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노동자에게 피할 수 없는 한 판 투쟁을 요구한다!!
엔진 없이 가는 차,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소리하면 실없는 사람 취급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닐 것이다. 지난 7월 일본의 미쯔비시에서는 ‘아이미브(i-MiEV)’라는 전기로만 가는 자동차를 출시했다. 이 전기차는 엔진이 아닌 모터로 구동하는 자동차다. 아이미브뿐만 아니라 개발 중에 있거나 앞으로 시판될 모든 전기차에서는 엔진이 사라지게 된다. 엔진만이 아니다. 머플러도 사라질 것이고, 라디에이터도 사라질 것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바뀌게 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적게 잡아도 절반 정도는 줄어든다고 한다. 부품 수가 줄어든다는 것, 이제까지의 자본과 정권의 행태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우리의 고용에 적신호가 켜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 예로,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하는 엔진이 없어지면 당연히 엔진 주변 부품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거기서 일하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도 위험해질 것이다. 가령 충남의 유성기업과 세영테크의 경우 캠샤프트 등 엔진부품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엔 공장 자체가 통째로 날아갈 판이다.
부품사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공장의 경우 엔진공장뿐만 아니라 소재공장도 없어질 것이고, 당연히 엔진 서브장과 같은 엔진 주변 작업장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의장공장 내 엔진연관 작업들도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엔진 무게 때문에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한 차체 판넬도 등장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 중인 버스의 하부에는 강화플라스틱 판넬이 쓰이고 있다. 또한 간간이 강화플라스틱 차체로 만든 컨셉트카도 나오고 있는 걸로 봐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장공장과 프레스공장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대충 계산해도 족히 2~3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봐도 될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현대차 지부장인 이경훈 지부장(엔진사업부 소속)도 임기가 끝나면 돌아갈 공정이 없어 난감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먼 미래의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인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시판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라는 데 이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심지어 석유자본들까지도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현재의 자동차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월 8일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 들렀다가 2011년까지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말한 것도 모자라 현대차는 내년 8월 전기차를 시범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GM대우의 1,000cc급 경차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전기자동차로 개발되고 있고, 르노삼성도 2011년 하반기 부산공장에서 준중형급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즉, 2년 뒤부터는 우리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두 개의 부품이 없어지면 어느 사업장이나 전환배치가 됐건 뭐가 됐건 어떤 형식으로든 고용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이건 공장이 수십 개가 없어지는 수준이어서 전환배치는 애당초 불가능하고, 자본과 정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준비 중일 것이기에 노동자들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2년 남짓 남은 시간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장 안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단결뿐만 아니라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간의 단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뤄질 때만이 그나마 싸움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2011년 이후의 우리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란 말이 어울리는 비참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기차 문제에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공성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