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확산을 조직하는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
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쟁취투쟁이 가을을 뜨겁게 달궈올리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비밀리에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엘림MTS라는 신규업체를 지정했으며, 신규업체는 8월27일 벼룩시장에 구인광고를 냈다. 이런 방식으로 학교 측은 10~20년 동안 새벽에 출근해 학교의 구석구석을 청소해온 미화노동자 65명 전원을 해고한 것이다. 구인광고를 수상하게 여겨 전화로 확인을 했던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9월1일 해고되는 날까지도 자신이 쫓겨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상황이었다.
지난해 공공노조 서경지부에 가입해 노조를 결성했던 50~60대 여성노동자들은 곧바로 본관으로 몰려갔으나 학교 측은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심지어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 출입을 통제하려고 정문까지 틀어막기도 했다. 성신여대 총무처장은 “아줌마들이 나를 배신했다”고 언급했다. 그 배신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노동조합 결성이 이유였다. 이번 해고사태는 용역업체가 벌인 것이 아니라 성신여대가 노조 말살을 위해 직접 진두지휘한 것임을 고백한 것에 다름아니다. 학교측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어찌 ‘배신’이라는 말을 입에 담겠는가!
구직광고들의 실체 : 새로운 일자리는 누군가 해고된 일자리들
“경제만은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권은 매년 6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매월 발행하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총 취업자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거나 심지어 줄어들고 있다. 매월 신규 취업자수도 15만명 안팎을 기록해 수년만에 최저치를 갱신하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신규취업을 하는 꼭 그만큼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얘기이다. 인구증가율을 감안하면 취업을 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진 노동자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그나마 ‘신규 취업자’들이 누구인지 성신여대 사태는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신규 취업자들의 상당수가 누군가 해고된 일자리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쫓겨난 자리에 취업이 이뤄진다는 얘기이다.
반격 : 늙은 여성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마주잡은 손
그러나 학교 측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해고 당일인 9월1일은 성신여대의 2학기 개강일이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 노조 결성 시점부터 미화노동자들을 지원했던 학생들이 곳곳에 대자보·선전물을 부착하고 집단해고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3일만에 전체 학생 9천명 중 6,500명의 지지 서명이 조직되었고, 행정관 앞 농성장에 자발적인 지지방문과 물품 지원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부모들이 대학 청소일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어머님같은 분들이라는 동정심도 한몫 했겠지만, 학생들 또한 이 사태의 본질을 직감하고 있다. 구인광고로 해고통보를 하는 불안한 일터는 곧 자신들이 졸업 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임을!
학생들의 폭발적 지지에 놀란 학교 측은 15개국 순방 후 귀국한 김화진 이사장이 면담에 나서 고용보장 “노력” 운운하며 분노를 잠재우려 해봤지만, ‘노력’이란 말이 가진 기만성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기름만 끼얹은 꼴이 되었다.
이제 미화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는 연세대·고려대·덕성여대 조합원들의 연대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렇다! 학교 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약하고 힘없어 보이던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 곳곳의 학교로 확산되는 사태이다. 싸움을 처음 해본 미화노동자들이지만, 영리하게도 바로 투쟁의 확산에 승부처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