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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방향타 : 교양도서 3권_일상적 현장활동, 어떻게 할 것인가?
 사노련  | 2009·11·11 23:35 | HIT : 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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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련에서 발행한 <일하며 배우는 노동자 교양도서> 3권 '노동자, 세상을 움켜쥐어라'에 실린 글입니다.)

    일상적 현장활동, 어떻게 할 것인가?

    정현우

    들어가며

    현장에는 여러 현장조직들이 있고 많은 간부와 활동가들이 있다. 그러나 현장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도록 앞장서서 이끌고, 노동자의식을 갖추도록 열성적으로 노력하는 현장활동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평소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가 선거 시기나 되어야 조합원과 함께 하겠다고 외치고, 임단투 시기에나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노동자들은 선거 때 표 찍는 기계나 임단투 시기 교섭의 들러리 이상이 되지 못한다.

    반면 자본은 임단투와 같이 특정한 시기에만 공격을 하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약화시키고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달 물량변동에 따라 전환배치를 요구하고, 생산성을 향상한다며 라인 속도를 높인다.

    또한 자본은 주기적으로 사보를 발간하여 회사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며 “노사가 화합하여 회사를 살리자”고 떠든다.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경조사, 체육대회, 회식을 찾아다니며 철저하게 현장을 관리한다. 그리고 말빨 센 강사를 불러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교육을 주구장창 해댄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 밖에서는 조선·중앙·동아일보나 라디오·TV를 통해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린다.

    이렇듯  자본의 포섭은 일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만 일상적 현장활동은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임단투 때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이유로 뒤로 미룬다. 그러나 일상적인 투쟁에서 밀린다면 더 큰 전투에서도 쉽게 승리할 수 없다. 일상적인 현장투쟁은 그만큼 중요하다.

    1. 노동자에게 현장이란 어떤 곳인가?

    1) 사회적인 공간, 공동체의식이 싹트는 공간

    노동자에게 현장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활수단을 확보하는 생존의 터전이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한다. 또한 현장은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곳이다. 건설노동자들은 건물을 짓고, 금속노동자들은 자동차, 기계, 전자제품을 만들며, 유통노동자들은 백화점과 마트에서 생산물을 판매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생산물을 생산, 판매하는 공간이 바로 현장이다.

    동시에 현장은 노동자가 집단의 일부로서 호흡하고 단련되는 공간이다. 노동자는 생산·판매와 같은 노동을 혼자서 할 수 없으며 집단적으로 힘을 모아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공동노동을 통해 집단적으로 뭉쳐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식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자본가들이 주입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뛰어넘어 공동체의식을 배우고 체화해 간다.

    2) 자본가들이 착취하는 공간

    그러나 자본가들은 현장을 왜곡하여 착취의 공간, 강제노역소로 만든다. 자본가에게 현장은 노동자의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뽑아내고, 더 적은 임금을 주어 착취하며, 관리자들의 말을 잘 듣도록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곳이다. 자본가에게 현장은 자신이 ‘왕’이 되어 무제한의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공간으로 노동자 위에 군림하고 노동자로부터 이윤을 뽑아내는 곳이다. 노동자들이 담배 한 개비 피는 여유라도 가질라치면 자기 돈을 축내는 게으름뱅이라며 죽일 듯이 달려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모든 것이 현장의 기계·건물·공장 등 생산수단들이 자본가의 소유라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장은 사회적 공간, 공동체의식을 느끼는 공간이 아니라 고통과 괴로움의 공간으로서 벗어나고픈 곳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현장에 출근하게 되고, 현장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시킨 본질적 특징이 노동인데도, 착취사회에서 노동은 인간이 구속과 속박을 느끼는 고통의 수단이 되며, 오히려 노동자들은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서야 인간임을 느끼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다.

    3) 저항의 학교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장이 단순히 감옥인 것만은 아니다. 노동자를 새로운 세력으로 육성하는 학교라는 점에서 현장은 노동자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공간이다. 우선 집단적으로 단결하는 훈련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출신이 노동자이건 농민이건, 자라온 지역이 전라도건 경상도건 서울이건, 노동자들은 현장의 공동노동을 통해 개인적인 삶에서 집단적인 삶으로 이동한다. 공동노동과 처지의 동일성이 그것을 강제한다.

    노동자들은 현장 전체 노동자를 결집해 함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지 않으면 돈과 기계와 공장과 경찰을 갖고 있는 자본가에게 도저히 맞설 수 없다. 이로부터 파업과 같은 집단적 저항이 자라난다. 이 저항을 일시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항상적이고 일상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자각과 저항이 자라나게 됨으로써 현장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현장은 감옥과도 같은 착취의 장소에서, 노동자 투쟁이 펼쳐지는 저항의 장소, 자본과 노동의 격돌의 장소로 바뀌게 된다.

    4) 계급투쟁의 공간 - 현장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자본과 노동이 화합할 수 없음을 느끼고 배운다. 회사가 어려워 인원감축이 필요하다고 앓는 소리를 하여 몇이라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정규직이 그 자리를 메우는 모습을 본다. 잔업·특근으로 뼈가 삭는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부족하다며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사장과 사원은 한 가족”이라고 강조하던 이들이 사고라도 나면 노동자들이 죽든 말든 산재처리하지 않고 넘어갈 방법만을 고민한다.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회장은 수천만원 하는 골프회원권에 수십억의 정치자금 상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직접 경험하며 노동자들은 ‘노사상생’이란 불가능하며 ‘회사 살리기’란 노동자를 죽이고 자본을 살리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자들이 사장과 관리자에 맞서 단결과 투쟁에 나서는 순간 자본의 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노동자의식은 더욱 분명해지고 확대된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현장은 이전과 다른 곳이 되어 있다. 관리자 말에 대꾸도 못하고 항상 고개 숙이던 노동자들이 머리를 곧게 들고 당당히 맞선다. 이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노동강도 완화를 주장하며 고용안정을 제기하는 투쟁에 돌입한다.

    2. 일상적 현장투쟁의 의의와 한계

    1) 현장투쟁의 의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임금, 노동강도를 개선하기 위한 현장 투쟁들은 경제적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은 이 경제투쟁 속에서 노동자와 자본가는 공동운명체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다르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확인한다. 그리고 투쟁 속에서 자신의 거대한 힘을 확인한다. 이 점에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경제투쟁은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현장의 경제투쟁을 통해 노동자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동자는 투쟁과정에서 자본가들의 착취를 깨닫고 그 수단을 하나하나 분석·조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자본가의 이해와 노동자의 이해를 비교해 보게 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어떻게 정해지고 자본가들이 가져가는 이윤은 어디서부터 나오는지를 고민하며 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경제투쟁을 거치면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본에 맞선 ‘노동자’로서 자각이 커진다.

    그리고 현장의 경제투쟁을 통해 노동자는 단결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고 단결력과 투쟁력을 강화한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공동행동을 배우고 자신의 힘을 확인한다. 노동자가 혼자일 때는 큰소리치던 관리자들이 집단적 현장순회, 단체행동, 파업이라는 노동자의 단결투쟁력 앞에서 꼬리내리며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장과 관리자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배우게 되며 집단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자본의 분열책동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단결을 유지하는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동료들 사이의 믿음과 끈끈한 유대감을 키워간다.

    나아가 현장투쟁은 투쟁을 통해 쟁취한 성과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노동자들의 위세에 눌릴 경우 자본가들은 일시적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합의서에 서명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노동자들의 단결투쟁력이 약화될 경우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투쟁의 성과를 지키는 것은 ‘합의서’라는 종이조각이 아니라 합의사항을 강제할 단결력과 투쟁력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진정 얻어야 할 성과는, 요구를 얼마나 관철했느냐가 아니라 단결력과 투쟁력을 얼마나 성장시켰느냐에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공격할 틈을 노리고 탄압을 자행하기 때문에 자본가들과 끝없는 싸움이 반복됨을 확인한다. 그리고 경찰, 정부, 법, 국회가 모두 자본가의 편이며 필요할 경우 중립이라는 가면을 벗고 야수처럼 노동자에게 덤벼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이 착취와 억압에서 해방되는 것은 개별 자본가에 맞서 싸우는 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자본가들의 정부를 노동자들의 정부로 바꾸고 이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장투쟁은 노동자가 진정 노동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시발점이며, 노동자의 근본적인 해방을 위한 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라는 점에 진정한 의의가 있다.

    2) 현장투쟁의 한계

    그러나 현장의 경제투쟁은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전망과 계획, 실천을 가지지 못하면 곧 그 한계를 드러낸다. 즉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의 질곡이 그것이다.

    조합주의

    조합주의란 전체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일부 노동자의 이익만 배타적으로 중요시하는 태도다. 기본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이익과 상관없이 ‘조합원’의 이익만 추구하는 태도이며, 심지어 ‘자신이 속한 부서·공장’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경향으로도 나타난다. 조합주의는 자본주의 사회가 조장하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경쟁이 노동운동 내로 스며들어온 것이다.

    조합주의는 처음에는 서로 다른 기업 간의 경쟁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기아차와 지엠대우차 노동조합이 각각 자기 회사차 판매를 위해 어깨띠를 매고 판촉행사에 나선다. 노동조합은 자기 조합원의 권리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하지만 기업 간 경쟁이 인정될 경우 “나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 위해 다른 노동자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조합주의는 같은 기업 내 경쟁으로까지 확대된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신모델 유치를 둘러싸고 경쟁이 벌어진다. 울산 1공장과 2공장 간에 잔업·특근을 둘러싸고 물량다툼이 등장한다. 정규직의 일자리를 보전하려고 비정규직을 공장 밖으로 내쫓는 것을 용인하기도 한다. 조합주의 심리는 부서별 이기주의로 확대되고 종국에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기보다는 사측에 잘 보여 자신의 고용을 지키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일부 노동자들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조합주의 현장투쟁은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의식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이기심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조합주의에 빠질 경우 요구를 사측으로부터 따내더라도 그것은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단결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주의

    경제주의란 “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 등 경제적 부분”에만 투쟁을 제한하려는 경향이다. 흔히 노동조합은 경제투쟁, 당은 정치투쟁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런 경제주의의 편향을 보여준다. 이는 당장 눈앞의 임금과 노동조건에만 몰두하여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것을 놓치게 만든다. 노동자들이 겪는 착취와 억압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박살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것을 제한하는 게 바로 경제주의의 문제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무리 작은 투쟁이라도 정치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 안에서 조합원들이 임금·고용을 둘러싸고 투쟁하면, 사측은 노무팀과 경비·용역깡패를 동원해 투쟁을 깨려고 한다. 물리적 탄압에도 조합원들의 단결이 흩어지지 않는다면 사측은 국가기구를 동원한다. 노동부는 노사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라며 회유하고, 경찰은 노동자대표를 연행·구속하고 검찰은 이를 지휘한다. 법원은 사측의 불법은 “불가피한 것” 정도로 취급하지만 노동자의 불법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노동자들은 현장 내의 경제적 문제조차도 국가기구와 싸우지 않고선 쟁취할 수 없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경찰, 검찰, 법원뿐만이 아니다.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은 노동자투쟁을 “집단적 이기주의, 생떼”로 묘사하며 자본가들의 나팔수 역할을 담당한다. 국회는 아예 노동자투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파업권을 제한”하는 악법을 만들어 낸다.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관철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본은 국가기구와 자본가언론 등 모든 기구를 입체적·총체적으로 동원한다. 노동자들은 작은 현장투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자본가 경찰 해체하라” “구속노동자 석방하라” “노동악법 분쇄하자”와 같은 정치적 요구를 내걸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투쟁을 경제적 요구에 국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기구가 모든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전선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3) 한계의 극복방향- 계급성, 정치성, 혁명성의 강화

    조합주의와 경제주의라는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선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① 계급성의 강화

    일부 노동자의 이해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현장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정규직 고용보장을 위해 비정규직 해고를 용인해선 안 된다. 자기 공장의 이익을 지키려고 경쟁사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눈감아서도 안 된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관점에서 모든 현장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② 정치성과 혁명성의 강화

    일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의 근본적 해방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다.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자본가의 착취와 억압에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의 공동집행기구 역할을 하는 자본가 정부에 맞서 투쟁하며, 나아가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자 정부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단결력과 투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자의식으로 무장할 때 가능하다. 노동자가 자본가 정부에 맞서 싸우며 새롭게 수립할 노동자 정부는 공장과 지역에서부터 노동자들이 현장의 권력을 가지고 생산을 통제하는 아래로부터의 힘에 기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힘과 정신을 노동자들이 갖출 때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노동자가 진정으로 해방되는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현장투쟁은 바로 노동자의 근본적 해방의 기초로서 작동해야 한다.

    3. 일상적 현장투쟁의 방향

    1) 노동자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현장노동자들과의 대화

    현장투쟁은 현장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사측의 정책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대화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자본이 가하는 구체적인 공격의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간부나 활동가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현장문제를 잘 찾아낼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형식을 활용할 수 있다. 조합원 설문조사, 부서별 공청회, 투쟁요구안 토론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과 틀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노동자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다. 임단투나 선거 때만 현장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변화된 상황을 체크하고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주의할 점

    노동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교육, 언론,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이기심과 경쟁을 조장한다. 이러한 심리는 노동자들의 의식을 왜곡시킨다. 가령 현장 노동자들은 기본급을 인상시키는 것보다 자본의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인상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비정규직을 “용역업체 직원”으로, 계약직을 “일용직”으로 얘기하며 해고를 당연시 하거나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투쟁이 벌어지면 함께 하지 않고 거부하는 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잘못된 심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며 현장노동자들의 왜곡된 생각과 정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투쟁의 요구 확정

    투쟁요구는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성장시키는 요구로 정돈해야 한다. 가령 물량 감소를 이유로 인원을 정리하겠다고 자본이 주장할 때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경우 자본은 정규직노동자를 비정규직공정으로 전환배치하여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대답한다. 물량 감소에 따른 정리해고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체노동자의 총고용보장”이라는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요구를 채택해야 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임단협 투쟁에서 “우리사주제”를 요구하여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주식을 나누어줄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사주제로 노동자들이 주식을 소유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순간 단결력과 투쟁력은 약화된다. 주식을 소유하여 주가의 등락에 웃고 울게 되는 순간 노동자들은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주주로서 회사의 실적을 높여 주식 가격을 급등시키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 실적을 높이려면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소식에 폭등하는 주식시장을 보며 우리는 우리사주제가 결코 노동자의 요구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투쟁요구는 세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요구를 결정할 때 “컨베이어 속도를 낮추자”라는 요구는 타당한 요구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은 컨베이어 속도를 낮추는 대신 인원을 줄이자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쟁요구는 “인원축소 없는 노동강도 완화”가 되어야 한다. 투쟁요구는 자본의 대응방안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투쟁요구는 노조 집행부, 대의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노조 집행부나 대의원만의 요구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절실한 요구로 받아들이고 투쟁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

    3) 투쟁조직화

    현장 노동자들의 주체화

    투쟁요구가 논의되고 확정되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쟁계획을 세우고, 전술을 짜야 한다. 그런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서고 집단적으로 참여하느냐가 투쟁의 승패를 판가름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어깨걸고 일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에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를 완전히 무릎 꿇리고 통쾌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저항의지를 가차없이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단결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그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투쟁의 주체로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현장 노동자들을 투쟁에 참여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투쟁요구를 담은 선전물을 직접 제작하여 자기 현장에 써 붙인다. 현장 곳곳을 투쟁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출근 선전전에도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한다. 어떤 간부들은 출근선전전은 대의원이나 간부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출근선전전에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을 결합시켜야 한다.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조직하여 매일매일 늘어나는 출근선전전을 생각해 보라! 자본과 관리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은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쟁의 요구, 방향, 전망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조를 구성하고 분임토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전체 총회를 통해 논의된 상황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을 내린다. 중요한 결정에 참여해야만 노동자들은 결정된 사항에 대해 책임감 있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 방법은 각 현장의 정서와 투쟁의 역사에 따라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서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현장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쟁 전술

    투쟁 전술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 행동에 돌입할 시기를 결정하는 판단력, 투쟁돌입과 함께 단호하게 집행하는 결단력 등 종합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투쟁 전술은 정확한 상황 분석을 요구한다. 임단협과 같은 큰 사안이냐 부서의 작은 사안이냐 하는 사안의 파급력뿐만 아니라 자본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투쟁 전술이 결정되어야 한다. 작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을 자본이 가졌다면 노동자들 역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사활을 건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 투쟁 요구와 사안의 경중, 자본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투쟁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출근투쟁, 항의방문, 잔업거부투쟁, 부분파업, 전면파업 등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투쟁 시기를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기는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 가령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공장이라면 수요가 가장 많은 김장철을 앞두고 투쟁을 선택하는 것이 자본을 압박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다. 노동자 역시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기 위해 전술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반면 자본 역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국면을 이끌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가령 임단투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미리 잔업과 특근으로 물량을 뽑아놓기도 한다. 이런 물량 뽑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 전술은 자본이 가장 취약한 곳, 노동자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생산에 타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미칠 수 있는 투쟁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 전술은 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 시작해야만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투쟁 전술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과 전면적인 싸움이 필요한 시기라면 더욱 노동자들의 집단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질 것이며 그런 때일수록 집단적 결의와 조직적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술적 방향에 대해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전술의 세부적인 내용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공개하지만 전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현장투쟁의 힘은 바로 현장 노동자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4) 투쟁의 성과와 마무리

    일반적으로 현장투쟁을 마무리하는 데서 그 조건으로 주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요구안’이 관철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투쟁의 요구를 쟁취했는가 아닌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투쟁의 성과와 결과를 판단하고, 투쟁의 전진과 후퇴를 결정하는 데서 요구안의 획득만을 ‘전부’로 여긴다면 투쟁의 의의는 당장 이익을 얼마나 많이 얻을 것인가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현장투쟁의 진정한 목표는 투쟁을 통해서 투쟁력을 강화하는 것, 조직력과 단결력을 성장시키고 노동자다운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며, 그 결과로서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쟁의 종료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성과를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투쟁을 통해서 투쟁력과 조직력, 단결력, 계급의식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다면 그 성과는 진정한 성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요구안의 문제에서 많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투쟁력, 조직력, 단결력, 계급의식을 강화했다면 그 투쟁은 대단히 가치있는 투쟁이 될 것이다.

    4. 현장활동가의 자세

    일상적인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자본의 현장통제는 아주 사소한 계기들을 통해 일상적으로 파고든다. 따라서 모든 상황과 계기 속에서 일상적으로 투쟁을 조직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의 현장통제는 아주 은밀하고 교묘하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들어오므로, 현장 활동가들은 매일 매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현장에서 투쟁해야 한다. 아주 작은 사안이라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며, 원칙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늘 그랬고 별 것 아니니까’라는 관성적인 태도로 현장투쟁에 임해서는 안 되며, ‘작은 사안들에서 확고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결국 둑이 무너진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현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투쟁에서는 작은 사안들을 통해 세력관계가 조금씩 변화한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잘 안보이지만, 결정적인 투쟁국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상적 현장투쟁에서 ‘가랑비에 옷 젖는 걸 내버려 둔다면’ 결정적 투쟁국면에서 ‘옷이 흠뻑 젖어’ 제대로 투쟁하지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장 주도권은 자본의 편으로 확실히 넘어간다. 반대로 일상적 현장투쟁에서부터 철저하다면 중요한 투쟁국면에서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현장의 주도권을 노동자 편으로 확고히 쟁취할 수 있게 된다.

    현장노동자들과 밀접하게 결합해야 한다.

    현장 활동가는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무엇인지를 아주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그 통로 하나하나를 꽁꽁 봉쇄해야 한다. 가령 제안제도나 월차 사유서 제출, 성과급제도, 인사고과제도 등은 완전히 박살내야 한다. 이것들은 현장 노동자들을 자본의 관리자 체계가 통제하는 일상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자들이 만들어내는 유무형의 다양한 회식자리, 잔업과 특근, 노동과정에서 관리자가 회사 측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은밀히 주는 특권, 월차 사용에 대한 유무형의 간섭, 특근과 잔업 강요 등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이런 사안들에서 사측에 밀리는 현장은 힘의 주도권이 일상적으로 자본에게 넘어가 있으므로 노동자들은 사기저하에 빠지고 회사의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적 분위기에 감염되고 만다. 이런 분위기가 고착되면, 결국 크게 싸워야 할 때 현장은 가라앉아 힘없이 주저앉고 만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은 노동자들과 밀접하게 결합해 있으면서, 자본이 노동자를 통제하려 하는 아주 작은 통로까지도 봉쇄함으로써 현장의 주도권을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이 쟁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 자신감이 넘치고, 한번 붙어야 할 때는 확실히 붙는 분위기가 강화될 수 있다.

    또한 현장 활동가는 현장 노동자들의 경조사나 체육대회, 야유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좋고 나쁜 일들을 현장 동료들이 함께 웃고 울며 공유하는 분위기, 또한 가족들까지도 노동조합과 밀착시키는 분위기 속에서만 현장은 튼튼하게 강화될 수 있다. 현장 활동가는 적과 맞설 때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냉철한 투사여야 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는 따뜻하고 세심해야 한다.

    비타협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장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 중 하나는 현장 활동가가 항상 사측 관리자 체계와 비타협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장에는 일상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조합원들의 전투의식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제 때에 투쟁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은 오직 이런 일상적인 전투와 긴장감 있는 단련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또한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어중간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전선을 치고 단호한 태도로 임하면서 관리자들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을 주체화하고 노동자 민주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현장투쟁의 관건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토론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인이 되는 만큼 현장의 무게중심은 변화한다.

    그런데 하급 관리자들에게 은밀하게 압력을 넣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장에는 쉬워 보여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것은 현장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 활동가에게 의탁해서 문제를 푸는 대리주의적 속성에 감염시킨다.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전투를 통해 단련되고 집단으로 뭉칠 기회를 박탈당한다. 또한 이런 방식은 현장 활동가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해결사 노릇’에 익숙해지면 현장 활동가는 개인의 힘으로 모든 것을 풀어가면서 결국 관리자와 타협하거나 기술적인 압력을 통해 활동하는 습성에 물들게 된다. 투쟁의 요구를 대신 따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투쟁력을 성장시킨다는 관점에서 현장투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는 매 사안들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토론과 결정을 끌어내고, 이것을 바탕으로 집단적 투쟁을 조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모든 성과는 ‘현장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투쟁해서 쟁취한 결과’임을 노동자들이 분명히 알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들 속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활동가 층이 두터워지며, 평범한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이 확고한 투사로 성장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자본에 맞설 수 있는 진정 강력한 힘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장 활동가가 모든 것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풀어가는 노동자 민주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조합원들이 스스로 토론과 투쟁을 통해 주인공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이 현장 활동가의 역할이다.

    노동해방의 전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

    현장이 착취의 공간이 아니라 노동자의 공동체적 삶의 공간이 되고, 노동자가 이러한 현장의 주인이 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뒤집어 노동해방 사회를 건설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현장 활동가는 자본의 현장 통제에 맞선 부단한 투쟁을 통해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며 ‘현장의 주인은 노동자’임을 선포해야 한다. 나아가 현장의 주인이 진정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노동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적극 제기해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생산의 결과물이 노동자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실업과 노동강도 증대, 이윤 확대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착취자들에 맞서 노동시간 단축, 산재를 발생시키는 해로운 작업의 추방,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가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현장을 노동자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쟁취하기 이해서는 현장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주관리할 필요성과 전국적인 생산통제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자들이 계획적으로 생산을 조절할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현장투쟁 하나하나를 통해 노동자들이 ‘노동해방’을 향해 진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5. 노조 관료에 맞선 평조합원 운동의 중요성과 의의, 방향

    관료주의의 장벽

    “자본이 공격을 한다 → 노동자는 현장투쟁을 전개한다” 과거 민주노조운동에 활력이 넘치던 시기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에서 이 공식은 바뀌었다. “자본이 공격을 한다 → 노동자들이 현장투쟁을 전개하려 한다 → 노동조합 관료층이 현장투쟁을 가로막고 거간꾼 노릇을 한다 → 관료의 방해를 뚫고 투쟁한다 또는 관료층에 가로막혀 투쟁이 파괴된다” 이제 현장투쟁은 노동조합 관료들의 방어선을 뚫고서야 시작할 수 있다. 많은 현장투쟁이 이 방어선에 가로막혀 싸움도 해보지 못한 채 패배한다.

    투쟁이 없는 일상적 시기, 관료주의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이 계급적 관점으로 현장투쟁을 준비하고 전면적으로 나서는 순간 관료주의는 작동을 시작한다. 평상시 투사처럼 행동하던 간부는 “아직 투쟁할 시기가 아니다”,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해선 비정규직 해고는 어쩔 수 없다”며 투쟁을 회피하고 타협할 것을 조장한다. 이런 투쟁회피에 맞서 투쟁하려 하면 “집행부 말을 듣지 않는다면 투쟁에서 빠지겠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한다. 현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선 반드시 관료주의의 벽을 부수고 뛰어넘어야 한다.

    관료주의를 넘어선 현장의 역동성

    노동조합에 관료들이 넘치고 관료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은 역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능동성과 계급의식성이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고, 자본과의 타협을 감시한다면, 노사협조주의에 빠진 간부들이 배신할 경우 과감하게 끌어내리고 새로운 간부를 선출하는 역동성을 갖추고 있다면, 노동조합 상층이 쉽게 관료주의에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관료주의와 현장의 수동성·후진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따라서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은 현장 노동자들의 계급성과 주체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관료주의에 맞서 현장노동자들을 각성시키는 것이 바로 평조합원 운동이다.

    평조합원 운동의 의의

    노조 관료층과 현장 평조합원이 처한 환경과 조건은 상당히 다르다. 노조 관료는 현장의 고된 일로부터 벗어나 노조 사무실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사무직처럼 일한다.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못할 높은 직급의 사측 관리자가 호의적인 웃음을 날리며 협조를 요청한다. 노조 간부는 투철한 노동자의식으로 무장해 있지 않다면 쉽게 관료주의에 빠진다. 반면 평조합원은 현장에서 어떤 특권도 없이 고된 작업을 반복한다. 관리자들의 통제와 억압에 항상 직면한다. 객관적 조건만 본다면 평조합원은 타협주의나 조합주의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평조합원 운동은 아래로부터 현장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하여 노동조합 활동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을 주된 과제로 한다. 현장 대중을 배신하고 직권조인하는 풍토에 맞서 노동자 민주주의를 사수한다. 선봉대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투쟁기구를 건설한다.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 전반에서 배제되지 않고 중심에서 개입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 평조합원 운동의 내용이다. 평조합원 운동은 관료주의에 맞서 현장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평조합원 운동의 핵심적 조건

    그러나 평조합원 운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계급적이지도 전투적이지도 않다. 평조합원들이 조합주의, 타협주의에 빠져있다면 주체적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조 관료의 타협주의 경향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이다.

    평조합원 운동은 계급적이고 비타협적인, 그리고 노동해방의 전망으로 굳게 무장한 간부, 활동가들과 결합해야만 그 의의를 다할 수 있다. 노동운동의 전진을 가로막고 박살내려는 자본가들의 영향력으로부터 투쟁대열을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싸워나갈 수 있도록 분투하는 선진노동자가 있을 때 현장투쟁은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에 빠지지 않고 전진해 나갈 수 있다.

    마치며 - 현장을 노동자 해방의 공간으로!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않고 투쟁하지 않는 현장은 착취와 억압의 공간이다. 반면 투쟁으로 일어서고 단결하는 현장은 해방의 공간이다. 현장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현장 활동가에게 달려 있다.

    일상적 현장활동, 현장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매일매일 노동자다운 생각과 행동으로 현장 노동자들과 호흡하고 자본의 물리적, 정신적 공격에 맞선 일상적인 전투를 만들어가는 현장은 결코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가지 않는다.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지 않고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장 활동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현장을 살아 숨 쉬게 한다. 투철한 노동자의식으로, 노동해방의 전망으로 무장한 활동가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날 때 노동자의 진정한 해방은 한 발, 두 발 다가올 것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노동해방의 길을 개척하는 선진 활동가로 우뚝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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