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라도 노동자답게 제대로 싸우자!
주간연속2교대 투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현대기아 자본과 타협적 지부 집행부들의 야합안은 조합원들에 의해 모두 저지되었다. 하지만 소극적 반대와 부결에만 멈추면, 주간연속2교대 문제는 결국 표류하다가 좌초할 것이다. 강력한 대체지도력을 세워 운명을 걸고 자본과 대담하게 맞짱 뜨는 대중투쟁을 이끌 수 있는가는 사활적 문제로 던져지고 있다.
현대차 이어 기아차도 부결
현대 자본은 현대차에서 부결된 주간연속2교대 쓰레기 안을 기아차 노동자들한테 들이밀었다. 자본가언론은 “현대차 타결안에 대한 기아노동자들의 부결 이유 또한 해괴하다. 적자에 허덕인 기업이 흑자 기업과 같은 수준의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억지다.”(헤럴드경제, 9월 17일자 사설)며 노동자들을 비방했다. 부결안을 ‘타결안’이라고 새빨갛게 거짓말하면서, ‘적자기업 노동자’는 쓰레기 안이라도 고맙게 받아먹으라고 지껄인 것이다.
정몽구 회장 재산은 08년 2조 7천 338억원으로 05년말에 비해 84.4% 상승, 부자 1위가 되었다. 그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05년에 비해 무려 1,000% 상승한 1조 876억원으로 7위가 되었다. 그런데 자본가언론들은 ‘이른바 적자기업의 회장, 사장이 이렇게 엄청난 부자가 되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만약 기아차 노동자들이 그 안을 받아들였다면, 자본은 그걸 이용해 현대차 노동자들한테도 폐기처분한 안을 다시 수용하라고 압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분열 음모는 기아차 노동자들의 현명한 부결 선택으로 1차 저지당했다. 이제 ‘단호한 공동투쟁’으로 전진해, 승리를 쟁취해야 할 때이다.
현대 자본의 검은 속셈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아래 주간연속2교대를 착취 강화의 기회로만 여겨온 현대 자본의 전략은 뻔하다. 추석 연휴기간인 9월 15일 가정통신문에서는 ‘무책임한 일부’가 ‘의견접근안이 심각한 기득권 저하를 초래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난하면서 ‘하루빨리 혼란에서 벗어나자’고 지껄였다. 추석 연휴가 끝난 18일에도 사장 담화문을 통해 ‘당장의 이익보다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하라고 뇌까렸다.
결국 노동강도를 대폭 높이고, 심야노동을 유지하며, 십수년 투쟁으로 따낸 단협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야합안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으니 노동자가 고통을 모두 떠안으라는 협박이다. 이런 협박은 세계 금융위기와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돈에 미쳐 노동자를 물어뜯는 자본한테 전면파업으로 맞서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겠는가?
오락가락하는 지부 집행부
현대차 지부는 최근 갈지자로 걷고 있다. 부결 직후 현장분위기를 고려해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9월 18, 19일에는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정취근무’라며 파업을 회피했고, 아무 내용이 없는 자본의 교섭 제안을 덥썩 받았다. 자본이 ‘성실교섭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자, 쟁대위 회의를 19일에서 22일로 연기시켰다.
게다가 지부 집행부는 ‘야합안을 전면폐기하라’는 현장의 빗발치는 요구에 아직까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부 집행부 또한 자본과 보조를 맞추면서 조합원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가 야합안을 문구만 살짝 바꾸고, 돈을 약간 얹어 다시 들이미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전면파업이 해결책
현장조합원들은 답이 뭔지 잘 안다. 현대 자본은 노동자들을 번번히 ‘확실하게’ 무시하는데, 지부가 너무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한다. 이래서는 자본을 절대 물러서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현장 조합원의 정서는 정말 제대로 속 시원하게 한판 붙어보자는 것이다”, “윤해모 집행부는 즉각 총파업 선언하라”(공투위 9월 18일자 대자보)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렇다. 탐욕스런 자본을 물러서게 만들고, 3무의 주간연속2교대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자 요구 관철시까지 전면총파업을 벌이는 것이다. 지루하게 교섭하면서 시간을 끌고, 부분파업을 했다가 말았다 하는 것은 자본한테 노동자들을 우롱할 기회만 주고, 조합원들을 지치게 해서 투쟁동력을 갉아먹는 길이다.
총사퇴, 비대위 건설
그런데 두 번씩이나 야합했고, 여전히 진정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 집행부가 전면파업을 벌여 온전한 주간연속2교대를 쟁취할 수 있을까? 그걸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야합집행부는 총사퇴시키고, 비상대책위를 건설해서 투쟁을 밀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현장조합원들은 지부 집행부나 현대 자본, 부자언론이 ‘노노갈등’이라며 비방해온 현장활동가들의 교섭 저지 투쟁과 부결 투쟁이 올바른 것이었다고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현장조합원들은 이미 현 집행부에 대한 강력한 불신을 드러냈고, 새로운 지도력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었다. 관건은 3무의 주간연속2교대를 전면 쟁취할 새로운 지도력을 얼마나 빠르고 확고하게 세워내는가에 달려 있다.
주간연속2교대 공동투쟁으로!
부결된 기아차 잠정합의안에는 “(원청)노사는 사내협력업체에 대해 최대한 동일한 시점과 조건으로 당사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권고한다.”는 문구뿐이었다. 온전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 공동 실시한다는 내용 같은 건 흔적조차 없고 ‘최대한 권고’ 같은 상투적 문구만 있다. 현대차에는 그런 문구조차 없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자본가언론들은 지금 현대 ․ 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 투쟁에 대해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대공장 노동귀족의 집단이기주의’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쏘아붙이고 있다.
그런 악선동을 박살내려면, 지금부터라도 온전한 주간연속2교대 공동쟁취의 기조를 분명히 하고, 공동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동투쟁을 실제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집행부에게 공동투쟁을 하라고 말로 요구하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동강도 강화-임금삭감 없는, 연장노동 없는 주간연속 2교대, 신규공장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신규 일자리 창출, 부품사와 함께하는 주간연속 2교대 투쟁을 주장하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장활동가들이 나서야 한다. 현대차-기아차 활동가들이 모여 공동투쟁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울산지역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