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인사의 불씨단
직원이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인사구역이라는 것이 있다. 그곳에 잠깐 서서 인사를 하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요즘은 ‘인사의 불씨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하루에 인사를 몇 번하는지 카운팅을 하고 보고를 하라 한다. 직원 모두가 인사 잘하도록 하는 불씨를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목 디스크 걸리는 거 아닌지?
[유통노동자]
삽니다/팝니다 : 없는 사람끼리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주말근무를 서로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 휴식이 필요한 노동자는 자기 주말근무를 50,000원에 사줄 사람을 찾는다. 그 돈이나마 쥐꼬리만 한 임금에 보태고자 하는 노동자는 주말근무를 파는 노동자와 거래를 한다. 언뜻 보기엔 쉴 시간 없는 자와 돈 없는 자의 자연스런 거래 같다. 하지만 쥐꼬리 임금과 부족한 휴일까지 자연스러울 리 있나. 이런 상황에도 관리자는 번표[근무 스케줄]만 던져놓고 대책이 없다. 노동자들끼리 알아서 주말 번표 조정에 들어가는 셈이다. 멋대로 짠 건 저것들인데 해결하는 건 왜 우리 노동자들이야? 그럼 아예 우리가 번표 짜고 우리끼리 임금 지급하게 저기 나가 있어라. 그럼 시간 없고 돈 없는 일은 없을 텐데!
[병원노동자]
흥부노동자와 놀부병원
병원에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단정한 옷차림과 깔끔한 용모를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병원에서 지급되는 유니폼은 형편없기 짝이 없다. 싸구려 천은 여름에 바람도 통하지 않고 땀 흡수도 되지 않아 마치 비닐을 입은 것과 다름이 없어 찜질방에서 일하는 것 같다. 엉성하게 처리된 바느질로 금방 터지고, 허리춤에 후크는 떨어지기 일쑤다. 또한 특수부서의 경우 세탁이 되어 올라오는 옷들은 여기저기 구멍 난 부분이 천으로 덧대 기워져 있다. 이런 누더기 유니폼을 걸치고 죽어라 일하는 흥부노동자. 그 대가로 나날이 화려해지기만 하는 놀부병원.
[병원노동자]
소재 현장탄압, 어물쩍 넘기려는 사측
최근 현장노동자를 악랄하게 탄압한 소재사업부 경합금공장 조장 반장이 스스로 보직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악질적인 노무관리의 원흉이 사측임이 분명한 데도 그 책임을 가해자들에게만 지우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악질관리자들을 타 부서로 전환 배치하라’는 피해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닫고 오히려 공석이 된 조장 반장 자리를 그대로 놔두고 있다. 결국 사태를 대충 무마시켜 악랄한 관리자들을 그 자리에 다시 앉힐 작정인가? 사측이 피해를 당해온 현장노동자들의 요구에 어떻게 답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울산현자 <노동자투쟁> 57호]
작업재개 표준서, 현장투쟁으로 원상회복 시키자!
지난 임시대의원회(107차)는 작업재개표준서를 다시 개정하기로 했다. 이제 작업재개표준서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안전사고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치열한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작업재개표준서의 의미
개악되기 이전의 작업재개표준서는 현장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선 대책협의, 후 라인가동’의 원칙은 사측으로 하여금 사고재발 방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안전을 도외시하면 라인이 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개악되기 이전의 작업재개표준서는 그래서 사측에게 골칫거리였다.
기아차의 사례
이와 유사한 일들이 2003년 기아차에서 있었다. 당시 기아차 화성공장 지부장은 ‘자동화 공정, 무인공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그리고 인사사고가 아닌 아차사고의 경우 우선 라인 가동 후, 향후에 제반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사측과 합의했다. 그로 인해 현장에선 안전문제를 제쳐두고 생산을 우선에 두려는 사측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자 기아차 사측은 그것을 현장탄압용으로까지 활용했다. 수많은 활동가들이 구속시키고, 심지어 평조합원들까지 탄압했다. 그러나 기아화성 노동자들은 굴복하지 않고 2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을 벌여 결국 개악된 내용을 철회시켰다.
안전이 먼저냐 생산이 먼저냐
지금도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작업재개표준서가 개악되면서 상황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사고가 나면 사측은 개악된 표준서를 들이밀면서 작업재개부터 요구했다. 7년 전에 기아차에서 벌어졌던 일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작업재개표준서가 제대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장 곳곳에서 안전사고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전사고가 사측의 입맛대로 처리된다면 현장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험에 처할 것이다.
해결책은 현장투쟁에서 나온다
문제의 해결책은 분명하다. 개악된 작업재개표준서를 원위치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장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개악된 작업재개표준서에 맞선 싸움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미 기아차 노동자들이 그 길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어 싸워서 사측을 굴복시키는 것, 그것이 답이다.
[울산현자 <노동자투쟁> 57호]
에어컨은 장식용이 아니다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시작됐다. 빡센 라인에 쫓기다 보면 한여름 더위나 다름없다. 종일 선풍기를 틀어대지만, 뜨거운 바람에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현장에 에어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언제 틀지는 깜깜 무소식이다. 식당은 간간이 에어컨을 틀어주던데, 식당보다 더 중요한 현장은 왜 에어컨을 안틀어주는가? 돈이 아까워서?
[GM창원 <노동자투쟁> 33호]
작업도 공평하게
수많은 공정들이 있지만, 노동강도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노동자인데도 상대적으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장기직보다는 단기계약직들이 더 힘든 일을 떠맡다보니 불만이 커져간다. 그렇다고 서로 짜증내고, 분열하면 사측만 좋아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 같이 투쟁해서 사람을 늘리고 힘든 일을 나누는 것이다.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서로 짜증만 내지 말고, 서로 도와가면서 교대로라도 일해보자. 그러면 어떤 공정이 쉽고, 어려운지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동료애의 시작 아닐까?
[GM창원 <노동자투쟁> 33호]
바보들이 아니고서야
대우, 삼성, 현중이 중국에서 신조시장을 개척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은 망갈리아 조선소에도 3,000억 원을 투자한다. 러시아는 조선산업을 현대화하고, 브라질은 자국 건조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약간의 회복기미가 보이자 각국의 조선산업이 너나없이 투자를 늘리고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위기라 했던 몇 개월 전만 해도 모든 전문가들이 조선산업의 과잉설비를 지적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조선업의 자본가들은 또다시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모두가 망하는 길인 걸 알면서도 자신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현중 <노동자투쟁> 13호]
기초질서 잘 지키기, 정말 기초질서 잘 지키기일까?
현장에서 기초질서라는 게 무엇인가? 조기출근에 조기체조하기, 8시보다 빨리 승선하기, 12시 정각에 하선하여 식당가기, 5시 정각 하선하여 퇴근하기 등이다. 그리고 그런 기초질서를 지키기 위하여 관리자들이 시계를 들고 식당 앞에서, 배 밑에서 감시를 한다.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은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일 뿐이다. 그런데 반 생산회의에서 기초질서를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는가를 토론하라고 한다. 반 생산회의 시간에 ‘기초질서 잘 지키기’가 아니라 ‘현재의 노동강도’, ‘노동강도와 현장에서 사고와의 관계’를 토론한다면 사측은 어떻게 할까?
[현중 <노동자투쟁> 1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