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현장] 민주노총의 투쟁은 시작되는가?
2009 전국노동자대회
지난 11월 8일 민주노총의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09 전국노동자대회’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조합원 4만 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 민주노총은 2009년 하반기 투쟁의제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조무력화정책 분쇄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확정하는 한편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탄압이 계속된다면 노사정 6자회담을 깨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12월 중순 총파업을 호소했다.
높아지는 위기의식
하루 전에 치러진 한국노총의 노동자대회에서도 15만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결집했다. 그것이 아무리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생존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이들을 여의도로 모이게 했던 것이다.
상황은 민주노총도 마찬가지여서 자본가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단에 오른 연사들의 발언이 강경하면 강경할수록 조합원들은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경제위기로 매일매일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쌓여가는 분노를 투쟁으로 분출할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 종의 노동조합 유인물들은 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가들의 탐욕스런 횡포와 탄압의 사례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내걸었던 구호 “해고는 살인이다”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기의식이 곧바로 전국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타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본이 파산협박으로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쟁으로 자본이 파산하면 노동자들도 파산할 것이다. 그래도 싸움에 나설 것인가?”
과감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의 투쟁은 정말 시작되는가?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을 살려야 하므로 노동자들이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굴욕적인 논리를 과감히 넘어서고 있는가?
현장은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노동조건 후퇴로 고통받고 있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자본에 의해 현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탈출구를 간절히 찾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12월 총파업으로 3대 의제를 해결하고 현장이 자본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는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현장노동자들의 간절한 투쟁과제들을 지금 당장은 어렵다고 하면서 뒤로 제쳐놓거나 각 현장에서 알아서 깨지라고 방치하면서 또 하나의 애드벌룬을 띄우고만 있는가?
쌍용자동차 파업이 끝난 지금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는 패배하더라도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아픈 진실에 대해서 더 많이 얘기 나눠야 한다. 자본의 책임전가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생존권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어떤 권리도 지켜낼 수 없다는 쓰디쓴 진실을 공공연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래서 거침없는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