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수위를 높여오는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의 공격
노동시간단축, 노동강도완화, 일자리늘리기, 노동자살리기
투쟁을 전개하자!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감산이 시작된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의 공격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극소수의 공장(동희오토 등)을 제외하면 한국에 존재하는 자동차공장에서 하루 노동시간이 채 8시간이 되지 않을 정
도로 단축되고 있으며, 시급제를 기본으로 하는 임금시스템 때문에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도 얇아지고 있다. 한시하청·단기계약직을 비롯해 조직력·투쟁력이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희망퇴직으로 공장 문밖으로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2공장 “8+0” 합의라는 날벼락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사측이 "8+0" 시스템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2월2일부터 2주간의 운영을 노사합의 한 것이지만, 2주 후에 추가협의를 하기로 한 것이어서 이 시스템이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8+0" 시스템이란 공장을 주간만 돌리고 야간조는 휴업을 실시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순환휴직(휴업)'이다. 이는 "생산하는 데 한개 조만 운영하면 된다. 즉, 한개 조는 여유인력이다"라는 고용불안 이데올로기를 현장에 확산시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안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당분간 순환휴직이 벌어지지만, 부품사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완성차 내부에서의 감산과 휴업은 부품사와 사내하청 쪽으로는 "한개 조가 필요 없으니 절반은 회사를 나가라. 나중에 생산이 정상화되면 다시 부르겠다"고 공격하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 중 울산 2공장에 모듈을 납품하는 대표적인 부품사는 덕양산업과 한라공조인데, 벌써부터 한라공조에서 2공장에 납품하는 부서 6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여유인력이라며 야간출근이 없다는 공격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무노조 사업장인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의 경우, 2공장에 납품하는 파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금속노조가 최근에 내려 보낸 "단협축소, 휴업, 감산, 희망퇴직, 임금삭감, 상여반납, 연월차 반납 등 구조조정 관련 회사측이 특별노사협의를 요청할 경우 노사협의회 요청을 거부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한다"는 <구조조정 대응 교섭지침 2호>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전국투쟁전선에 끼치게 될 악영향
이 사건은 그저 울산에서 그치게 되지 않는다. 이미 현대차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에서도 사측은 50~60% 감산 입장을 밝히며 지속적으로 "주야 2교대를 주간 1교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공장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 시범사업장으로 올 1월부터 시행을 합의했으나, 사측의 일방적인 합의서 파기로 인해 결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지부는 이 문제를 놓고 대의원대회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까지 해놓은 상태인데 말이다!
현대차 자본은 전주공장에도 “8+0” 운영을 강요해왔으나, 전주공장 노동자들은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으로 일체의 휴가와 휴업·교육을 거부하며 정상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아산공장에서는 휴가와 휴업이 아니라 감산 또는 교육이 이뤄지는 수준에서 방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 2공장에서 그 둑이 먼저 터지고 만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쌍용자동차도 지난해 연말 상하이차 자본의 일방휴업에 맞서 조합원들 1000~2000명이 노동조합의 출근지침에 따라 현장을 사수한 바 있다. 지금도 쌍용차 사측은 C-200 차량 투입을 위한 라인설비를 명분으로 노조에 휴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사측의 휴업 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일방적 휴업이 벌어질 경우 공장 출근과 현장사수를 원칙으로 만들어왔는데, 울산 2공장의 합의는 이러한 전통과 원칙을 깨버리고 말았다.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은 사측이 “6+0”로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주야로 출근하며 현장을 사수해왔고,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 역시 지난 2년간 하루 노동시간이 4~6시간을 채 넘지 않았지만 잔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노동자들이 현장에 대기하며 잔업시간까지의 임금을 보장받기 위한 현장투쟁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전통이 있는데도 기아차 사측은 올 1월부터 “앞으로 잔업시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상태인데, 현대차 울산2공장은 독약임이 확실한 “8+0”라는 순환휴직을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GM대우 자본가들은 생산물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부평 2공장과 창원 조립1과에서 감산·휴업을 반복하며 "2개 조가 아니라 1개 조로만 운영하자"며 노골적으로 비정규직 우선해고와 정규직 배치전환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1교대로 전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GM대우 자본에게, 울산2공장 합의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유용한 근거로 활용되고 말 것이다.
조직력이 약한 곳을 지렛대 삼아 확산하려는 자동차산업 자본가들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조직력이 취약한 미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부터 시작했는데,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에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조직노동자들 중 조직력·투쟁력이 취약한 곳부터 공격을 단행한 후, 이를 다른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4+4” 형태의 감산과 함께 비정규직에 대한 조기퇴근을 밀어붙인 바 있는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게 올라오자, 곧바로 울산2공장에서 “4+4” 감산과 비정규직 조기퇴근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울산2공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본은 아산공장 비정규직 조기퇴근을 강제로 실시하고 말았다.
휴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연말 아산공장에서 12.25~1.4 휴업을 밀어붙이다 노동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자, ‘혼류생산을 위한 라인설비’를 명분으로 울산2공장에서 12.25~1.11까지 휴업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그 직후, 아산공장에서 연말 출근일에 생산을 돌리지 않고 정규직은 교육을 실시하고 비정규직에게만 휴업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8+0” 노사합의 역시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울산2공장 사례를 지렛대 삼아 다른 공장으로 확대·확산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당장 1교대로의 전환설이 퍼져왔던 현대차 아산공장과 전주공장, GM대우 부평2공장과 창원 조립1과에서의 공격이 시작될 것임에 틀림없다.
왜 노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 덕양산업 사례에 주목하자!
생산물량 감소와 판매부진이 노동자들의 책임인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 이 논리는 10년 전 노동자들을 쫓아내는 데 사용되었다. 자본가들이 자신의 탐욕스런 이윤욕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켰던 철저한 속임수였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산·휴업이라는 공격에 대한 덕양산업의 대응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울산2공장에서 감산이 이뤄지고 "4+4" 시스템, "6+6" 시스템으로 돌아갈 때에도, 덕양산업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UPH(라인속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정상근무("8+8")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사측은 생산량 향상이란 미명 아래 인원 감축에 나섰지만 덕양 노동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노동강도 완화투쟁을 벌임으로써 생산량이 감소되어도 “8+8”을 유지하고 있다. 덕양산업 노동자들은 이렇게 생산감축에 따른 책임을 자본에게 돌렸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에 거의 알려져 오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 자본가들 멋대로 노동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가?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라인속도를 낮추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한데 말이다!
노동시간 단축, 노동강도 완화로 일자리 늘리기, 노동자 살리기 투쟁을 전개하자!
생산량 감소와 판매부진의 책임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부담해야 한다. 회사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 살리기 투쟁은 공황기에 노동자가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투쟁방법이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회사 살리기와
금속노조현자지부 대의원 김철환
반대로 노동자 살리기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을 최우선에 둔다. 차가 안 팔리면 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을 줄이면 되지 왜 노동자가 임금과 고용을 내놔야 한단 말인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1일 6시간 또는 7시간 노동제) 노동강도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설비투자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하다. 생산물량과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시급제 임금이 아니라, 그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월급제 쟁취를 위해 단결하고, 이 토대 위에서 민주노총 표준생계비에 입각한 생활임금 쟁취투쟁을 전개하자! 이러한 요구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취업노동자·실업노동자의 단결, 완성차·부품사 노동자의 단결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가 된다.
조직력이 약한 곳부터 치고 들어오는 자본의 공격에, 단사별·사업부별 대응은 필패로 귀결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울산2공장 합의사태는 우선 울산2공장 노동자들부터 시작하여,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노동자들 전체의 목소리로 합의를 취소시키고, 나아가 자동차산업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저들이 조직력이 약한 곳을 지렛대 삼아 독약을 퍼뜨리려 한다면, 우리는 대중투쟁으로 맞서며 투쟁의 기운을 전국으로 확대 · 확산하는 길로 맞서야 하지 않겠는가!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