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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교양도서 3권_여성해방과 노동해방
 사노련  | 2009·11·11 23:45 | HIT : 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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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련에서 발행한 <일하며 배우는 노동자 교양도서> 3권 '노동자, 세상을 움켜쥐어라'에 실린 글입니다.)

    여성해방과 노동해방

    김혜영

    현재 여성노동자의 삶

    ‘김씨는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전부터 취업을 하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신규채용을 하는 기업도 적을뿐더러 여성 직원을 뽑는 곳은 가뭄에 콩 나듯 적다. 그래도 50통이 넘게 입사지원서를 내봤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요즘 김씨는 성형수술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회사에서는 여성의 외모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꾸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씨는 결혼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5년 넘게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이씨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찾아 나섰지만 50살이 넘은 이씨를 받아주는 직장은 없었다. 이씨가 구할 수 있는 직장은 식당 설거지와 건물 청소밖에 없었다. 대학 건물 청소 일을 구한 이씨는 최저임금을 받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남자직원들의 정년이 63살인 반면 여자직원들 정년은 58살이어서 이 일도 몇 년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할 처지다. 막내의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계속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씨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2년 동안 파견직원으로 일하다가 얼마 전 해고가 됐다. 복직을 위해 동료들과 천막농성을 하고 있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박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난 후 동료들이 있는 농성장에 나온다. 저녁에는 다시 돌아가 어지럽혀진 집을 치우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줘야 한다. 농성중인 동료들을 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박씨의 발걸음이 무겁다.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가득하다.’

    자본주의는 여성을 해방시킨 동시에 억압한다

    김씨, 이씨, 박씨의 삶은 다른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게 되는 부당함과 고통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여성해방의 길은 멀어 보인다. 여성은 능력보다는 외모로 평가되며, 회사에서는 커피 심부름을 해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상냥할 것을 요구받는다.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대다수이고, 가정에서는 가사노동에 대한 책임을 요구받는다.

    한편으로는 부당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남존여비’, ‘남아선호’ 사상이 존재하던 조선시대나 오빠의 진학과 성공을 위해 여동생이 희생해야 했던 몇 십 년 전에 비하면 차별이 적어진 듯도 하다.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남학생들과 비슷하며 고시합격률도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진출 분야도 확대되었고, 여성이라서 하지 못하는 행동규범들도 많이 사라졌다.

    자본주의와 함께 시작된 여성의 사회진출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발전은 삼대가 땅을 중심으로 모여 살던 전통적 가족을 해체시킴으로써 봉건적 잔재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남성과 동일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투쟁했다. 그 투쟁의 성과로 차별적인 여러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개선되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여성차별 의식은 사회적으로 많은 저항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여성해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어느 정도 만들어냈으니 자본주의 아래서 완전한 여성해방도 가능하지 않을까? 김씨, 이씨, 박씨의 삶도 언젠가는 나아지지 않을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가정에서 성별분업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와 그것을 바탕으로 여성노동자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살펴보자.

    행복한 가정의 모습과 성별분업을 통해 자본가들은 무엇을 노리는가?

    무한경쟁, 적자생존 시대에 가정은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피난처이자 안식처다. 가장이 지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환하게 웃는 아내가 따뜻한 저녁식사를 만들고 있고 아이들이 뛰어나와 반갑게 안긴다. 이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가 제시하는 전형적인 가정상이기도 하다. 수많은 광고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수입원의 1차적 책임자는 남편인 남성노동자다. 그리고 아내인 여성노동자는 가사노동의 1차적 책임자다.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가 성별분업에 따라 이 책임을 다했을 때 비로소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진다.

    이 ‘행복한 가정’은 현실에서 수많은 다른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자본주의의 중요한 모델이 된다. 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난 편부모가정, 독신가정, 미혼모가정,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는 가정 등 다른 형태의 가족은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치부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행복한 가정 모델에 따라 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거나 어머니가 가사노동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가정은 비난받는다.

    자본주의와 자본가들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모델로 세움으로써 얻고자 하는 이득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의 이윤창출에 필요한 후대의 노동자를 재생산(출산)하고 노동력을 제공(양육·교육)하며 노동력을 회복(의식주 해결)하는 책임을 모두 개별 가족에 맡긴다. 이 가족이 잘 유지되어야 자본주의적 착취가 가능하며 자본주의 사회도 잘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개별 가족 속에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역할을 묶어놔야 자본가의 착취도 훨씬 손쉬워진다. 남편(남성 노동자)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꼭 취직을 해야 하고 더 나은 봉급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가족을 위해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고 더 빠른 진급을 위해 동료들과 경쟁한다. 아내에게 일은 남편이 벌어다주는 수입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로 취급되면서 손쉬운 해고와 저임금 비정규직에 내몰린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단결투쟁의 길에 나서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가정에 방문을 하거나 집에 전화를 걸어 협박하고 ‘가정을 생각하라’며 돈을 쥐어주며 회유하기도 한다. 장기투쟁 중인 남성노동자는 ‘가정에 월급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계속 투쟁을 하는 게 옳은가?’ 고민을 하게 된다. 여성노동자들도 출산, 양육, 가사노동 문제 때문에 투쟁을 포기하기도 한다.

    여성 노동자의 이중굴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가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가사노동은 여성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다. 일과 가사노동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장을 봐서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것,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고 교육해야 하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남성 노동자가 아내를 자신과 동등한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가사노동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만 본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사노동에 소요되는 시간도 적어지고 방법도 편리해졌다. 가스·전기 설비의 발달, 인스턴트 식품의 발달과 외식산업의 성장은 가사노동 시간을 대폭 줄였다. 그리고 양육·보육·요양시설의 발달로 가정에서의 돌봄노동 비중도 많이 줄어들었다.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들이 이미 사회화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음식점, 마켓에 진열된 수많은 가공식품들, 동네 곳곳의 세탁소, 놀이방과 탁아소, 양로원과 요양시설은 전통적으로 가족 내에서 해왔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이미 사회화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사회화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약점이 있다. 바로 이 사회화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또한 돈을 주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사노동 시간과 돌봄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많은 수단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도, 노동자 가정의 빠듯한 수입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노동자의 수입이 적어질수록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 저임금으로 내몰리는 것과 동시에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 해야 할 노동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수입이 줄어들면 아이들 학원을 끊고 외출을 줄이며 외식은 자제하고 웬만한 수선은 집에서 해결한다. 가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자본주의는 전통적 가사노동의 분야를 이윤창출을 위한 하나의 시장으로 볼 뿐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을 해방시킬 생각은 없는 것이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남녀가 동등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사회화되고 있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더욱 더 사회화시켜 나가고 모두가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재편하며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사회에서 책임지지 않는 한 가사노동은 노동자가정에 족쇄를 채우는 수단으로 계속 작동할 것이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모두 개별 가정에서 책임져야 한다면 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도 집에서 충분히 쉴 수 없고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을 빼앗으며 문화생활을 할 여가시간을 빼앗는 현재의 상황들이 계속 유지될 것이다.

    저임금·비정규직·손쉬운 해고, 여성노동자

    그렇다면 노동현장에서 여성노동자는 어떤 처지에 있는가? 여성노동자의 다른 이름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하는 여성노동자 3명 가운데 2명은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분포가 가장 큰 서비스·판매직과 사무보조직은 죄다 저임금 비정규직뿐이다.

    임금을 책정하는 데 있어서 자본가들은 ‘남성은 돈을 벌고 여성은 가정을 꾸린다’는 가부장적 논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칼을 만드는 회사인 도루코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칼을 만들어 내는데도 남성이 만들면 1개에 30원, 여성이 만들면 1개에 15원씩 지급한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 사장은 ‘여자니까’라고 답했다. 자본가들은 ‘돈은 남편이 벌어오니 아줌마들은 반찬값이나 애들 학원비 정도 벌면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이다. 자본가들은 성별 차이를 이용해 초과착취를 정당화한다.

    여성노동자에게 보장된 취업의 기회는 비정규직 일자리다. 자본가들은 ‘결혼이나 출산 전까지 적당히 일시키다 가정으로 보낼’ 여성노동자에게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쓰다 쉽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 일자리에 여성을 쓰게 되면 출산·육아휴가를 보장해야 하고 생리휴가를 보장해야 하는 귀찮음에 빠지게 된다. 젊은 여성노동자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면접을 볼 때 ‘결혼 계획은 있느냐?’, ‘출산 계획은 있느냐?’를 묻는다. 결혼과 출산계획이 있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용기를 내 사회에 나온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이 취직할 수 있는 곳은 건물청소 하청업체나 식당뿐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업문은 더욱 좁아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2008년 12월 여성 채용 인원을 밝힌 상장기업 350곳을 분석한 결과, 채용인원 1만 3,799명 가운데 여성은 20.1%인 2,770명에 그쳤다.

    그렇다면 여성 노동자에게 해고는 어떤가? 자본가들은 필요할 때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불러 쓰다가 위기 상황에는 잘라내면서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자본가들은 여성을 그저 출산·양육과 가사를 책임질 뿐인 존재로 보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리해고 앞에서 의도적으로 가부장적 논리를 들이댄다. 여성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는 해고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월, 30대 여성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5만 7천명 감소했다. 같은 시기 감소한 남성 취업자 수의 17.5배다. 지난 IMF 시기 사내커플 여성, 결혼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정리해고 1순위였듯이, 경제위기 때마다 여성의 대량실직 사태는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비정규직화는 여성노동자만의 고통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노동자의 처지는 전체 노동자의 처지를 하락시키는 역할을 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임금이 다르다면 자본가들은 그것을 이용해 남성노동자의 임금 또한 얼마든지 하락시킬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전체 노동자들의 처지를 끌어내리고 있듯이 여성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은 전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자본가들이 가부장적 논리를 적극 이용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계급관계는 그대로 두고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를 동등하게 대해 달라는 요구는 한계를 가진다. “남성노동자들이 칼 한 개를 만드는 데 30원 받으니까 여성노동자도 15원이 아니라 30원으로 해 달라”,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양육 휴가를 보장하고 직장 내 성차별을 근절하라” 하는 요구는 당연히 쟁취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가 공히 착취당하는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다만 더 초과착취 당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누구와 단결할 것인가? 자본가계급의 여성 vs 노동자계급의 여성

    모든 계급의 여성들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로 피해를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계급에 따라 매우 큰 격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문제의 해결은 ‘여성의 단결’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여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를 고용한 여성사장이 여성해방을 위한 목표로 단결할 수 있을까? 여성자본가가 자본가 계급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고 여성노동자가 노동자계급 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있다고 해도 여성노동자와 여성자본가의 단결은 불가능하다. 몇 십 만원씩 하는 피부관리와 피트니스를 이용하고 고급유치원과 실버타운에 충분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고 외제차를 타고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게 취미인 자본가계급의 여성과 하루 8시간 내내 서서 일해 퉁퉁 부은 다리를 이끌고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청소·설거지·빨래를 해야 하는 노동자계급의 여성이 무엇을 목표로 단결할 수 있을까?

    여성자본가가 생각하는 양성평등·여성해방이라는 것은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 있는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달라는 것이다. 재계에서 여성자본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회에 여성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 판검사 자리에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양성평등이다. 지배자의 위치에 남성과 동등하게 서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여성 자본가의 여성해방은 절대로 자본주의 철폐와 모든 여성의 해방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사회주의와 여성해방

    여성억압 문제는 자본주의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여성억압은 사적 소유에 기반한 계급사회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수천 년 전 목축과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는 생활이 아닌 정착생활이 가능해졌다. 목축과 농경에는 남성의 노동력이 중요했고 생산력이 발전함에 따라 먹고도 남는 잉여생산물이 생기게 되었다. 이를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족(무리)들이 소유하게 됨으로써 사적 소유가 생겨나고 누가 더 많이 가졌느냐에 따라 계급관계(신분)가 형성되었다. 사적 소유한 재산을 상속시키기 위해 남성은 자신의 자식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고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켜 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와 함께 여성억압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러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이데올로기들을 발생시켜 왔다. 자본주의는 여성억압 역사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지주와 농노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로 계급관계만 변했을 뿐 사적소유 체제는 계속 유지·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남녀 성별분업에 관한 차별적 이데올로기들이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을 유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수천 년간 여성을 억압해 온 사적 소유와 계급관계의 철폐, 즉 현존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철폐 없이 여성억압은 해결될 수 없다. 사적 소유와 계급관계가 계속되는 한 여성억압이 생겨나는 기반은 계속해서 유지된다. 병을 뿌리 뽑으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외상징후를 나타나게 하는 근원을 밝혀내고 치료해야 한다.

    사적으로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는 사회, 계급이 없어지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생산해 낸 물자·자원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소유가 될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 따른 성 역할 구별 없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주택·의료·식생활 등 인간이 생존·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사회에서 제공할 것이므로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이 가족의 생존을 위해 초과노동에 시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완전히 사회화되고 노동자들은 많아진 여가시간에 문화생활을 즐기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을 통해 재산을 유지하고 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족과 가정이 노동자들에게 족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가정의 궁핍과 폭력, 부모에 의한 아이들의 억압은 사라지고 순수하게 애정으로 뭉쳐진 새로운 가정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는 여성해방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여성억압의 기반인 사적 소유와 계급관계를 없애는 투쟁은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를 가두었던 새장을 부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새장을 부수는 투쟁은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가 함께 해야 할 몫이다.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연대하며 새장을 부수는 투쟁에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함께 투쟁에 나서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결하여 투쟁하는 과정은 계급사회가 남성노동자들에게 심어놓은 권위의식, 가부장적 사고방식, 우월의식을 씻어낼 것이다. 자본주의 철폐 투쟁에 있어서 진정으로 자신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여성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같은 동료로서 투쟁할 수 있는 남성노동자만이 여성노동자와 함께 투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노동자 또한 그 투쟁의 과정에서 계급사회의 잔재들이 여성노동자들에게 씌워놨던 수동성과 의존성을 떨치고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로 나설 것이다.

    현재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대량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악과 최저임금제 개악은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회생을 꿈꾸고 있는 자본주의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자. 그리고 동일한 고통에 빠져있는 남성노동자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향한 외침에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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