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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노동자의 눈>을 읽고
노동자계급이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해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문제점들을 극복한 전혀 다른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사회가 심어놓은 고정관념 - 자본주의 사회는 영원하다, 생계는 스스로 꾸려가야 한다는 등 - 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동해방≫ 11월호에 실린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나에게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왔다.
여성문제에 대해 주변 동지들과 토론할 때, 남녀가 똑같이 현장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가사노동의 부담은 대부분 여성이 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가사노동의 분담 정도에만 목소리를 높였던 나이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막상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의구심을 가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성억압에 맞선 투쟁과 우리의 대안'이란 글은 가사노동의 사회화에 대해서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반성하게 되었다. 옛날 옛적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우리 부모님이 직접 우물에서 물을 긷고 산에서 나무를 해야만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상하수도 시설과 중앙난방, 도시가스의 공급 등의 변화는 가사노동의 일부가 사회화된 것의 가장 대표적이고 익숙한 예인데도 나는 이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이 든 부모를 직접 모시고 사느냐 양로원에 맡기느냐, 아이를 직접 키우느냐 보육원에 보내느냐 등의 문제도 현재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환경의 양로원과 보육원만 생각하여 직접 모시고 직접 양육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인간적이라고 간주하는 것 또한 근본적으로 보자면 자본주의 사회는 영원하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꿈꾸는 사회는 노인, 아이, 장애인 모두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이들의 삶을 돕고 함께 책임지며 더불어 사는 사회다. 따라서 그 사회는 지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양로원이나 보육원처럼 형편없는 사회복지시설과는 완전히 다르게 과학기술의 최신 성과들을 모두 활용하고 헌신적인 봉사자들이 일하면서도 편하고 따뜻하며 무료인 사회보육시설(어린이집, 노인복지관, 지역교육·문화센터, 시민체육관)들을 많이 만들어 ‘삶의 질 향상’을 실질적으로 꾀할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지하방에서 화재로 숨지고 독거노인들이 자살하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노동자계급이 해방세상을 건설해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야 한다고 사고하지 못하고, 단순히 답답한 현실에 가슴아파하며 ‘더러운 세상’을 향해 한숨짓는 것은 선진노동자의 태도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다양한 실천을 통해 단결력과 투쟁력을 강화하고, 투쟁 속에서 의식적 선진노동자들의 강력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는 영원불멸의 성채가 아니라 곳곳에서 피고름을 흘리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보다 강하게 힘을 모으고 자본주의의 약한 부분을 치고 나가 이 쓰러져가는 탐욕과 착취의 왕국을 무너뜨린다면 해방세상을 건설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자본가들이 우리들에게 주입한 온갖 낡은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노동해방의 깃발 아래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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