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박살내고 자율교섭 쟁취로!
“MB악법 저지” 슬로건이 연초까지 국회 안팎에서 외쳐지던 동안, 노동부가 올해 핵심추진업무로 더 많은 노동악법과 제도 도입을 공표했다. 기존에 쟁점이 되어왔던 비정규법 · 최저임금법 개악은 물론이고, 임금교섭의 주기를 2년 단위로 연장,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조합의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이 가득 들어 있다. 특히 이중에는 내년 1월1일부터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창구 단일화’ 법제화가 포함되어 있다.
13년간 유예되어온 노동기본권
복수노조 허용은 현행 헌법상 ‘결사의 자유’의 매우 기초적 권리에 해당한다. 여러 개의 노동조합 중에 노동자가 원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이며, 스스로 추구하는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법은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해 옴으로써 그동안 단위사업장에서 자본가들이 설립한 어용노조로 인해 노조 설립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래로 민주노조운동은 ‘3조5호(복수노조금지조항) 철폐’ 슬로건을 외치며 싸워왔다. 대중적 요구와 국제적 압박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개정이 검토되다 97년에 시행예정이었으나 5년이 유예되었다. 2002년에도 또다시 5년 유예, 2007년에 또다시 3년 유예되는 등 무려 13년간이나 시행이 미뤄지는데, 이 과정에는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유예와 복수노조 허용 유예를 맞바꾸려는 한국노총의 노사정 야합 동참이 있었다. 민주노총 또한 원칙적으로는 한국노총의 야합에 반대해 왔으나, 산하 대기업노조들이 복수노조 허용에 난색을 표하는 등 적극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합을 방관해왔다.
13년만에 내년 1월 시행되는 것에도 정권과 자본은 노동기본권에 잠금장치를 해두었다. 노조법 부칙에 “노동부장관은 2009년 12월31일까지 ……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놓은 것이다!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창구단일화’란 사업장단위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한다는 것으로서, 자율교섭을 보장해야 할 헌법과 노동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이미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 규정됨으로써 우리는 그 실체를 미리 볼 수 있었다. 각각의 노조가 가진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10명으로 통일해오지 않으면 자본가는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교섭의무가 없으니 이에 맞선 쟁의행위는 모조리 불법이 된다. 한마디로 '창구단일화‘ 논리는 자본가들에게 교섭을 거부할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산별노조의 지부·분회 단위까지 창구단일화 대상에 포함시켜 올해 안에 법 개정을 강행할 태세이다. 공무원노조가 수차례 위헌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31일 헌법재판소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과 교섭비용을 줄이기 위해 창구 단일화를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자본가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며 합헌 판정을 내렸다. 단체교섭은 노동자들의 권리인데 교섭비용을 이유로 기본권을 송두리째 박탈한 것이다!
대기업노조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자신들이 사업장 단위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해 자율교섭 쟁취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다. 대기업노조에 바탕을 둔 민주노총의 태도 또한 대단히 미온적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미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조항을 적절히 활용하면 민주노조운동을 박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007년 이 조항이 3년 유예되었을 때, 현대차자본의 매파들은 당장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창구단일화는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박탈하게 된다. 노조를 설립해도 사용자는 교섭의무를 지지 않고, 파업을 하면 모조리 불법이 되어 야수적 탄압 앞에 놓이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무조건 올해 안에 입법을 강행할 상황! 자율교섭 쟁취와 전체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