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철폐와 뗄 수 없는 여성해방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회적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노동자다. 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한 노동자, 가장 저렴한 노동력이기도 하다. 2중, 3중의 굴레가 여성들에게 덧씌워진다. 이 굴레는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고서는 박살낼 수 없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100년 전 3·8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가 된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봉기에서 터져나온 요구다. 그러나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100년 전의 구호는 이랜드, KTX 등 수많은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외치는 구호와 다를 게 없다. 여성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빈곤, 저임금, 비정규직, 가사와 임금노동의 2중 착취를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이런 사실들 앞에서 노동계급 여성들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계급 여성들의 해방투쟁의 길
첫째, 부르주아 여성이나 중간계급 여성들이 말하는 ‘여성문제’는 실상 여성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꿰뚫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하에서 여성가족부가 만들어낸 정책들을 조금만 살펴보아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정책은 부르주아 여성, 중간계급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올리는 것에만 ‘여성 문제’를 제한한다. KTX나 이랜드, 광주시청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된 “비정규직 철폐, 고용안정, 생활임금, 노동시간단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오히려 적대적이다.
일부 부르주아, 중간계급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을 마치 모든 여성들의 해방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선전하는 이들은 결국 부르주아, 중간계급 여성들의 요구만을 대변하려 하고, 노동계급 여성들을 자신들의 지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는 자들일 뿐이다.
둘째, 자본주의 사회는 사회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전담시키거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일과 가사의 양립 정책을 여성해방의 길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는 것도 부르주아 여성들이나 자본가나 똑같다. 한마디로 여성들의 가사 노동에 대해선 자본가들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남성 노동자들은 보육, 간병, 가사 등 사회의 재생산에 필요한 소중한 노동을 여성노동자에게 무상으로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철폐하는 투쟁과 연동되지 않은 ‘여성해방’은 거짓일 뿐만 아니라 이루어질 수도 없다. 압도적 다수의 여성을 이루는 여성노동자들에게 그것은 절대적인 진실이다. 가장 손쉽게 착취할 수 있고 가정이란 이름으로 언제든지 손쉽게 잘라내는 노동자, 어떤 사회적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착취할 수 있는 가사노동의 담당자인 노동자, 즉 여성노동자 없는 자본주의 사회는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성노동자의 해방은 자본주의 철폐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는 점도 대단히 분명한 것이다. 여성노동자는 부르주아 여성, 중간계급 여성과의 연대가 아니라 여성·남성 노동자, 전 세계 모든 노동자와 연대를 추구함으로써 해방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자본주의 철폐를 위한 투쟁은 여성노동자들과 남성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조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