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노련 1기 운영위원장 오세철 동지(좌측)에 이어, 2기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양효식 동지(우측).
[인터뷰] 사노련 1기 운영위원장에게 듣는 평가와 고언
1. 2008년 한 해 사노련의 실천을 평가해주십시오.
2008년 2월 사노련 출범 이후를 평가하기 전에 결성과정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나는 2005년 여름 혁명적 사회주의그룹들에게 <혁명적 맑스주의자 모임>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이에 동의하고 정기적인 월례토론회를 열어왔습니다. 물론 느슨한 형식이었지만 혁명적 맑스주의자들이 반드시 토론해야 할 주제들을 진지하게 발제하고 토론했습니다. 적어도 이 모임에 참여한 그룹들은 반혁명적 스탈린주의를 넘어서 맑스주의 원칙과 분파주의를 넘어선 연대와 통일에 공감했습니다. 한두 그룹이 사노련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사노련 결성과정에 이러한 전사(前史)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는 사노련 결성이 한국의 사회주의운동사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몇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혁명적 맑스주의(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깊고 넓게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논쟁하고 차이를 드러내는 사회주의자의 자세와 기풍을 일깨우는 데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그 첫 성과가 <우리의 입장>이나 <대중행동강령>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둘째, 사회주의운동을 공개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물꼬를 텄다는 점입니다. 탄압이 두려워서, 아니면 은폐되고 비밀스런 방식만이 사회주의운동의 바른 길이라고 생각해 온 우리의 운동방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모든 문건과 표현물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떳떳하게 사회주의운동을 전개한 것은, 그 어떤 탄압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의 사회주의운동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셋째, 조직노동자에 기반을 둔 노동자운동에만 몰두하지 않고 비정규직노동자, 미조직노동자, 실업노동자의 운동과 투쟁에 적극 동참하면서, 지금 쇠퇴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설 미래의 주체들을 깊이 인식했다는 점입니다. 2008년 촛불투쟁과의 결합은 그것의 한 표현이었고, 어렵게 싸우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결합도 그러한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물론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의 단결과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넷째, 사노련에 대한 탄압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응했으며,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활동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사회주의 활동에 대한 탄압에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전범을 마련하는 기회를 가진 것도 큰 성과였습니다.
다섯째, 끊임없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사노련의 적극적 제안들이 실현되지 못했지만, 충심어린 노력은 앞으로 운동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2. 제2기 사노련을 위한 고언을 해주십시오.
사노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하면서 몇 가지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사회주의자로서, 올바른 자세로 충만한 자신감과 넓은 포옹력을 갖기를 바랍니다. 자신감과 포옹력은 넓고 깊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공산주의에 대한 밝은 전망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둘째, 여전히 우리에게는 대중을 지도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엘리트주의적 맑스주의 관점이 남아 있습니다. 대중추수주의에 빠지지 않는 대중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노동자권력은 계급 스스로 쟁취한다는 대중관을 갖기를 바랍니다. 사회주의자는 대중을 조직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자를 조직할 뿐입니다. 대중투쟁을 기반으로 공산주의의 전망을 열어갈 뿐입니다.
셋째, 쇠퇴하는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갖기를 바랍니다. 이는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을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기계론적인 유물론을 넘어서 상부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뜻하기도 합니다. 체계적이면서도 폭넓은 학습, 토론, 교육이 이루어지를 바랍니다.
넷째, 추상적인 언어로서 국제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자의 국제연대 그리고 세계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에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다시 ‘일국사회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범한다면, 그 모든 부분적 실천들은 아무리 전투적이고 혁명적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혁명과는 거리가 멀 것입니다.
[인터뷰] 사노련 2기 운영위원장 양효식 동지에게 듣는 사노련의 결의
1. 사노련 2기가 출범했습니다. 운영위원장으로서 2기의 핵심 과제를 정리하신다면 ?
2기의 핵심 과제는 분명하다. 이번 2차 총회에서 동지들의 결의를 모은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투쟁 전면화를 위한 정치방침’을 힘차게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방침의 중심 사업인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노동자 정치투쟁실천단’을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성사시키는 데 2기 사노련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본다.
정치투쟁실천단 사업은 단지 사노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 시기 한국 노동자계급운동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의 위기로 전가되고 있는 현 상황을 되돌릴 반격과 공세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십만 조직노동자들이 맞고 있는 노동자계급 지도력의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썩어 문드러져 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든 고통을 떠넘기기 위한 자본의 공격 앞에서 운동의 지도부들은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종용하고 정신적 무장해제를 강요하며 운동을 계속 수세로 몰아가고 있다. 이 노동조합 관료들과 개량주의 진보정당들의 반노동계급적 지도력을 밀어내고 혁명적 지도력을 세워내는 것이 현 시기 사회주의자, 선진노동자들의 최대 임무가 아닐 수 없다.
정치투쟁실천단은 바로 그러한 혁명적 지도력을 세워내고 다가올 자본과 노동의 일대결전에 대비하기 위한, 즉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로 나아가기 위한 과업을 감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노련을 넘어 계급운동의 명운까지 걸려 있다고 감히 말하는 것이다. 사노련의 모든 동지들이 그러한 각오와 결의로 올해 계급투쟁의 한 가운데서 이 정치투쟁실천단 사업에 총매진할 것이다.
2. 2기 운영위원장으로서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1년 오세철 운영위원장 동지를 중심으로 1기 사노련이 이룩해낸 성과 위에서 지금 2기가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 계속되는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의 깃발을 내걸고 동지들이 여기까지 달려온 데 대해 1기의 일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막중한 책무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다시 심기일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적들의 탄압이 계속되겠지만, 지난 1년과 같은 기조로 우리 사노련이 굴하지 않고 헤쳐나간다면 그 어떤 극악한 탄압도 사회주의운동의 전진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3. 사노련 동지들과 노동자 투사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
이번 총회는 우리 사노련 동지들의 정치적 성숙을 보여준 총회였다고 말하고 싶다. 정치방침을 채택하기까지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지만, 결코 자족적이고 내향적인 과정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 대한 책임감에 입각하여 엄중한 정세를 떠맡겠다는 정신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본다. 과거 소 써클 시절에 비해 명백히 한 단계 성숙되고 계급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번 총회에서 그와 같이 단일하게 힘찬 결의를 이뤄내고 통합된 지도력을 세우는 데로 쉽게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기에서도 이러한 자세와 정신을 더욱 확장하여 사회주의운동 내에서 당적 기풍을 선도해 나가는 사노련 동지들의 모습을 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동자 투사 동지들에게도 올해 좀 더 책임 있고 긴밀하게 다가가는 사노련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겠다. 동지들한테 과연 사노련이 말한 만큼 실제 실천하고 있는지 항상 두려움이 있다. 사회주의운동이 ‘실력 없다’는 비판이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사노련은 절대로 그러한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실력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고 정면 돌파하기 위해 올해 사활을 걸고 동지들과 함께 당 건설투쟁을 배치하고 전개할 것이다. “동지들의 관심과 지지를 기대합니다. 동지들! 사노련의 투쟁에 함께 합시다.”
<가자! 노동해방> 25호 기사(200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