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차게 울려퍼진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의 목소리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6월 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청소노동자행진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궂은 일 도맡아 해오며 그 동안 완전히 무시당하던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라고 외치며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고 행진을 했다.
활기 넘친 투쟁
최근 몇 년 전부터 여러 대학과 병원 등에서 노조로 조직돼 투쟁을 펼치고, 작으나마 승리를 맛본 청소노동자들의 후끈한 열기. 이런저런 명망가들이나 심지어 자본가정당의 인사들까지 불러들여 마이크를 쥐어주는 요즘의 지루하고 맥 빠진 집회와는 너무나 달랐다. 대신 현장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노가바, 풍물, 에어로빅 공연 등으로 그 어떤 집회보다도 생동감 넘쳤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해고도 막아내고 월급도 올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동호회 활동도 하게 된 것이다.
청심환으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무대에 올라 ‘노조는 꼭 필요하다’며 승리를 보고하고 함께 기뻐하는 노동자들, 트로트 가사를 바꾼 ‘최저임금 인상, 청소노동자도 인간이다’ 노래에 맞춰 너도나도 어깨춤을 추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즐겁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마을잔치라도 하는 듯 생기발랄하다. 조합원이 아니었지만 단지 집회를 한다는 포스터만 보고 참가했던 한 청소노동자도 용기 있게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자신감
투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노동자들, 심지어 그동안 노동조합과 관련이 없었던 미조직노동자들까지로 이렇게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노동조합으로 뭉친 청소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승리적인 경험의 힘이 클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 즉 집권여당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최근 지방선거 결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만 이명박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이명박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한 번 해볼만 하다’, ‘목소리를 내보자’ 하는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 막 투쟁으로 떨쳐 일어선 노동자들의 이 같은 자신감은 패배감에 젖어 무기력하게 엎드려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자극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날 집회에서는 방송인 김미화, 건축가, 만화가, 학생 등 여러 사람들의 지지 발언과 편지낭독이 있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함께 하고자 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연대의지 표명이나 참여는 (간병인분회를 제외하고) 거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밥과 장미의 권리’를 위해 이제 막 발걸음을 시작한 청소노동자들의 행진대오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실천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선진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과 연대가 절실하다.
투쟁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단결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호소하는 이 청소노동자들의 행진이 고립되지 않도록,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진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계급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자기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투쟁의 꽃봉오리를 활짝 틔울 수 있게 도울 뿐 아니라 그 에너지를 널리 퍼뜨려나가는 것을 바로 선진노동자 자신의 숙제로 삼고 실천할 때다.
조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