이후 자주적이고 대중적인 비정규직 노조 혹은 (당분간 그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자 단일 노조의 비정규직 부분이 서고, 현장 주체들이 일정 성숙하고 제자리를 찾으며 대중적 공식성을 획득하면 ‘응당 전면에서 물러나 이차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될’ ‘일시적 회의체’라는 형식과 무관하게 우리는 이 모임의 의의가 다하는 날까지는 공동 책임과 동지적 상호 협동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 모임의 실수와 오류, 한계, 그리고 이 모임을 향해 가해지는 비판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책임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2. 우리가 처음 이 모임에 대해 검토할 때, 가장 우려했던 지점은 ‘대책위’가 혹 일시적인 투쟁체로 규정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대책위’ 제안이 공식적인 제안서를 통해 분명하게 제출되지 않고 구두상으로 제출된 사정, 그리고 초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주체들의 포괄적인 토론이 아직 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선도적으로 실천을 고민했던 소수 주체들이 구두상으로 합의했던 사정, 마지막으로 아산의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우연한 계기점을 통해 급박하게 진행되었던 사정 모두에 의해 일정 정도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우리는 다음의 문제의식을 일정 정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 대책위 건설이 ‘비정규직 노조 건설’을 ‘전제’로 하고 그 ‘수단’으로 분명하게 배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객관적인 상황 전개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이 우려는 단지 상황이 ‘유리하게’ 굴러가는 경우만이 아니라 ‘불리하게’ 굴러가는 경우에도 해당되었습니다. 객관적인 투쟁의 논리는 ‘불리한’ 경우에도, 다음을 질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수천을 조직하지 못하더라도, 수십 수백의 초동 주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며, 미래의 다음 물결을 위해 어떤 진지를 구축할 것이냐?” 저희들은 이왕 대책위 형태의 대중적 투쟁을 개시한 바에는 ‘최악의 경우’에도 ‘노조 형식’만이 다음번 물결을 위해 적절한 형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핵심이 대책위 투쟁이라기보다는 ‘노조 건설’로 단일하게 맞춰지고, 대책위 투쟁은 잘 되는 경우든 잘 안되는 경우든 ‘노조 건설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동일한 관점에서 우리는 대책위 투쟁은 ‘정규직 노조나 활동가들에게 비정규직을 위해 무엇을 해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 건설을 위해 비정규직 대중을 주체로 자주적으로 조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원칙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막상 상황이 전개되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주체들이 튼튼하게 조직되고 상당한 정도로 대중적인 기반을 스스로 쟁취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래서 ‘초기’에 불가피하게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의 ‘엄호와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 자신도 모르게 본말이 전도되면서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에게 ‘칭얼대고 의존하며 요구하는’ 데 머무는 일이 빈번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소수의 정규직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도움’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정규직 대중들의 지지 또한 현재로는 대기업에서 있어본 적이 없고, 현자에서도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보입니다. 우리는 이런 객관적 조건들이 ‘투쟁의 초기’에 비정규직 운동에 투영되어, 비정규직 운동이 비정규직 대중을 주체로 조직하는 데서 옳게 힘을 집중하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의 결과는 상당히 치명적이었습니다.
이상이 우리의 우려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모임이 체계적이고 포괄적이며 공식적인 논의를 개시하면서, 말끔하게 걷혔습니다. 말 그대로 ‘기우’였고, 그 점에서 이 모임은 지금까지의 한국 비정규직 운동에서 ‘가장 튼튼한 초동 주체 모임’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초동 주체의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 모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이 모임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받아들입니다.
3. ‘초동 주체의 이 정신’ 자주적이고 운동적인 이 정신,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분파적이고 종파주의적인 정신을 거부하고 운동의 대의에 입각해 복무하고자 하는 이 정신 은 그 직접적인 결과가 좋든 나쁘든, 화려하든 보잘 것 없든, 상당한 오류와 실책이 있건 없건 ‘대책위 투쟁’의 객관적 의의와 정당성을 보증할 것이라 굳게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논의에 최선을 다해 개입하겠지만, 이 초동 주체 모임이 정당성과 의의를 갖고 존속하는 동안에는 우리의 모든 활동을 이 모임의 논의와 결정에 종속시킬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는 요전 모임에서 제안받은 ‘보고서’를 보냅니다. 우리가 보고서로 지칭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모든 것은 현장 상황, 특히 대중적 상황과 열망을 그때 그때 정확히 읽어내고 포착할 수 있는 현장 주체들의 집단적 토론만이 결정할 수 있고, 99%는 그것이 정답입니다. 따라서 결정은 오직 초동 주체 모임의 성원들, 특히 현장 대중과 직접 연결된 성원들만이 내릴 수 있습니다. 주체들의 정신만 분명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제안서’도 아니고 단지 ‘참고용 보고서’일 뿐입니다.” ‘참고용 보고서’로 성격을 제한하면서, 그 성격에 맞게끔 우리는 타 지역과 사업장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투쟁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현자와 타 사업장의 상황은 상당 부분 판이하게 다릅니다. 여기서는 타 사업장의 경험은 단지 참고 자료일 뿐임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창조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타산지석으로 공유할 수 있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중요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 점을 강조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4. 요구안에 대하여
1) 요구안을 규정하는 정신은 모두에게 분명하므로 다루지 않습니다.
2) 자주성이라는 측면에서 다음이 현실에서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말그대로 ‘대중의 절실한 열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요구는 ‘근속 연수와 무관하게’ ‘모든 비정규직 대중들’을 포괄하는 요구이며, 따라서 그들을 노동조합 투쟁으로 결집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구입니다. 더군다나 이 요구는 비정규직 운동을 가로막기 위한 모든 개량적 조치들을 전면에서 봉쇄하는 요구입니다. 따라서 항상 뺄 수 없는 요구입니다. 실제로 비정규직 운동이 전개된 모든 곳에서 이 요구는 가장 앞에서 제기되었습니다. 투쟁의 전개 과정이 어떻게 되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한적인’ 요구안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비정규직 투쟁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든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면에 제기해야 하며 항상 우선적으로 강조해야 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습니다. 정규직의 정서나 엄호 정도에 따라 이후 ‘요구안의 수위’를 낮출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다음은 분명합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항상 투쟁의 일차적 요구여야 하며, ‘수위가 낮추어진 요구안’은 “구체적 투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역관계를 타산한 ‘마지막’ 요구안”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이는 ‘대책위 투쟁’ 그리고 이후 ‘비정규직 노조 투쟁’에서도 일관되게 관철되어야 할 것이며, 이 점에서 이번 현자 비정규직 투쟁은 이랜드, 한통 계약직 투쟁을 계승해야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의 대표격인 이 두 투쟁 모두에서 투쟁의 일차적 요구는 “근속연수, 그리고 고용형태(1, 2, 3차 하청, 계약직이냐 도급직이냐)”와 무관하게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였습니다. 그랬기에 이 두 투쟁은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그리고 하청이되 너무나 다양한 중층화된 복잡한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전체 하청 노동자들”을 결집할 수 있었습니다. ‘2년 이상의 정규직화’는 투쟁을 벌이다가 힘이 딸려서 ‘마지막’에 ‘조합원 총회’를 거쳐 제기된 요구안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랜드 노조에서 힘이 딸려서 ‘마지막 국면’에서 제기했던 요구안인 “2년 이상의 정규직화” 요구조차 물론 쉽게 쟁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랜드의 경우, 1년 이상을 투쟁했지만 그리고 이 통합 노조의 가장 굳건하고 전투적인 중핵이 다름 아닌 부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지만 결국 최종안은 엄청난 진통을 거쳐 ‘3년 이상의 우선 정규직화’로 합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면적인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주성과 사기를 보존하면서 싸움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다음의 전술을 채택한 결과입니다. 첫째, 비정규직 조합원들 ‘다수’가 ‘자주성과 주체성’을 견지하기 전까지는 ‘비정규직 전체의 정규직화’를 내걸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현장에 들어온지 2년이 안 되는 젊은 노동자들을 결집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둘째, 투쟁이 할 수 있는 한, 철저하게 진행된 뒤, 역관계가 분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조합원 전체의 토론을 거쳐 ‘2년 이상의 우선 정규직화’가 요구안으로 채택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때 몇 가지가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되었습니다. 2년 이상 고참들은 자신들이 정규직이 먼저 되더라도 이후 노조 투쟁으로 나머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 차원에서 “모든 조합원들에 대한 계약해지 금지”를 마지막까지 고수했습니다. 이것은 근속 연수 2년 이하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들은 가장 젊었고 가장 전투적이었습니다)에 대한 ‘보호’ 항목이었고, 이 항목을 통해 젊은 조합원들은 자신들 또한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이후 정규직화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셋째, ‘2년 이상 정규직화’ 요구는 “원청에 직접 고용되는 계약직이냐” 아니면 “도급직, 그것도 2, 3차 도급 업체 소속이냐”와 무관하게 이랜드 부곡에 고용된 전체 비정규직 조합원드에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또한 엄청난 투쟁을 동반했습니다. 하청이 도입된 대부분의 업체가 그렇지만, 2, 3차 하청 형태와 도급 형태로 고용된 하청 노동자들이 사실상 압도적 다수이고, 이들은 노동법 상으로도 ‘2년 이상 정규직화’에 적용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법률적 보호’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1년을 투쟁하다 최종 종료 국면에서 이랜드 부곡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결국 힘에서 밀려 ‘3년 이상 정규직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1년간의 투쟁의 성과가 가장 빛이 난 대목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그나마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직접 계약직 조합원들이 ‘2년’ 조항을 ‘3년’으로 바꾸더라도 “도급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조합원들” 모두에게 정규직화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 것입니다. 이것은 계급적 연대성의 표현이었고, 바로 이것 때문에 더 오래 투쟁해야 했습니다. 이랜드 자본은 ‘2년 이상의 정규직화, 단 직접 계약직에게만 적용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노렸는지는 다 아실 것입니다. 정규직 조합원들 또한 마찬가지의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국면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은 임금 인상은 안 해도 좋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그 대신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정규직화 요구와 해고자 구제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이처럼 대단히 계급적이었던 이랜드 노동자들의 상태는 물론 지금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파업 시기의 이런 정신이 그 뒤 한편으로는 휘몰아치는 자본의 공격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명확한 계급의식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국면으로 돌아간 정규직 조합원들은 파업의 휴유증에 따른 재정적 압박 때문에 다시 투쟁에 나서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 또한 한편으로는 정규직화된 다수 조합원들이 투쟁 정신을 고수하지 못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선봉에 섰던 핵심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이후 ‘대량 해고’되면서 당장에는 투쟁을 일정에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운동의 주체들의 명확한 계급의식(물론 이것은 교육되고 훈련되어야 하며, 특히 파업 시기에 ‘투쟁과 직접 결부된 살아 있는 교육’을 통해서 획득되어야 합니다)”이며, ‘활동가로서의 단련’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당히 큰 덩어리의 핵심 문제를 제기하지만, 어쨌든 파업 시기에 드높은 계급적 의식을 견지했기에 투쟁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었고, 그나마 전진하는 활동가 층을 소수라도 양성할 수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 이번 모임에서 일부 동지들에 의해 제출된 “2년 이상 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는 그 점에서 상당히 주의깊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신적 불일치’의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비정규직 운동의 여러 경험들을 얼마만큼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검토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을 실제 오랜 기간 동안 조직하고 경험했는지와 관련된 문제일 것입니다. 그 점에서 감각의 일정 정도의 상이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별 문제 없이 토론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 제기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반드시 주목해야만 하는” 두 가지 지점을 담고 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첫째 그 제기는 이제 막 운동에 나서기 시작하는 초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서 굉장히 중요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활용하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막 주체로 일어나려는 노동자들은 우선 손쉬운 무기를 붙잡고자 합니다. 이들에게 ‘합법주의’ 등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활동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측면들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일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 일어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부차적입니다. ‘대중적인 전투적 운동’ 그 자체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며, ‘주도하는 주체들이 운동을 역사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약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남한의 비정규직 제도는 그것이 남한 자본주의의 생존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약한 고리인 만큼, 자본가계급은 법적으로도 아주 잘 대비되어 있습니다. ‘2년 이상의 정규직화’는 현행 법상으로는 오직 “직접 계약직 형태”로 원청에게 고용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도급직 형태나 2,3,4차 하청 형태에는 그것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법률적 판례에서는 그렇습니다. 특히 남한 자본주의의 핵심 고리인 대기업들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통 계약직 투쟁이 전개된 것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대부분의 대기업들에서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에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입한 것이 “도급직 제도”입니다. 이것은 원청이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도급 하청 업체들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제도입니다. (현자도 대개 그렇습니다.) 정규직화를 갈망하던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직의 도급화”가 결국 ‘정규직화 가능성’을 ‘법률적으로도’ 봉쇄하는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대개 근속 연수가 2년을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것은 실날같은 가능성이었던 정규직화의 꿈이 날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계약직의 도급직화”에 맞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투쟁에서 패배하면서, 현재 ‘법률적’으로는 이들은 몇 년을 한통에서 일하더라도 정규직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게 되었습니다. 도급직은 ‘2년 이상의 정규직화’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도급직 제도는 지금 거의 전체 대기업들에서 보편화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차, 3차, 4차 도급 업체들까지 복잡하게 판을 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률적 조항을 이용하는 정규직화 투쟁’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현실과 조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경우 포괄할 수 있는 대중은 대단히 제한적이게 됩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법률적 보호 울타리가 거의 없는 운동”, 바로 그것이 비정규직 운동의 특징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적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과 수단, 형식’을 ‘법률적 울타리’에서는 주지 않으려 잘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운동은 법률적 울타리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으며, 출발에서부터 ‘법률적 측면’은 빼고 오직 ‘노동자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중심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험으로는 이것이 ‘특수성’입니다. 같은 점은 딱 하나이고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을 매개로 하는 투쟁입니다.
덧붙여서 현장에서 비정규직 운동을 직접 고민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실제 자료를 연구한 동지들 모두가 잘 아시겠지만, 비정규직 체계는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그래서 고용형태 등을 중심으로 노조를 건설하거나 요구안을 작성하려고 했던 활동가들 모두가 삼호중공업, 기아 사내 하청 등 모든 곳에서 그런 시도는 포기하고, 그냥 단순 명쾌하게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사내 하청 노조’로 처리했습니다. 요구안도 이것을 반영해야 합니다. 법률적인 복잡한 그물망에서 허우적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처음부터 가급적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둘째 그 제기는 비정규직 운동이 충분히 대중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가운데, ‘정규직 노조와 현장조직들’의 지원을 얻어야만 대중의 바다 위에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항해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엄혹한 조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제기는 ‘가능하면 정규직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이거나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요구 수준’에서 출발할 필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정규직 운동을 조직하는 경험 있는 동지들의 제기이기에 더더욱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점을 좀 강조하고 싶습니다. ‘출발점에서의 신중함과 전술적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비정규직 대중들의 삶과 직접 결부되면서 그들을 결집하는 데 필요한 요구들’을 “지나치게”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 그러므로 정규직의 진정 계급적인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운동의 주체들 사이의 “초기적인 대화, 협의 테이블”인 현 모임이 적절한 결론을 찾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정신이 일치하므로, 나머지는 충분히 신중한 토론을 통해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이 고민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정규직 활동가들의 지원이 절실하고, 특히 정규직 대중들을 우호적으로 결집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으로 만드는 데 ‘2년 이상의 정규직화’ 요구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명확한 “부대 조건”이 반드시 달려야 합니다. 그것은 첫째, 법률적 테두리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입니다. 이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그리고 연속적 노동이냐 불연속적 노동이냐와 무관하게(가령 쭉 2년을 계속 일했느냐, 계약해지되었다가 다시 들어오고 했느냐와 무관하게), 현대 자동차에 어떤 형태로든 2년 이상을 일한 노동자들 모두의 정규직화” 요구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둘째, “2년 이하의 노동자들을 겨냥해” “현자에 고용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임의적 계약해지 금지” 요구가 나란히 내걸려야 합니다. “스스로 나가지 않는 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어떠한 계약해지도 금지!” “업체 계약 해지시, 희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원 고용 승계할 것!”
이런 부대 조항들이 필수적으로 나란히 제시된다면, 그리고 언제 어떤 시기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일차적으로 함께 내건다면, 저희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나 “2년 이상 비정규직의 우선 정규직화 요구”나 근본적 차이가 없고,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전술적 고려 사항으로 소급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이런 부대 조항들이 함께 분명히 제기되는 ‘2년 이상 정규직화 요구’라면 과연 그것이 ‘정규직 대중과 정규직 노동조합’의 정서와 상태를 고려한 전술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의 생각에는 차라리 그럴 바에는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낳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초기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로 단순명쾌하게 시작하는 것, 그리고 요구안의 후퇴는 이후 투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역관계를 계산하면서 (그리고 대책위의 영향력 하에 있는 모든 비정규직 대중들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전술적으로 채택하는 것이 낳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대 조항을 힘주어 강조하는 이유는 이 부대 조항이 없다면, 대책위의 투쟁이 비정규직 노조 건설로 이어지는 데 일정한 장애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대공장 자본의 껍데기 개량 시도입니다. 요전 논의 과정에서 우리의 문제의식이 약간 오해되거나 곡해된 측면이 있는데, 우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개량의 요구로 겁내면서 문제제기를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입장은 오히려 정반대이고, 이 요구와 관련해서는 그 중요성을 백번 강조합니다. 문제는 전적으로 ‘개량 책동’과 관련된 것입니다. 여기서도 구체적 경험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최근 1년 사이에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자본의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봉쇄 책동이 개량적 방식으로 세련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개량적 방식은 특히 대기업에서는 아주 두드러집니다. ‘비정규직 투쟁의 현재 대중화 정도’에서는 이제 대기업 자본은 ‘비정규직 노조’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정규직 노조 건설 자체는 법률적이든 무엇이든 원천 봉쇄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비정규직 운동과 노조’가 충분한 힘을 갖기 이전에, 대중의 바다를 고갈시키는 개량 책동을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기아 사내 하청 노조 투쟁 경험이 예가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대량 계약 해지 국면에서 발빠르게 노조 깃발을 들자, 자본은 즉각 개량적 떡고물로 노조의 대중화를 가로막았습니다. 또한 사실상 대중적 노조 건설을 봉쇄하기 위해 ‘비정규직 대량 해지’를 자행했던 것입니다.
첫째, 비정규직 운동의 무풍지대였던 광주에서 케리어 투쟁이 시작되고, 일부 계약직 고참 조합원들이 법률적 판단으로 정규직화되자 기아 광주 공장은 원청 직접 고용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털어버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필요했지만, 자본은 대량 계약해지를 자행했던 것입니다. 그 뒤 “도급직” 간접 고용 형태로 똑같은 노동자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려 했던 것입니다. 법률적 대비를 위해 강제적으로까지 퇴직금을 지불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사내 하청 노조가 뜨자, 기아 자본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원청 직접 고용 형태의 비정규직들 중 2년 이상이 된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시켜버렸습니다. 단, 그래도 최대한 정리하기 위해서 멀리 떨어진 소하리 공장에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것 또한 법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2년 이상차 노동자들 중에서 가정이 없는 젊은 노동자들만 골라서 정규직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이런 개량 책동은 현재로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다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나마 직접 계약 형태로 고용된 2년 이상의 소수 노동자들과 관련해서 만일 정규직 노조와의 협상으로 정규직화가 합의되려 한다면 비정규직 대책위가 ‘울산 공장으로의 정규직화’를 제기하는 것!”
둘째, 최근 개량 책동으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택업시 인력의 일정 퍼센테이지를 비정규직들 중에서 충원하는 것”입니다. 기아와 현자 아산 모두에서 자본이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조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의 현실가능한 통로’로 여겨지면서, 노조 가입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젊은 노동자들에게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떤 투쟁이든 전투적 초점이 될 수 있고, 역동성이 있으며, 활동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층은 다름 아닌 젊은 노동자들입니다. 과거 87년 대투쟁 전후와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비정규직 투쟁이 배출해낸 약간의 선진층 또한 철저하게 젊은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개량 책동이 가장 위험한 지점 또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규직 노조에서 합의한, 그런 조항을 “반동적이다”고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합의가 정규직 노조가 자본의 개량 책동에 앞길을 내주고, 짝짝꿍으로 손뼉치며, 단지 생색내는 위선일지라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역전시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계는 있지만 감사하고 계급적 연대의 표시로 본다”가 ‘표면적인’ 응답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응답’만으로는 대단히 무기력합니다. ‘비수’를 겨누고 압박해야 합니다. 그것은 ‘소수 인원의 정규직화’가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에 입각해 이뤄지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본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기준에서 제기하는 것입니다. ‘자본’이 임의로 뽑는 것이 아니라 성별과 무관하게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뽑는 조항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래야만 젊은 층을 보호할 수 있고,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쟁과 분열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장 노조 건설과 강화의 토대 강화 문제와 직결됩니다.
건강한 활동가들에게 “연대와 단결은 ‘대리주의’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 주체들 사이의 협동과 단결’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정한 기준’(물론 가능하면 노조 건설과 강화에 복무하는 기준)을 동반해야만 ‘택업시 비정규직 일부 충원’ 요구가 그것에 복무할 수 있음을 거듭거듭 강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획득되는 힘을 결합시켜, 정규직 노조가 자본의 개량화 책동의 도구가 되는 것을 저지해야 합니다. 만약 대책위 형태든 이후 비정규직 노조 형태든 이런 부대 조항이 덧붙여지면, 개량 책동은 상당히 빛을 잃을 것이며 나아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적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대중적으로 선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 숫자는 미미할 것이므로, 이런 주체적 작업만 있다면 큰 개량적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핵심 문제는 단순명쾌합니다.
비정규직 대책위가 ‘대안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힘을 대중 앞에 드러내지 못하면 개량 책동은 이런 부대 조건으로도 막을 수 없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투쟁적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상당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합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국 대책위나 비정규직 노조 대신 “자본이 내민 정말 보잘것없는 개량책”에 기대할 것이고, 굴종할 것입니다. 아산 비정규직 투쟁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그렇기에 개량 책동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이것이 90%입니다) ‘대중적 대안’으로 쉽게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아 광주 공장 사내 하청 노조 투쟁 또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는 저희들은 조금도 비관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모임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냅니다. 이 모임에 결속된 주체들, 그리고 이후 포괄할 수 있는 주체들은 최상의 계급의식과 운동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체화된 투쟁’만이 돌파구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자 비정규직 투쟁이 기존에 전개된 전체 남한 비정규직 투쟁에 비해 ‘질적 차별성’이 있으며, 몇 걸음 앞으로 도약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만 타 사업장들의 경험을 고려해, 요구안의 문제에서 더 충분히 고민했으면 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책위의 “구체적 투쟁 전술”이 시급히 확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호 중공업 투쟁이든, 기아 사내 하청 투쟁이든 대공장에서의 하청 투쟁은 “공장 안의 텐트 농성과 정규직 활동가와의 결합” 전술이 특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대책위 투쟁이 짧은 시간 내에 더 전면적으로 치고들어가야 한다면, 이 전술을 주목하고 빨리 일정에 올릴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노조 조직의 형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간략하게 언급할까 합니다. 불필요한 견해 대립은 전혀 불필요합니다. 어떤 경우든, 접근 태도와 정신은 완전히 동일함은 100% 확인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순전히 전술적 접근의 세부적 항목과 관련되어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는 날카로운 대립은 피하고, 단지 실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것으로 충분히 견해 일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모임은 올바른 입장을 채택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 ‘1공장 1노조 원칙’은 이의가 없으리라 믿습니다. 진정한 산별정신은 오직 “하나의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들이 하나로 결집하는 계급적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만 자라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공유할 것입니다. 이는 단사주의와는 완전히 무관합니다. 이것이 없는 산별노조, 즉 작업장, 공장 내부에서도 하나로 단결하지 못하는 산별노조 운동이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껍데기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원칙이 이렇다면, 비정규직 운동가들은 “정규직과 하나의 노조로 단결하는 것”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잠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또한 상당 기간 동안 금속노조로 편재되어 있더라도 비정규직 노조가 기본적으로 고수해야 할 “계급운동의 방향”입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못받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심지어는 금속노조에 가입하더라도 ‘우선적’으로 “단일 노조로의 통합”을 제기해야 합니다. 단일 노조로 결집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독자화되더라도 ‘우선’은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제기는 세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독자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이후의 방향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비정규직 노조는 ‘태생적’으로 “분리지향적이었다”는 악선동을 깨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선도자’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에 대한 즉자적 거부감 대신 ‘계급적 단결’의 선도자로서의 대자적 관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현자 비정규직 운동은 “전체 노동자계급 운동”에서 선도자이자 주도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고, 전체 전선을 재편할 수 있는 힘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규직 노조와 별도의 노조로 존재하더라도, 모든 비정규직 운동은 우선은 작업장 단위에서 정규직 운동과 단결하지 않는다면 곧게 전진할 수도, 충분한 안정성을 쟁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진짜 중요한 사안이면 일수록, 비정규직 노조는 공장내 정규직 노조와의 공동 행동과 행동통일을 강요받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조는 스스로 분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절대 취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통합을 적극 선도했지만, 정규직 노조의 침묵과 방관, 거부 때문에 통합이 실패했다는 명분을 반드시 쟁취해야 합니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통해서만 전진할 수 있고, 자기를 사수할 수 있기에 계급적 운동의 돌파점이 되어야 할 비정규직 운동의 회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당장은 독립화되더라도 “이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다”고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 정당성을 ‘통합 노조’에 대한 제안을 통해 반드시 획득해 두어야 합니다.
셋째 정규직의 건강한 활동가들과의 결속을 위해서입니다. 그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함께 투쟁하는 계급적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노조는 굳게 결속해 대공장을 재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활동가들을 위해 ‘배려’해야 합니다. 이것은 통합 노조 제안으로 구체화됩니다.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우리는 함께 단결해 하나의 노동조합에서 투쟁하고 싶다. 그래서 동지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우리도 동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그 존재 조건상 가장 전투적인 부위를 형성할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상당히 고립된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상당한 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이에 입각해, ‘통합 노조 제안’의 주체로서 계급적 노동운동을 선동할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이런 실천을 통해 양자 사이의 신뢰와 우정, 협동이 강화될 것이며, 분열의 책임자는 개량주의자들임이 입증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비정규직 운동이 단순한 비정규직 운동의 협소한 관점을 뛰어넘어 대공장 운동의 추동력이자 계급적 전선의 개척자로 우뚝 설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정규직 운동의 생존 조건이며, 또한 활동가들의 일관된 관점이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정규직의 관점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연대’할 것으로 요구하듯이, 스스로도 비정규직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정규직과의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다른 작업장의 비정규직 운동은 이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주체’의 문제입니다. 주로 대중의 자발성에만 기대고, 막 탄생한 활동가 층이 주도한 그 운동들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활동가들에 버금가고, 오히려 능가하는 활동가들이 결집한 현자 비정규직 운동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또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대자적’ 실천만으로도 남한 비정규직 운동은 엄청나게 전진할 것이며, 주변부적 운동의 지위에서 중심적 지위로 단번에 뛰쳐오를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비정규직 투쟁의 정점에서 비정규직 대중들 이제까지 비정규직 운동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대중들 이 ‘이미’ 보여주었던 놀라운 실천입니다. 독자 노조로 존재했던 이랜드 부곡 비정규직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압도적 찬성으로 일부의 제안(독자 노조 유지)을 거부하고 통합 노조 가입을 선택했습니다. 다수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은 일상 노동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차별과 두터운 벽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단결해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대자적으로 전진했습니다. 우리가 선두에 서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까지 대변하며 투쟁해야만, 우리는 ‘비정규직의 요구’를 노동조합에 각인할 수 있고 예정된 패배(비정규직 노조는 이미 파업중이었습니다)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성공했습니다. 이런 전망이 서면서, 그들은 무기력감을 벗어던지고 1년의 파업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랜드 본사 점거 투쟁, 매장 타격 투쟁 등 모든 주요한 투쟁의 ‘선두’에는 바로 이들이 있었습니다. 맞아도 가장 많이 맞고 구속되도 가장 많이 구속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까지 권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이 ‘비정규직 요구안’을 가지고, 이랜드 정규직 조합원들이 무려 6개월이나 더 싸울 수 있도록 밀어붙인 힘이었습니다.
한통 계약직 노조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고립과 어려움에 신음하던 그들은 ‘114 분사화 투쟁’에서 전기를 붙잡았습니다. 그들은 날카롭게 판단했습니다. 우리의 이 어려운 상황과 승리의 전망의 결여는 핵심적으로 “정규직 노조의 방관과 방치” 때문이라고 그들은 판단했습니다. 이때 114 정규직 조합원들의 분사화 저지 투쟁은 기회였습니다. 계약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원들 관련된’ 이 사안에서 선두에 서서 투쟁해야만 정규직 조합원들을 침묵과 방관에서 이탈시켜 ‘계약직 노조에 대한 지지’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계약직 노조는 스스로 ‘114 정규직 투쟁’의 선봉대를 자처했고, ‘114 정규직의 요구’를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나아가서 정규직의 그나마 선진 부위인 한통 민동회와 자신을 결속시키기 위해 “민동회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동걸 정규직 노조만이 아니라 한통 민동회까지 배신하면서, 114 지원 투쟁은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고 결국 비정규직 노조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점은 분명합니다. 한통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이 (대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시기는 단 한 번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요구를 내걸고 선두에서 투쟁했을 때!” 또한 그나마 마음 속에 우러나오는 진실로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지 못한 죄의식을 갖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은 민동회의 선노들이 아니라 114 정규직 조합원들이라는 점입니다. 언젠가 이 부채 의식은 계급적 단결로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실천의 결과물입니다. 물론 그들이 잘 훈련받고, 무언가 정규직보다 더 뛰어난 계급의식을 가졌기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그들은 승리하고자 했고 요구를 쟁취하고자 했는데, 그것은 정규직과의 단결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들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계급적인 활동가들이 주도하는 현자 투쟁은 그 출발점에서 더 ‘대자적’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할 것입니다.
○ 이상의 점들은 서로 완전한 공유가 가능할 것이고, 또 사실 처음부터 이견은 없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남는 문제는 딱 하나입니다. 그것은 비정규직 대중이 아직 자주성과 주체성을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그리고 정규직 노조가 계급적 입장을 갖지 못한 가운데 ‘초기 노조 형태’가 과연 어떤 것이 더 나을 것인가입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체성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는 특별히 주목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문제의식에 완전한 동의를 보냅니다. 그러나 ‘주체성’은 보다 ‘대자적’으로 견지되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통일성이 있으므로, 실무적으로만 제기해보겠습니다. 두 가지 경우의 수만 다루면 될 것입니다.
하나. 비정규직 대책위가 노조로 전환하려 할 때. 이때 자주성과 계급성은 ‘비정규직 노조 건설’로 구사되어야 합니다. 만일 정규직 노조가 ‘통합 노조’를 말하면서, 비정규직 노조 건설을 미뤄달라고 하면 ‘대중적 흐름과 상황이 기다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먼저 뜨겠다. 하지만 이후 통합노조로 가겠다. 이를 위해 금속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민주노총 직가입 형태로 당분간 남아 있겠다’고 답하면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조를 건설한 뒤, 즉각 ‘통합 노조’를 공식적으로 제안해야 합니다. 당장은 민주노총 직가입 형태 혹은 울산 지역본부 직가입 형태로 남아 있으면서, 충분히 정규직 노조를 압박하고 정규직 활동가들의 ‘계급적 노동운동, 통합노조 건설’ 운동을 촉진하며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공동으로 투쟁할 필요성 및 비정규직 노조가 더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몇 달이 지난 뒤, 정규직 노조가 통합 노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 뒤에, ‘어쩔 수 없으며 차선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다른 대안을 추구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가입이건 무엇이건 이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둘. 최악의 경우인데, 만일 비정규직 노조가 뜨기도 전에 정규직 대대에서 ‘노조에 비정규직 가입 허용’ 규약 변경을 해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정규직 활동가들이 대대에 회부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비정규직 운동의 ‘자주성’을 위해 ‘노조 가입’을 거부하면서 독자 노조 건설을 제기하거나, ‘대대안에 대한 거부’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이 경우, 비정규직 운동은 정규직 노조나 대의원들, 현장조직에 엄청난 악선동의 명분을 줄 것이며 이후 계급적 행동의 정당성은 출발점에서부터 약화될 것입니다. 또한 가장 전투적이고 계급적인 정규직 활동가들이 대의원 대회에서 어용과 함께 하면서 ‘비정규직 가입 반대’에 투표하거나 기권하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반드시 피해야 하며, 이것을 ‘자주성’의 이름으로 회피한다면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부문주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만일 비정규직 노조가 일정에 오르기도 전에 빠르게 대대에서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 규정이 채택되는 경우,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대중적인 방식으로 ‘가입’을 선동하고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이 경우 둘 중 하나입니다. 형식적인 규약 변경이 실제적인 가입 물결로 이어진다면, 정규직 노조는 최악의 경우 한통 이동걸 노조처럼 ‘가입을 거부’하면서 ‘비정규직 계약 해지시 해고자 구제 기금이 부족하다’는 핑계만을 늘어 놓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통 계약직 노조처럼 규약의 재변경을 요구하면서 비정규직 노조를 건설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배신은 ‘울산’의 ‘현자’에서는 감히 일어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경우라고 해도, 우려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역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희들은 가장 좋은 경우의 수가 바로 이 경우의 수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대대적인 선동과 조직화 작업을 통해서, 그리고 정규직 활동가들의 규약안을 활용한 대대적인 지원 사격만으로도 비정규직 대중들의 거의 압도적 다수가 노조로 가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이상, “계약해지를 정리해고로 간주하고 파업하며, 해고된 활동가들에게 해고생계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일 노조의 당당한 조합원으로서 (식당아주머니들처럼) 투쟁할 수 있고, 노조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조합원의 입장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은 계급적 선동, 투쟁을 자유자재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단 하나의 문제는 비정규직 운동의 자주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저희들은 현자 비정규직 초동 주체들의 의식성과 지도성을 고려할 때,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단일 노조’ 내에서 비정규직 부분의 ‘독자적인 요구안’과 ‘체계’만을 획득하는 것으로도 이것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머지 문제들은 전적으로 “비정규직 운동의 ‘주체’의 문제”입니다. ‘자주성’은 ‘독자성’과 등치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운동의 진정한 ‘자주성’은 ‘독자성’이라는 형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계급적 운동의 선도자이자 추동력’의 지위를 획득할 때만 비로소 주어진다고 저희들은 믿습니다. 이랜드 부곡 노조건, 한통 계약직 노조건 진정한 자주성은 ‘독자적 노조’로 존재할 때가 아니라, 통합 노조냐 독립된 노조냐와 무관하게 심지어 정규직 조합원들의 요구를 위해 가장 선두에서 투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획득되었기 때문입니다. 형식에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대중의 자주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그 전까지는 ‘독립적 형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규직 노조에 기대고 호소하고 구걸하면서 자주성을 잃던 비정규직 노조들은 바로 그런 계급적 행동을 통해서 비로소 스스로 당당한 주체로 섰고 정규직 조합원들을 능가하는 자부심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비정규직 운동의 자주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상이 우리의 짧은 경험으로 동지들에게 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운동의 경험’입니다. 단지 예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고, 창조적으로 적용해야 하지만, ‘참고용’으로는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기에서 그나마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배웠던 “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자취”를 기록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투사들이 우리에게 가르쳤던 교훈들을 집약시키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동지들의 건투를 빌며, 전체 비정규직 운동, 전체 노동자 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대한 전투를 담당해야 할 이 모임의 진군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동지적 도움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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