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동자투쟁] 필공전술로 승리할 수는 없다
전면총파업의 결의를 모아내자!
지난 5, 6일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준수한 철도, 발전, 가스의 시한부 파업은 평화시에나 사용할 수 있는 한가한 전술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측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급히 대체 투입돼 전동차 문을 잘못 여닫는 관리자의 실수만 있었을 뿐, 열차와 전동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운행됐다. 여느 때라면 1면에 대서특필하며 호들갑을 떨었을 자본가 언론조차 파업소식을 사회면 단신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그러나 전술수정이 불가피한데도 지도부는 주저하고 있다. 집중교섭은 잡혔지만 투쟁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기업 워크숍 연기에 따라 투쟁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흘러나오고 있다. 논의도 지역별 순환 필공파업인가 아니면 전국집중 필공파업인가를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 승리를 가능케 할 유일한 무기인 전면총파업은 제기되고 있지 못하다. 그사이 철도공사는 분주히 움직였다. 150명이 넘는 지부장과 간부들을 업무방해로 고소·고발했고, 단협파기를 선언할 적당한 때를 고르고 있다.
전술 수정은 불가피하다, 전면파업을 일정에 올려야 한다
노동조합의 무기력한 대응이 계속되면서 투쟁의 무기도 녹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측은 자신감을 붙여나가고 있고, 현장은 주춤하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조차 교섭이 계속될수록 양보할 것밖에 없다고, 내주는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철도공사와 정부에 끌려 다니지 말자. 우리 주도의 투쟁일정으로 결연히 투쟁에 나서자. 그 길만이 저들로 하여금 교섭을 구걸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명예퇴직 압력 속에 조합원을 짓밟고 살아남으려는 관리자들의 과잉충성에 이미 현장은 쑥대밭이 됐다. 단협이 보장한 최소한의 노동조합활동, 인사발령 제한 등 무엇 하나 지켜지고 있지 않다. 부당 인사발령에 항의하다 관리자 책상유리 한 장 깼다고 곧바로 해고가 통지됐다. 현장은 벌써부터 단협이 통하지 않는 무법천지가 돼 있다.
사측이 단협파기로 대응해 온다면 즉각 전면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단협은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단협파기의 효과가 6개월 후부터라고 해서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다. 조합원들한테 동요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무장해제를 당하기 전에 시급히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누가 전면파업을 두려워하는가? 조합원인가 지도부인가?
직권중재를 대신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전면파업에 나설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가혹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이것 앞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 하의 합법파업에 대한 유혹이 커지고 있다. 1주일간 ‘준법’파업을 했던 부산지하철노조의 경우 누구도 징계받지 않았고, 손배도 떨어지지 않았다.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신규인력을 충원했다. 필공파업의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부산지하철의 국지적 투쟁과 철도의 투쟁을 비교할 수 없다. 철도는 투쟁에 나서는 순간, 곧바로 이명박 정부와의 한판 전쟁을 피해갈 수 없다. 자본과 노동을 대리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전쟁에 나설 각오가 된 자만이 두려움도 느낀다. 지도부가 핑계 삼는 조합원들의 두려움이란 전장에 나서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두려움으로 이것은 결연한 투쟁이 성립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 중 하나다.
게다가 조합원들에게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3.1파업으로 월급쟁이들한테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70억(이자까지 이미 100억을 넘어선) 손해배상 폭탄을 맞고도 조합원들은 십시일반으로 35억원을 모았다. 노조민주화 이후 벌였던 세 번의 파업역시 모두 직권중재 제도 때문에 시작부터 불법으로 낙인찍힌 투쟁이었다. 역대 정권이 파업권을 제한하기 위해 쳐놓은 손배폭탄, 대량해고, 징계의 그물을 철도노동자들은 투쟁으로 돌파해왔다. 필수유지업무제도도 기존의 직권중재제도와 다르게 대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게다가 철도조합원들은 지도부의 결단만 서면 능히 불법파업을 감수하고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철도가 선봉에 서야 한다
피해갈 수 없다면, 경주마처럼 앞만 바라보자! 누가 저 무자비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사문화시킬 것인가? 지도부가 말로라도 전면파업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현장의 힘이 살아 있는 철도노동조합이 선봉에 서야 한다. 지도부가 결단할 수 있도록 철도와 공공부문의 활동가들이, 아니 전국의 모든 활동가들이 강제해야 한다. 늦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동가들의 결의가 필요하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조합원들은 결의됐다. 이제 지도부를 결의시킬 차례다!
철도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