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노조들의 ‘상생 위한 협력’에 노동자만 죽어난다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악명 높은 어용노조들이 벌여온 전형적인 노사협력 작태가 여럿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자본가 하수인들을 초빙해 노사협력 강연을 듣거나 자문을 받는다. ‘선진노사관계 견학’이란 핑계를 달고 자본가들과 손잡고 외유를 떠난다. 그런 방식으로 우선 자본가들로부터 ‘해외여행’이란 ‘향응’을 제공받는다. 그리고 ‘악랄한 착취와 배신적 협력’이 한국 노조가 추구해야 할 ‘선진노사관계’라고 끝없이 주입받는다. 또한 현장노동자들과 멀리 떨어진 해외에서 ‘밀실 협상’을 한다. 그 협상의 내용은 뻔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누가? 바로 자본가가!) “그러려면 노조가 협조해야 한다”(무엇을? 노동자의 허리띠를 조르고 밥줄을 끊는 것을!)
‘민주노조’에 파고든 ‘어용노조’의 협력 작태들
자본가들의 피묻은 손을 감추기 위한 온갖 사회공헌 쇼에 참여한다. ‘생존권이 짓밟혀 죽어나가는 현장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와 열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일념으로 노조 간부가 신제품 설명회에 나가 ‘자본가의 홍보 들러리’가 된다. ‘(생산)물량이 넉넉히 있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쟁사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회사 노동자들조차도 ‘경쟁 상대’로 여기면서 노조 간부가 앞장서서 물량다툼을 조장한다. 자본가들이 아무리 현장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물량 확보’를 위해 자본가한테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철저히 아부하고 굴종한다. 경총 같은 자본가단체는 이런 어용노조의 작태를 ‘노사협력의 모범답안’으로 만들어 모든 회사에 뿌려댄다. 자본가언론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관련 기사를 써서 도배질한다.
‘얼마나 쥐어짜일 수 있는지’ 묻다
현대차 자본은 지금까지 주간연속2교대와 관련해 ‘신규공장 증설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똥고집을 부리며 한사코 반대해 왔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전문위는 이런 사측을 설득하려면 노조가 ‘(노동자의 지옥인 도요타처럼) 생산혁신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회사의 국내투자 의욕을 높일 수 있는(즉, 탐욕스런 자본가에게 구미가 당길) 조치를 개발’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그것은 한마디로 전환배치의 자유화, 노동강도의 강화, (임금, 노동시간, 고용 등의) 유연성 확대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교활한 논리로 노동자를 죽이려 덤벼드는 노사전문위에 노조가 노동자의 운명을 1년 넘게 내맡겨왔단 말인가? 어떻게 바로바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런 노사전문위에 발을 담그고 있고, ‘노사전문위 해체’ 주장조차 못하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자유로운 전환배치, 휴식 축소, 노동강도 강화(피치 업, 필요인원 축소, 편성효율 상승) 따위의 자본가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노동자들에게 설문지란 형태로 물어볼 수 있단 말인가?
노예, 로봇 되는 법을 배울 건가
지난 3월 3일과 4일 현대차 울산1공장 노동자들은 자본의 합의서 위반으로 생존권이 짓밟히자 파업했다. 1공장뿐만 아니라 2,3,4,5공장, 변속기 등 모든 사업부에서 합의서 위반, 외주화, 한시하청 정리해고, 활동가 징계, 현장통제 등 때문에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현대차 지부 전현직 간부들은 ‘선진 노사관계를 배운다’는 명분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갔다. 배운다 해도 뭘 배울지는 뻔하다.
“연수에 참가한 (현대차) 노조 간부는 “해외 업체들이 공장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말로만 들었지 해외에서 현대차가 이렇게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동아일보, 3월 23일자) 피 튀기는 자동차산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진국 경쟁사들에서처럼 자본의 노예가 되어 죽어라고 일해야 한다는 것을 보고 배운다. 도요타에 간 기아차 노사견학단처럼 눈알이 핑핑 돌아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로봇’처럼 일해야 한다는 걸 배워온다. 이처럼 자본가들의 해외연수 놀음에 장단을 맞춰주니 자본가들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회사 살리기’인가 ‘노동자 살리기’인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고 생각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자본가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 끝없이 허리띠를 조르게 된다. 기아차 노조가 그랬듯이 전환배치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기아차에서 “과잉인력 30%”를 짜르고, 노동강도를 도요타처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와도(3월 26일자 매경 이코노미)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차가 잘 안 팔리니 생계가 어려워도 참으라고 하면, 정몽구가 1년에 7천억을 버는 상황에서도 물량과 신차만 목 빠지게 기다리며 그냥 참게 된다. 자본가들이 ‘글로벌 탑5(세계 5위)’, ‘세계 4강’을 향해 돌진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처지는 점점 더 바닥으로 떨어져간다.
회사 생존, 물량과 관계없이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이런 정당한 주장을 거부하고, ‘우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쟁을 자제하고, 고통을 감수하자’고 하는 내부의 걸림돌부터 대대적으로 폭로하고 무력화시키자. 그리고 하루 8시간 노동, 완전월급제로 생활임금 쟁취, 노동강도 강화 반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일자리 늘리기를 요구하면서 단호하게 싸우자. 노동자가 골병들든 죽든 짤려나가든 관계없이 돈만 벌겠다는 자본가들이 그런 요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거나 짤리거나 죽을 수 없기에 공장과 사회를 맡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