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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교양도서 3권_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차별 철폐를 중심으로
 사노련  | 2009·11·11 23:43 | HIT : 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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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련에서 발행한 <일하며 배우는 노동자 교양도서> 3권 '노동자, 세상을 움켜쥐어라'에 실린 글입니다.)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차별 철폐를 중심으로

    남궁 원

    1. 사회적 차별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지위를 갖기 위한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 능력과 지위를 갖추지 못하면 누구나 차별받을 수 있고 소외당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차별은 때론 고정관념이나 편견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과 인식 속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먼저,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학력·학벌에 대한 차별, 신체·외모에 대한 차별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욕하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이주노동자),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장애인), “단지 동성을 사랑했을 뿐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동성애자)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차별은 왜 생겨났을까?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먼저 차별을 세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보자. 이를테면 A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있다. 직장 상사가 회사가 어려우니까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얘기한다면, 이는 분명 여성차별이자 ‘개인차별’이다. 그리고 A회사 자본가들이 이를 더욱 조장한다면 ‘제도적 차별’이 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이는 ‘구조적 차별’이다.

    위에서 예를 든 것 같이, 개인적 차별은 누구나 느낄 수 있고 분노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적 차별과 구조적 차별이다. 특히 구조적 차별은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구조적 차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04년에 실시된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자.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장애인 차별,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 이주(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외모에 따른 차별 등을 꼽고 있다.1) 특히 위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차별로는 장애인 차별, 성 차별, 비정규직 차별, 연령에 따른 차별,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 등을 주요하게 꼽고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차별 진정 건은 2,136건인데, 사유별로 보면 사회적 신분, 장애, 성별, 나이, 학력/학벌, 출신국가 등의 순이다.

    2007년 10월 2일, 법무부는 공고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개략적인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공고에 나온 차별금지법을 보자.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學歷),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헌법 및 국제 인권규범의 이념을 실현하고 전반적인 인권 향상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함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당할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10월 31일, 법무부는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2)’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을 삭제한 채 ‘누더기 차별금지법’을 확정했다.3) 법무부가 확정한 ‘누더기 차별금지법’의 목적은 저들만의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무부가 ‘왜’ 차별을 조장하고, 법적으로 보장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제도적·구조적 차별이, 자본주의 체제 원리 그리고 국가 문제와 서로 깊숙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자본주의 가치기준과 차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는 본질적으로 상품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다. 모든 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고 상품으로 교환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노동력 자체도 상품화되고,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가 성립된다. 자본주의는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수단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다수의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면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가치기준(척도)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듣고 있는 시장원리, 이윤창출, 생산성 제일주의, 상품 가치, 경쟁 등이 우리 사회 가치기준이 된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이 되는 기본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기준은 우리 사회의 제도와 관습, 행동, 사고 등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각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본주의 기본 질서와 체계에 부적합하면, 우리는 언제나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억압과 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 산물이다.

    3. 국가와 민족의 단결

    차별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의 문제를 보자. 자본주의 생산은 국가 단위로 발전해 왔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국가-민족 단위의 단결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한국사회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민족’, ‘배달의 민족’ 정신이 강조된 사회다. 그래서 민족주의 생각이 강한 사회다.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애국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애국주의는 국민을 주권자로 하고, ‘외국인’을 배격한다. 이러한 국가-민족단위의 기본신념은 공공연한 선전으로 이어지고, ‘국민’을 만든다. 국가는 일정한 기준을 갖고 ‘표준어’, ‘성’, ‘인종’, ‘국적’, ‘직업’, ‘출신지역’ 등을 분류하고 보편화하고, 계급적으로 관리한다. 다시 말해 국가가 나서서, 적합한 ‘국민 표준기준’을 만든다. 이러한 ‘국민 표준기준’은 자본주의 ‘가치척도’인 시장원리, 이윤창출, 생산성 제일주의, 상품 가치, 경쟁 등과 함께 결합된다.

    국가의 국민 표준 기준에 벗어난, 이주(외국인)노동자, 인종, 소수민족, 사상범, 전과자, 장애자, 동성애자, AIDS(에이즈) 환자 등이 차별화되고 배제된다. 특히 서구 중심적 인종주의는 유럽인의 두개골을 기본형으로 과학적 인종주의를 주창하고, 국민국가 형성에 공범관계를 이룬다. 사실 인종이란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환상의 산물이다.4)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이를 잘 보여주는데, 400만의 유대인 학살과 더불어 30여만 명의 동성애자들이 가스실로 갔다.

    4. 차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4-1. 여성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자는 가정, 남자는 일터’라는 새로운 성별분업이 기본적인 사회적 분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받는 아내, 성공하는 남편'이라는 대표적 슬로건에 압축되어 있듯이, 여성에게 추구해야 할 제일의 가치는 남성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성별분업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적인 성별분업으로 연결된다. 즉 남성은 기술직·관리직 등 상대적인 고임금 분야로 나아가는 데 반해, 여성은 경력과 승진이 인정되지 않거나 일정 한도까지만 허용되는 단순 생산·사무직 등 임금이 낮은 분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구조 하에서 여성은 가사노동,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성폭력, 이중적인 성문화로 인한 피해 등과 같은 문제들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기존의 남성·정규직 노동력이 해체되고 여성 노동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가장인 남성노동자의 임금으로 유지되던 기존의 가계경제가 파탄나면서 더 많은 여성이 노동력을 싸게 판매하면서 노동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여성이 70%를 차지한다.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했을 때, 남성 비정규직 임금은 ‘56.3’이고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고작 ‘36.9’이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 중 여성이 가정관리에 쏟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47분인 반면, 남성은 20분에 불과했다.5)

    최근 주 5일 근무제 도입으로 남녀모두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듯하지만, 성별로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포함해 남성보다 하루 2시간 더 일하고 있다. 결국 한국사회의 취업여성은 남성보다 1년이면 한 달 이상, 12년이면 1년 이상 더 일하고 있다. 그리고 2004년 여성부가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배우자 폭력 경험률은 신체적 폭력(강한 폭력+심한 폭력)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15.7%, 즉 6가구 가운데 1가구에 이르고 있다. 남성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면서도 남성 임금의 50% 안팎 임금을 받는 여성들, 1년이면 남성들보다 가외노동을 1달을 더 일하는 여성들이다.6) 이러한 여성차별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운동7)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면 여성노동자는 수동적으로 침묵하는 존재일까?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요한 계급투쟁의 시기에, 자본과 권력에 대항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떠올릴 수 있다. ‘근면과 성실’을 좌우명으로 한 박정희 정권의 민족주의 담론과 경제개발에 맞서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펼친 ‘민주노조’ 운동은 권력과 자본에게 상당한 타격을 준 바 있다.

    1979년 YH 여성노동자들은 187명 집단해고에 대항해 신민당사 점거농성 투쟁을 벌여, 유신정권 몰락의 단초를 마련했다. 제도화된 어용노조와 별개로 여성노동자들은 비공인 파업(wildcat strike) 투쟁을 전개했다.8) IMF 경제위기 이후 벌어진 자본의 일방적 정리해고 시절에, 우리는 1998년 울산 현대자동차 구내식당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밥·꽃·양’ 투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시절에 이어,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까지 투쟁을 전개한 KTX 여승무원, 기륭전자 투쟁 등을 들 수 있다.

    이렇듯 여성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의 구조적 차별에 대항하면서, 계급운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4-2. 장애인

    자본주의 ‘국민 표준 기준’에 비추어보면 장애인은 ‘비효율적인 노동력’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장애인은 ‘무능력자’라는 편견이 만들어진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편견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무시와 혐오로 나타난다.

    2004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153만 명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2배가량 높다. 그런데 사회적 낙인과 편견 때문에 상당수의 장애인이 등록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다. 장애의 발생원인은 89.4%가 후천적인 것이다. 전체 장애인의 50% 이상이 초등학교 졸업 또는 무학의 상태이며, 장애인 20%가 1주일에 1회 이하로 외출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애인은 70% 이상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어, 경제적 생존 자체가 힘든 상태다. 더구나 정부의 장애인 연금이 지나치게 협소해서 대다수의 장애인이 배제되어 있다.9)

    이처럼 장애인은 철저하게 교육, 이동, 경제적 측면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조장’ 아래 지속적인 장애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것은 장애인 시설 비리나 무차별적 폭력 등의 사건이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 해소를 따질 때, 단순히 동물원적인 시설의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박애주의 시각과 종교적 시각’에 안주하게 만든다.

    비장애인의 눈으로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불편과 고통을 알 수 없다. 사회생활 편의시설 자체가 비장애인 위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온 몸에 쇠사슬을 묶고 지하철 선로에서 투쟁을 벌인 이동권 투쟁은 서울시를 상대로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접근권, 즉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도입을 주장하고 쟁취해 냈다. 또한 전동 휠체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가 이슈가 되어 중증 장애인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실을 점거하며 투쟁한 사건도 있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전동 휠체어’, ‘건강보험’ 투쟁은 정부의 전문가 위주 정책과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장애 노동자 투쟁으로 위치지울 수 있다. 즉 장애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이었다.

    이처럼 장애 노동자 투쟁은, 일본의 한 중증장애인 단체가 “우리의 신체성(身體性) 자체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전환되고 있다.10)

    4-3.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은 전지구화(세계화)의 물결이자, 국가 간의 일자리를 구할 기회와 임금의 격차가 있는 한 지속되는 현상이다.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이주노동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늘기 시작한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 자체가 고임금의 노동시장과 저임금의 노동시장으로 구분돼 있고, 두 시장에서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다르게 이루어지면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산업에서 인력부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11)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들어 온 것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관광이나 단기 사증으로 한국에 입국해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92년에는 중국과의 국교수립으로 중국교포(조선족)들이 대거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1991년 정부는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난에 대처하기 위해서 산업연수제도를 실시한다. 이른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제도’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은 5%에 지나지 않았고, 80%가 미등록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였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직업병, 부당해고, 성적차별12) 등 ‘현대판 노예제’에 시달렸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피부색’에 근거해서 자신들을 폭행 차별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시안(코리안과 아시아인의 합성어) 가족’의 혼혈아에 대한 무시와 멸시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한민족 혈통주의’를 보여준다.

    2003년 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전면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을 시작했다. 2004년 5월 이주노동자들은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천막농성투쟁을 300일 넘게 진행한다. 당시 명동성당에서 투쟁을 전개한 이주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일하면서 일하는 시간도 길고, 다쳐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몇 개월씩 밀리는 아픔을 몇 번씩 갖고 있다. 그래도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집에 짐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에 있으면 내가 벌어도 내가 쓸 수 있으니까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국에 있으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장 힘든 일 하면서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아픔은 40만 이주노동자 모두가 겪는 고통이다. 아직까지 40만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처음 3개월 동안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먹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돼지고기 안 먹는데 사장이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먹게 했다. 사장이 거짓말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연수생으로 왔던 이주노동자들 12명은 집단행동을 했고, 그 때 사장이 사과하고 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우리도 단결하면 힘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법체류자로 살아오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노동조합에 참여하기 시작했다.”13)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갖고서,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4-4. 성적 소수자14)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질 경우 변태로 낙인찍혀 암묵적이고 노골적인 분위기로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알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편견에 의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성적 소수자는 노동권, 언론, 교과서에 의한 왜곡, 재산권 행사, 사회보장 등에서 전방위적 차별과 배제를 받고 있다. 성소수자는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성소수자로서 살아갈 권리”, 즉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날치기 노동악법에 맞서 민주노총이 96~97년 총파업 투쟁을 벌일 당시, 명동성당 집회에서 우리는 동성애자의 ‘무지개 색깔’ 깃발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숨죽여 살아왔던 성적 소수자들이 한 목소리로 노동자투쟁 대열에서 ‘커밍아웃’을 시작한 것이다. 그간 성적 소수자들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당신 호모 아니야”라는 동성애에 대한 경멸과 차별을 당하면서 살아왔는데, 국가의 억압과 차별, 사회적 멸시에 맞서 자신을 드러내고 싸움을 전개한 것이다.

    그러면 성적 소수자는 왜 억압과 차별을 받아왔을까? 섹스(sex)는 생물학적인 성(性)이며 태어날 때 부여받는 천부적인 성이다. 주로 성 염색체에 의해 구분되는데, 남성과 여성이 대부분이다. 이제까지 성 정체성 구분은 주로 이 생물학적 성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즉 세상의 인간은 남자와 여자 둘로 구분되고, 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만을 정상이라 여긴 것이다. 이것을 ‘이성애주의’라 한다.

    이러한 이성애주의 밑바탕에는, 자본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안정적인 노동력 재생산과 핵가족 유지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종교적 도덕적 성생활의 강조를 통해 ‘가족’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가족에 노동력 창출과 재생산을 전적으로 의지해 온 자본주의 사회는 이 가족의 틀에 맞지 않는 미혼모, 독신,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배제해 왔다.

    인간사회에 ‘계급이 출현’하면서 재산권이 등장하자, 사유재산을 소유한 남성들은 그것을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다. 누가 자기 자식인지 아는데 필요한 조치가 일부일처제 가족이다. 동성애는 일부일처제 가족이 유일한 생활 방식이라는 생각에 도전한다. 또한 성관계가 오로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도 도전한다. 그래서 성적 소수자 운동가들은 근대사회의 가족관을 깨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15) 이러한 주장은 가족을 이루지 않고 살 권리와 동성 간 결혼이나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등 동성애자의 법적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16)

    1917년 러시아 혁명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모든 법안을 폐지했다. 낙태와 이혼이 허용되었고, 혼인연령 규정이 폐지되었다. 러시아 혁명은 사회를 변화시켜 동성애를 수용하고 결국은 동성애라는 말이 없어지게 하였다.17)

    5.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운동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화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의 차별 현황과 투쟁 상황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개인적·제도적·구조적 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기준과 국가주의·민족주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주의·민족주의는 운동 진영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2007년 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자신의 기관지 『민족의 진로』에 실린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여성’,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담아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진보’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에 근거해 대화를 시도했던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인권단체들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범민련 남측본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결국 범민련 남측본부와 연대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치하는 지배방식을 택해왔다. 지배계급은 이주(외국인)노동자들과 정주(국내)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흑인과 백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민족·인종차별주의를 앞세워 노동자계급을 서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운동을 약화시킨다.

    차별의 문제는 단지 숫자가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차별에 맞선 투쟁은 자본주의 가치 질서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그에 따른 권력구조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모든 차별에 맞서 단호하게 싸우자! 동시에 차별의 근본 뿌리인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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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수미 외(2004),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 및 수용성 연구”, <국민통합을 위한 차별해소방안 세미나>, 26~29쪽

    2) 성적 지향이란 특정한 성별의 상대에게 성적, 감정적으로 관심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성적 지향의 대상을 성별에 따라 분류하면 여성, 남성, 양성, 무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3) 「반차별 공동행동 토론회」 자료집, 2007. http://www.nodong.org

    4) 오늘날의 유전학은 인구집단간의 유전자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인종이라는 구분이 자의적인 것임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2002년 2월 공표된 인간의 게놈 해독 결과에 따르면, 인류는 모두 99.9%의 DNA 염기배열 레벨이 동일하다. 0.1%의 차이는 개체 차이며, 집단 간 차이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유명기, 「소수자, 그 무적의 논리」 14쪽. 2004, 한울)

    5) 전업주부와 사는 남편이 가정관리를 위해 쓰는 시간은 15분에 그쳤다.

    6) 조주은, 민주노총 여성학교 자료집, 2006, (http://www.nodong.org)

    7) 여기서 여성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적 입장과 실천은 다루지 않는다. 여성운동 이론은 크게 자유주의적 여성운동, 급진적 여성운동, 사회주의적 여성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주의적 여성운동 내에서도 다양한 입장과 흐름이 존재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성억압에 관한 이론의 출발점을 이루는 엥겔스가 쓴 「가족, 사적소유, 국가의 기원」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쟁으로 파이어 스톤의 「성의 변증법」, 밀레트가 쓴 「성의 정치학」을 참조할 수 있다. 더불어 볼셰비키 혁명과 여성해방을 다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글을 참조하면 더욱 좋다.

    8) 5년여에 걸친 <해태제과> 여성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투쟁, <삼립식품>, <진로>, <방림방적>, <동아염직>, <남영나이론> 등에서 전개된 노동조건 개선투쟁들이 그러한 예에 해당된다. (김보현,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 271쪽, 갈무리, 2006)

    9) 김철주, 「장애의 경제적 재생산 구조와 소득보장」 83~97쪽 참조, 한울, 2004

    10) 김도현, 「반자본운동으로서 진보적 장애운동」, 장애인이동권연대 (http://access.jinbo.net)

    11) 한건수, 「한국사회와 이주노동자의 재현」 447쪽, 한울, 2004

    12) 여성이주노동자의 취업을 보면, 필리핀,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등지의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공장에, 조선족 여성들은 서비스업에, 러시아 출신의 백인여성들은 유흥업소에 분포되어 있다. 아프리카권의 여성노동자들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취업 분포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3) <노동해방> 27호, 「노동해방으로 전진하는 이주노동자」, 사회주의노동자연합 (http://swl.jinbo.net)

    14) ‘성적 소수자’라는 용어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성애자’ 이외의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15) 미국의 메사추세츠주가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한 데 이어, 이미 4천 쌍의 동성커플에게 혼인신고를 발급한 캘리포니아주 법원도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였다. 이미 서구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동성결혼법, 또는 시민결합 등의 제도를 도입하였다.

    16) 끼리끼리,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사」 134쪽, 이학사, 2005

    17) 볼셰비키의 일원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 혁명은 발전하여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어 나가야 한다. 해를 입는 사람이 없는 한, 이익을 침해받는 사람이 없는 한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성 문제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또한 동성애, 남색, 다양한 성적 유형들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스탈린 집권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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