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업무유지제도, 단호한 파업투쟁으로 무력화시키자!
자본가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꺼내든 칼인 필수업무유지제도가 얼마나 무지막지한지가 최근 들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1월 말,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결의했던 도시철도 현장에서 자본가정부는 무인화 될 예정이던 매표업무와 이미 외주화 된 청소업무 정도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필수유지대상에 포함시켜 평일에는 80%, 출퇴근시간에는 100%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자본가에게 파업은 전혀 두려울 것이 없는 문제가 된다. 반대로 노동자들에게는 현장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는 파업은 꿈도 꾸지 말라는 잔인한 협박이다.
도철 사측과 정부는 허울뿐인 교섭조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노동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어긴 개인에 대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부과 협박은 도철노동자들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도철의 사례에서 의기양양해진 자본과 정부는 뒤이어 서울지하철, 철도, 발전, 동아대의료원등에서 노동조합과의 형식적인 교섭절차조차도 갖지 않은 채 노동위에 결정신청을 올려버렸다. 여타의 사업장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노동위는 자본가들을 위해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서슬퍼런 칼자루를 준비해두고 있다.
필수업무유지제도가 겨냥하는 것
자본가정부가 필수업무유지제도를 꺼내든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부문을 자본가들을 위한 이윤을 뽑아내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무지막지하게 쥐어짜야만 하고, 그 정도와 폭이 크면 클수록 그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저항도 드셀 것이 분명하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훨씬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기, 가스, 물, 철도, 지하철, 의료보험 등등의 민영화는 엄청난 규모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거나 비정규직화 시킬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른 노동자들이 10여년의 후퇴를 되돌리기 위해 과감한 투쟁으로 떨쳐나서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서비스의 성격상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전진하여 투쟁의 구심이 된다면, 전 사회적인 반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그리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민영화에 맞선 투쟁은 자본가사회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그 때문에 자본가들은 노골적인 독재사회에서나 가능한 투쟁의 싹을 애초에 제거하기 위한 무기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필수업무유지제도의 폐지로 완전한 파업권 쟁취!
이처럼 파업을 완전히 껍데기뿐인 것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맞서 파업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의지와 단결력을 모아내 그 힘으로 자본가들의 악법을 무력화하는 방법뿐이다. 이미 자본가 정부가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칼을 꺼내든 이상 법리적 정당성의 시비는 무딘 칼을 세련되게 치장하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유지비율 축소라는 약간의 양보를 얻는 대신 필수업무유지 자체를 인정해주게 되었을 때,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꺾는 결과를 빚게 된다.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자본가정부가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악법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력으로 쟁취한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그것은 최근까지도 분명한 역사적 교훈이다.
노동자생존을 위한 과감한 파업투쟁으로 파업권을 쟁취하자 !
악법철폐, 파업권쟁취는 그 자체만을 위한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과감한 투쟁과 결합될 때 이룩될 수 있다. 문제는 자본가 정부가 과거보다 더욱 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단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도시철도 투쟁에서 부족한 것은 대중들의 분노가 아니라, 그 분노를 투쟁으로 이끌어낼 지도력이었다. 최근 서울지하철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장이 패배감으로 혹은 자본가들의 언론공세에 압도되어 무기력한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자존심을 저버리지 않고 뚝심 있게 투쟁을 밀어가는 지도력 혹은 중심부대가 존재했다면, 현장노동자들은 그들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현장 곳곳에 밀어닥치고 있는 구조조정공세에 그 누구도 과감하게 맞서지 못하면서 현장에서 지도력은 공백상태였다. 이명박정권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묻는 것은 단순하다. 과감하게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