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본가들이 노동강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공세를 취했으나, 조합원들은 자발적인 조퇴투쟁을
벌이며 현장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사진=미디어 충청)
현대차 아산공장 YF 맨아워 투쟁
현장 조합원들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다!
96년도에 설립된 현대차 아산공장은 최신설비와 결합된 높은 편성효율로 현대차 타 공장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최악의 노동강도를 자랑해왔다. 비정규직 비율 역시 정규직 인원대비 30%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아산공장은 그동안 현대자본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아산공장은 이른바 자본가들의 ‘꿈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하지만 자본의 탐욕은 끝이 없다. 이번 YF소나타 신차투입과 관련한 M/H 협상에서 사측은 오히려 노동강도를 더욱 높이려고 획책했다.
우리도 울산공장처럼
사측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공격적인 양상으로 나왔다. 사측의 1차 제시안은 오히려 편성률을 80%로 수직 상승시키고 136명의 인원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현장은 분노로 들끓기 시작했다. 공장간 불균등한 노동강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원감축이 아니라 여유인원 충원이 필요했다.
현장위원들은 조합원들의 이런 열망을 받아 안아서 ‘우리도 울산공장처럼 일하고 싶다!’라는 구호로 표현했다. 대의원회 역시 사측의 인원감축안에 맞서 인원충원을 요구했다. 비록 아산공장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공황국면에서 인원감축 반대 등 수세적인 요구를 넘어 공세적인 요구를 제기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투쟁의 중대고비
9월 2일 협상이 결렬되자 사측은 YF 강제투입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경영설명지가 대대적으로 배포되고 공장장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사측은 “고객을 볼모로 신차양산이 늦어지면 안 된다”, “대의원들이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 “회사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지껄였다.
하지만 현장은 이런 사측의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와 협박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9월 3일부터 사측은 YF 강제투입을 시도하기 위해 도발을 자행했다. 대의원회와 조합원들은 강제투입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모으고 사측에 맞섰다. 힘에는 힘! 결국 M/H투쟁은 교섭이 아니라 현장에서 단결된 투쟁의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판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노사는 전시용차량 600대를 일단 생산하고 추후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조합원들은 극도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시용차량 생산을 합의해주면 이번 투쟁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산발적인 조합원들의 잔업거부나 조퇴투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장조합원들이 돌파구를 열다!
서서히 축적되던 조합원들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9월 7일 주간조 화이날 라인에서 현장위원들의 주도로 집단적인 잔업거부 투쟁이 일어났다. 조합원들이 먼저 행동하고 투쟁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현장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9월 8일에는 당초 합의사항인 전시용차량이 모두 생산됐으나 사측은 “불량차가 많다”며 사실상 YF를 강제 투입했다. 결국 대의원회가 오전 11시 40분 경 라인 가동을 정지시키면서 투쟁은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후 3시부터 파업과 잔업거부투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의원회는 또 한 번 동요하고 교섭에 매달렸다. 결국 당초 요구보다 후퇴된 8명 추가인원 투입과 징계최소화로 노사간 합의를 도출했다. 다음날 공장장과의 최종교섭 및 합의서 작성을 앞두고 야간조 조합원 보고대회가 개최됐다. 보고대회에서 일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일부 조합원들은 자발적인 조퇴투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최종 합의결과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쟁에서 선도적으로 현장투쟁을 조직했던 현장위원들의 분투와 이에 화답한 조합원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는 분명 희망을 보여주었다. 현장은 결코 죽지 않았음을 그리고 우리가 가진 힘(파업의 힘)을 사용하기를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합원들은 몸소 실천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쟁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