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경남지부 총파업 부결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고, 무엇으로 극복해야 하는가?
1월 20~22일 대림자동차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 경남지부 총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었다. 무리없이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총파업은 결의되지 못했다. 찬성률은 65.8%였으나 투표율이 69.1%로 저조하여 제적대비 찬성인원이 45.5%로 부결된 것이다.
물론 가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지역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겠는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실제 총파업 조직화의 중요한 한 과정으로 상정된 찬반투표라는 점에서 총파업 부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의 훼방
1월 1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한 후 자본은 지역총파업에 대해 재를 뿌리기 시작했다. “현대차 라인이 설 수도 있다.(경남지부에는 자동차 부품사가 여럿 있다.)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한다.” “남의 사업장 일에 왜 나서냐”
S&T중공업(구 통일중공업)의 경우 사측이 유인물까지 배포하기도 했다. “상급단체 눈치나 보며 질질 끌려 다닌다”는 악의적인 선동에 더해 국내 이륜차시장의 경쟁자인 대림자동차를 돕기보다 같은 그룹사인 S&T모터스에 신경쓰라며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이 아니다!
제적대비 50%의 찬성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자본의 선동은 먹혀든 것이다. 그러나 자본이 총파업가결을 막기 위해 훼방을 놓은 것이 문제의 본질인가?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할 때면 자본은 항상 분열을 만들어내려 악을 써댔다. 오히려 직접적인 탄압은 과거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이 더욱 거세었다. 그럼에도 2010년 지역총파업은 성사되지 않았고, 80대와 90년대 초 마창은 지역총파업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조합원들이 문제인가?
많은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총파업 조직화의 어려움을 겪는다. 조합원들이 이러저러한 문제제기를 하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보수화되어 투쟁 조직 못한다. 안 된다. 짤려봐야 생각이 바뀐다”라며 한 숨 쉬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지역에서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 대림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박살내자”는 총파업의 요구를 잘못되었다고 당당히 얘기할 조합원이 있는가?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조합원들의 문제제기와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조합원의 질문들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들이 등장한다. “진짜 하기는 하냐? 또 뻥파업 아니냐?” “또 총파업 하루 남기고 극적타결 어쩌구 하며 대충 정리하는데 조합원들 들러리 세우려는 거 아니냐?” 이런 질문들은 그동안 노동운동이 만들어온 연이은 뻥파업 행진으로부터 비롯된 정당한 물음이다. 조합원들은 진정으로 지도부가 싸울 의지가 있는 것인지를 물어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의미의 질문들도 있다. “우리 지회만 싸우는 것 아니냐? 우리 밥그릇 챙기기도 힘든데 남의 것까지 신경써야 하냐?” 이런 질문들에 대해,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외주화, 비정규직의 확대, 노동강도 강화의 문제 등을 조합원들의 단결투쟁으로 해결해 왔는가를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기 현장에서 제대로 단결해 싸우고 자본의 공격을 막아낸 경험을 가진 조합원들은 타 공장의 투쟁에서도 투철한 연대의식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자기 사업장에서부터 단결의 관점에서 훈련되지 않았다면, 이런 조합원들이 ‘타 공장 노동자들과의 연대의식’을 갖기란 대단히 힘들다. 단순히 ‘연대의식이 없다’라고 조합원들을 윽박지르지만 말고, 자기 현장에서부터 꾸준히 노동자단결의 관점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왔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사를 뛰어넘는 노동자 연대의 관점, 즉 노동자계급의식을 꾸준히 제기하고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현장의 작은 사안부터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질문들이다.
또 다른 문제 - 대의원대회 만장일치 결의, 그러나 현장과의 괴리
13일 금속 경남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조합원 찬반투표에선 총파업 결의가 부결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 대의원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만장일치의 결의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의원대회에서는 총파업을 조합원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조직하는데서 등장하는 대의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기되고, 심각하게 토론되었어야 했다. 그런 살아있는 토론과 논쟁 속에서 총파업이 결의되어야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할 힘과 의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은가?
경남지역에 던져진 과제
대림차 동지들은 총파업부결에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파업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투쟁에 연대를 조직하자. 간부들만 하는 연대투쟁을 넘어서 조합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야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총파업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총파업 부결은 연대의식의 기초를 이루는 현장에서의 투쟁을 조직하는 일상적 활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활동에 분투할 현장 활동가들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은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과제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한 순간부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금속노조가, 지부가, 지회가 할 것이라고 손놓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경남지역 노동운동의 미래는 바로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 또한 오직 거기서만 시작될 수 있다.
창원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