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바닥을 쳤는가, 아니면 위기는 계속되고 있는가?
세계대공황의 입구에 갓 들어선 이 시점에, 자본가정부는 어처구니없는 희망가를 불러댄다. 한국경제 설명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획재정부 관료는 “바닥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경제가 바닥에 근접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신기한 능력이다. 바닥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확실’히 바닥에 근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 이제 경제위기는 바닥을 치고 상승할 일만 남은 것인가? 이제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 것인가?
정부와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본가들의 계획은 2,646명의 쌍용차 노동자들, 5,115명의 철도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노동자의 목을 잘라 자신들의 이윤을 챙기려 하면서도, 이제 곧 봄날이 올 것이라며 대중을 속이고 있다.
납덩이를 달고 침몰하는 자본주의
정말이지 ‘바닥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잘난 체 하던 자본주의가 한없이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3.5%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세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게 미국시장이다. 바로 이 미국시장이 최근 붕괴의 쓴 맛을 보고 있다.
미국경제의 파탄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자본가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가령 올해 1∼2월 일본은 -32.8%, 중국 -26.7%, 한국 -26.4%로 수출이 급격히 줄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마켓의 외환전략가인 드위포 에반스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일본, 한국, 대만의 경제성장 동력은 같은 것이었다. 이들 국가는 해외수요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해외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면초가
그러다보니 국내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9.1% 감소하고, 올해 1분기에는 추가로 -13.5% 줄었다. 이미 IMF 사태 때(-11.7%)보다도 더 나빠졌다.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 나라 자본가들에게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뒤덮고 있는 것은 ‘파산’이라는 유령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경제의 기둥이었던 빅3 업체들이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용케 이들 업체의 파산을 막는다 해도, 거품에 의존해 소비를 유지해왔던 그간의 진통제는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수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내수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린다면, 그만큼 자본가는 이윤을 잃게 된다.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들은 그렇게 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 결국 자본의 이윤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수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독약을 먹은 미친개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광란하는 것밖에는! 문제는 이 미친개가 노동자를 물어뜯으려 발광한다는 것이다. 그냥 물릴 수는 없지 않은가?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