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 만인선언, 만인공동회의 제안에 부쳐
'아래로부터의' 연대로 하반기 비정규직 철폐 촛불을 들자!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의 90일을 넘긴 목숨건 단식농성, 무려 1110일 넘는 파업농성을 지원하고 있는 기륭전자 공대위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 선언, 만인 공동회의 조직”이 제안되었다. 제안의 취지는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와 행동”이 필요하며, 반동과 퇴행의 시대를 넘기 위해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제2의 촛불을 지피자는 것이다. 이 제안에 따라 9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1차 행동’으로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철폐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기륭공대위의 제안은 장기투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단사투쟁을 뛰어넘는 비정규투쟁 주체들의 연대를 조직해 전선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투쟁과 촛불을 결합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기륭농성장 중심이 아니라 시청광장으로 접근한 서울역광장 촛불투쟁을 제안함으로써 “나를 버리고 전선 확장의 불씨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기륭전자 동지들의 투혼이 서린 제안에 먼저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먼저 전선의 확장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연대를 결의하고자 한다.
투쟁주체들의 굳건한 단결과 연대부터 다지자!
추석 후까지 공동투쟁을 이어가기 위한 기륭공대위의 제안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통해 민주노총 상집에 제안되었으나, 민주노총은 10월7일 ‘국제 비정규직의 날’로 집중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사업장 연대투쟁을 ILO 캠페인에 불과한 행사로 변질시키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현장의 제안도 민주노총의 산별 관료질서로 들어가기만 하면 이상한 형태로 변질될 정도로 운동의 관료화는 심각하다.
아울러 만인선언 제안에는 “△종교·사회단체 대표자들 원탁회의 개최, 대국민선언 발표 △국무총리 면담 및 비정규직 법제도 개정 촉구 △비정규악법 개정 정기국회 상정 요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비정규악법 폐기라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사회원로나 국회 논의가 아니라 먼저 투쟁주체들의 굳건한 단결과 연대가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도 뼈대가 제대로 서야 튼튼하게 붙는 법! 운동의 역사에서 중심이 분명하지 않은 채 시민사회운동과 사회원로 등으로 확장하는 경험은 좋지 않은 선례들을 남겨왔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사업장 연대기풍을 이어가자!
‘아래로부터’ 투쟁사업장 연대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랜드·뉴코아·코스콤 연석회의에 이어 올해 3월부터는 20여개 투쟁사업장이 모여 ‘비정규·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공투단)’을 결성해 공동투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장기투쟁에 따른 피로도와 투쟁동력 이탈이 이어지며 5월 이후부터 공동투쟁의 기운은 거의 힘을 잃어왔다.
공투단 역시 기륭공대위의 제안과 유사한 취지에서 탄생되었다. 그러나 공동투쟁의 기운을 다시 북돋우기 위해서는 공동투쟁에 대한 명확한 평가 속에서 한계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분명 일정한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투단의 문제의식과 유사한 취지에서 촛불투쟁의 경험을 가미하여 다시 기륭공대위의 제안이 나온 것처럼, 운동은 이러한 기획을 다시한번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또한 10.26 비정규노동자대회를 상정하고, 대회를 미조직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앞으로 2개월간 거리문화제와 지역순회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공투단의 문제의식, 기륭공대위의 제안, 전비연의 기획이 당분간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서로 교차하고 역할분담을 하며 전선을 밀어올리도록 조직해가자! 그 과정에서 과거 공동투쟁의 한계와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과 경험이 쌓이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하나가 되기 어렵더라도 이들 모두는 하나로 수렴될 수 있는 슬로건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하반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촛불, 경제위기·민생파탄의 책임을 이명박과 자본가들에게 묻는 촛불을 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