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업무제도를 과감하게 넘어 전면 파업으로!
2006년 노무현정부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한다면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통과시켰다. 이 필수유지업무제도는 파업을 봉쇄하고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또다시 유령처럼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이라는 공공부문 노동자 죽이기 공격에 대항한 노동자의 저항권을 꽁꽁 묶는 밧줄이다.
궤도노동자 투쟁의 무력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데뷔한 첫 무대는 2008년 1월 도시철도 파업이었다. 서울지노위는 승무업무의 경우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출근시간대 100%, 나머지 시간대는 79.8%, 일요일에는 50%로 제시했다. 파업시에도 운행에 타격을 미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파업참가자의 50%의 대체인력 투입, 직권중재에서 이름만 바뀐 ‘긴급조정’까지 가능하도록 했다.그 뒤 파업전야제 바로 몇 시간 전에 서울지노위는 필수근무자 명단을 통보했다. 이것은 전면파업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법화시키고, 파업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이에 전면파업으로 맞받아치지 못하면서 도시철도 파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올 6월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에서도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제도에 의거해 부산지노위는 운전(본선) 61.4%, 관제 94.4%, 신호 50.3% 등 분야별로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지키도록 요구했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자 결국 파업은 2천800여 명 조합원 가운데 858명이 근무하는 파행적 형태로 진행되었다. 지하철의 평균 운행률은 61.4%(출근시간 100%, 퇴근시간 75%, 평시간 50%)에 달하면서 노조는 예전과 같은 파업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게다가 부산교통공사 사측이 32편의 열차를 증편하자 운행률은 64.7%로 상승했다. 또한 203명의 부산시 공무원과 협력업체 359명을 역무와 기술 분야에 투입했고, 기관사 면허를 가진 비조합원 130명을 투입하겠다고 노조를 더욱 압박했다. 노동조합은 파업 1주일째인 7월 2일에 파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자본가언론들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정상화에 큰 역할을 했다며 찬양했다.
보건의료에서 더욱 확대되는 필수유지업무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위력은 보건의료부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대, 전북대, 세종 병원 등 필수유지업무가 강제로 결정된 사업장의 경우, 응급의료업무, 중환자 치료업무, 응급약제업무 등은 파업시에도 운영율 100%로 돌아가도록 강요되었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이후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자본가들을 압박하는데서 효과가 절대적으로 반감되었다. 반면 병원측의 교섭해태는 더욱 늘어났다. 자본가 정부는 그 위력을 실감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이 제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영남대의료원과 세종병원의 경우 중환자치료 업무를 병동으로 확대시켜 파업돌입 자체를 가로막는 한편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다른 병원들로 확대시켰다.
심지어 병원자본가들이 소위 부차적 업무라면서 외주 하청으로 돌린 업무조차 필수유지업무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하청업체 성원개발로 넘긴 업무들조차도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려고 하자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기 위한 매우 위험한 도구이며 노동자들에게는 깨부수어야만 하는 제도에 불과함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넘어서는 길 뿐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이러저러한 기교를 통해 피해갈 수 있거나 혹은 노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과거 직권중재제도와 마찬가지로, 자본가들이 노동자의 투쟁의 주먹에 채워놓고자 하는 족쇄일 뿐이다. 결국 대처 방안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 직권중재제도에 맞서 불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면파업으로 전진했듯이,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맞서서도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자본가 정부가 채워놓은 족쇄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 채 노동조합은 점차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자들의 처절한 희생을 강요하는 이 경제위기의 시대에, 그리고 모든 자본가들이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조차 인정하지 않고 극악하게 탄압하고 있는 이 시대에, 그들이 채워놓은 족쇄를 과감히 벗어던지면서 전면적인 투쟁으로 진군하지 않는다면 공격의 칼날을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들을 건설한 역사는 노동자의 요구를 당당하게 내걸고 불법의 굴레를 과감하게 깨부수며 전진해온 역사였다. 직권중재제도는 물론이고 제3자 개입금지, 정치활동 금지 등의 악법은 바로 그렇게 무력화되었다. 노동자의 권리는 오직 투쟁을 먹고서 자라나는 나무와도 같았던 것이다.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세우고 파업권을 쟁취하는 과정은 크고 작은 불법의 굴레를 깨부수는 과정과 같았다.
이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 원칙에 절대 눈감아서는 안 된다. 악법의 굴레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쟁을 통해 노동자 전체를 단결시키는 것, 이것 말고 우리의 노동조합을,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는 다른 길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한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