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품이 아니다! 간접고용: 노예노동의 자본주의적 변형태
항상 그렇듯이 미조직 노동자들이 새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면,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을 세상에 폭로하기 마련이다. 밑바닥 노동자들이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스스로의 입으로 고발하기 때문이다.
최근 “2년만에 짤리는 파견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며 투쟁에 나선 강남성모병원 비정규투쟁에서도, 병원이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서 파견업체에 주는 대금 내역이 공개되면서 어마어마한 중간착취의 실상이 폭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내역을 보면 중간착취의 실상 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착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웬 부가가치세?
메디엔젤이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파견노동자 1인당 파견대가에는 어김없이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아니, 상품에나 붙는 부가가치세가 왜 우리가 노동하여 받는 대가에 붙어나온단 말인가? 아니 파견노동자 자체가 상품이란 말인가?
그렇다. 파견노동은 상품처럼, 노예처럼 사고파는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 어디 파견노동 뿐인가? 용역업체, 하청업체들도 도급계약서에 1인당 도급금액을 매기면서 부가가치세를 붙인다. 아래 어느 대학의 청소용역업체 도급계약서 조항에도 부가가치세가 붙는데, 도급비의 주요 내역은 노동자들에게 들어가는 임금이다. 여기에서도 노동자들이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대기업과 사내하청업체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용역, 하청, 도급, 파견… 이름은 달라도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고용형태인데, 이들 모두가 상품처럼, 물건처럼 다뤄진다. 간접고용이야말로 사람을 사고파는 현대판 노예제도,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될 고용형태인 것이다.
파견회사 = 노동자들의 노동에 기생하는 존재
파견대가의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자. 파견회사는 별도의 기술이나 노력 없이, 순전히 우리가 제공한 노동의 대가로 1인당 얼마씩의 파견대가(1년차 1,996,000원, 2년차 2,288,000원)를 받는다. 여기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 사업소세금, 사무실 운영비와 관리비 등을 모두 제하고, 거기에서 자신의 이윤을 따로 챙긴 후에 나머지를 우리에게 임금으로 지급한다.
다시말해 병원은 순전히 우리의 노동의 대가로 228만원(2년차)을 지급하는데, 파견회사는 이중 64만원을 뗀 후 파견노동자들에게 164만원만 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피땀이 담긴 노동의 대가를 빼내서 파견회사를 운영하는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 파견업체는 말 그대로 파견노동자들의 노동에 기생하는 존재에 다름아니다.
대가내역서를 보면 파견업체의 이윤이 마치 1인당 3만원 남짓밖에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반관리비와 복리후생비도 사용처가 불분명해 모조리 이윤으로 남겨먹을 것이고, 퇴직적립금 또한 1년이 안되어 퇴직하는 노동자들의 것은 모두 파견업체가 챙겨하는 돈이다.
병원이라고 손해보는 장사를 하겠는가?
"밑지고 하는 장사"라는 말이 거짓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다! 병원도 밑지고 파견노동을 사용하진 않는다. 즉,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는 병원이 파견회사에 지급하는 228만원(2년차)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를테면 파견노동자들이 병원을 위해 일해줌으로써 병원이 챙기는 수익은 300만원 정도인데, 이중 병원이 자신의 이윤으로 72만원을 챙긴 후 나머지(228만원)를 파견회사에 주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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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착취 → |
← 2차 착취 → |
← 파견노동자 임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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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의 착취
(72만원) |
파견업체의 착취
(64만원) |
두차례의 착취가 벌어진 후 손에 쥐는 임금
(164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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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의 이윤 → |
← 병원이 파견업체에 지급하는 파견의 대가 → |
병원도 손해보는 장사를 하진 않는다. 그래서 파견노동자들이 일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빼먹는 행위는 병원과 파견업체 사이에서 제일 먼저 발생한다. 병원이 빼먹고 난 나머지 돈을 또다시 파견업체가 떼어먹는 것이다. 그래서 파견업체가 떼어먹는 행위를 우리는 ‘중간’착취라고 부른다. 착취는 맨 먼저 병원이 해먹고, 다음으로 파견업체가 해먹는다.
사람 사고파는 인신매매, 우두머리는 원청 사업주!
앞서 파견업체는 특별한 기술력 없이 중간착취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파견노동자를 모집하고 원청업체에 파견하는 정도의 노력은 담당한다. 오히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돈을 버는 쪽은 병원이다. 300만원어치의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파견업체 하나 선정해서 1인당 228만원씩 계산해주고 나머지 72만원을 아무런 노력없이 챙겨가기 때문이다.
인사노무관리도 할 필요없고, 해고할 사유가 생기면 자기 손에 피묻히지 않고 파견업체가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쓴다. 이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도랑치고 가재잡기’ 아닌가! 노예처럼, 상품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사고파는 먹이사슬의 맨꼭대기에 있는 원청 사업주들이야말로 현대판 인신매매의 우두머리인 것이다.
간접고용은 이렇게 이중착취, 삼중착취를 합리화해주고 노동기본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파렴치한 고용형태’이다.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 3차하청, 4차하청 심지어 6차하청, 7차하청까지 등장하는데, 그렇다면 맨 밑바닥 비정규노동자들이 몇 겹의 착취를 당한 후에 받는 임금은 도대체 어느 정도이겠는가? 답 : MB꼬리만큼!
이게 바로 간접고용의 실체이다!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법을 철폐하자! 사람을 사고파는 현대판 인신매매 제도, 간접고용을 철폐하자!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