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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쟁점

[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끊어진 허리 - 혁명적 정치세력화로 이어가자!
 사노련  | 2010·06·25 14:40 | HIT : 2,797
[▲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민주당 후보 기호2번 한명숙을 밀어주기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던 장면. 무엇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좌초시키고 있는가? (사진=오마이뉴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끊어진 허리 - 혁명적 정치세력화로 이어가자 !

최근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른바 ‘야권연대’ 노선을 채택했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 즉 현재 한국노동운동의 대중적 전위부대는 대개의 지역에서 자신의 지도부에 의해 민주당의 꼬리가 돼 지지하도록 지시받았다.

민주대연합 노선 -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허리를 동강내려 하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노동자계급의 각성과 염원이 담긴 이 소중한 깃발은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높이 솟구쳤다. 이 깃발의 가치는 DJ와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 노동자계급이 겪어야 했던 어마어마한 고통을 통해 더 분명해졌다.

DJ와 노무현 정권 시절 노동자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구조조정의 강물은 노동자들을 계속 집어삼켰다. 노동악법은 모습만 달리 한 채 계속 노동자의 조직과 투쟁을 짓밟았다. 수많은 노동열사들을 피눈물 속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랬기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각성된 노동자들은 ‘한나라당 정권을 민주당 정권으로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점, 노동자의 독자적 힘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임을 절감해왔다. 이것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흐름이 중단 없이 강화될 수 있는 강력한 보증물이었다.

그러나 이 도도한 물줄기를 민주노총 지도부와 민주노동당은 동강내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선거에서 ‘반MB투쟁의 이름’으로 요구했다 : “전진을 멈추자. 민주당과 연대해서 꼬리가 되자!”

누구를 위한 정치세력화 ?

이른바 민주대연합 노선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세력화”인가?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형벌을 지고 사는 노동자들, 해고자가 되어 아니 애당초 취업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며 내팽개쳐진 수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민주당 정권 하에 계속 공격당했던 조합원들을 위해 이따위 민주대연합 노선이 필요한가? 작은 투쟁의 경험이라도 가진 모든 노동자들은 단호히 반대할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세우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민주대연합 노선을 통해, 조직된 노동자들을 민주당의 꼬리로 강제로 줄 세우면서 얻을 게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노동자대중의 생존권과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지켜내는 것보다 자신들이 시장이 되고, 구의원이 되며,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고, 바로 그들이 중심이 되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당의 관료들이다.

왜 후퇴하는가 ? - 뿌리

왜 민주노동당은 스스로 내건 깃발을 접고 더 급격히 후퇴하고 있는가? 왜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은 이 후퇴를 방치하고, 심지어 이 후퇴를 강요하는가? 이것은 단지 실수 혹은 상층 지도자들의 불타는 출세욕, 타락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 뒤에 결정적 원인이 있다.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노동자들이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힘을 실어주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정치방침을 지지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해고 분쇄, 정규직화, 지옥 같은 노동조건 개선, 생활임금 쟁취, 노조활동의 자유 등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노동자해방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노동자 생존권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고, 오히려 쥐꼬리만한 권리도 모조리 노동자로부터 박탈하고자 발악하고 있다. 이미 쇠퇴하고 반동화돼 그런 여유를 자본주의 체제가 갖고 있지 않고, 경제위기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 생존권 쟁취가 자본주의 착취, 이윤체제 및 자본가권력에 맞선 혁명적 투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의 이윤논리와 경쟁논리를 단호히 거부하고, 자본주의 정부의 억압과 탄압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대담한 투쟁 없이 노동자 생존권은 무참히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명백한 현실이다. 가령 모든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도록 강제하는 것, 그리고 모든 기업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 한마디로 노동자의 가장 절박한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논리(“기업은 사장의 이윤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지 노동자 생존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는 바로 이 사장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를 거부하지 않고서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것도 이윤은커녕 회사의 생존까지 사장들이 걱정해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같은 개량주의 정당의 지도자들은 그런 혁명적 투쟁에 나설 생각이 없다.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소한 개량에 집착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고 여기서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시장이 되어 약간 개선하는 데 목매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본격화 국면에서 이제 민주노동당 같은 개량주의 당에게서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이 당은 최소한의 존립 근거였던, 자본가정당으로부터 독립된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깃발마저 땅바닥에 처박아 짓밟고 있다.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정당과 섞이고 그것의 꼬리가 되며, 기껏해야 민주당에서 왼쪽으로 ‘한 발’ 더 나간 당이 되어 선명성 경쟁을 벌일 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제 민주노동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갖고 전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세력화의 끊어진 허리를 강철 동아줄로 이을 수 있다.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

마지막 질문이 필요하다. 무엇이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20년 넘게 진행된 노동자 정치세력화 물결을 좌초하게 만들었는가? 바로 자본주의에 정면 도전하는 혁명적인 정치노선을 단호하게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있어 노동자투쟁에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던 90년대 중후반까지는 “개량이냐 자본주의에 굴종이냐”라는 개량주의적 문제설정이 부분적으로 먹힐 수 있었다. 약간의 개량의 떡고물에 마취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개량주의 지도자들은 ‘개량’을 내건 ‘개량주의적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을 가지고 민주당과 부분적으로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격화되는 경제위기 앞에, 개량의 떡고물을 주며 개량주의 지도자들의 입지를 세워주고 한가로이 그들과 타협할 여유가 자본주의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개량주의 지도자들은 ‘개량 없는 개량주의’로 전락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 개량주의 노선을 지탱할 수도 없다. 이것이 그들을 민주당의 2중대로 몰아붙이고 있다. 진보신당도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당원들과 지지층의 구성, 그리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볼 때 진보신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왼쪽으로 ‘반 발’ 더 나간 정치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 2중대 노선’이 등장하는 객관적 뿌리다.

이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을 지속하기 위해선 다음의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혁명이냐 자본주의 체제에 굴종이냐!” 자본주의 착취, 이윤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혁명적 정치세력화, 바로 이것만이 끊어진 허리를 잇고 진정 노동자계급을 자본가들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정당건설을 향한 결의와 결단은 노동자계급운동을 책임지고자 하는 선진노동자들 앞에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던져지고 있다. 이것이 이번 지자체 선거로부터 끌어내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최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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