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공공부문 노동자투쟁이 보여주는 것 - 계급적 단결이 필요하다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장에 오르면서 그곳 공공부문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집안의 후손이자, 가장 잘나가는 축구구단인 보카주니어스의 소유주이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노골적인 대변자이다. 그는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폭력에 맞서 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명박이 예고한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마크리는 이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착수했다. 그는 이명박의 판박이이다.
자본가정부의 공격과 그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작년 12월에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60%의 득표로 당선된 그는 곧바로 2천3백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며, 2만 3천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1/4을 해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건강보험에 대해 ‘효율성’을 위해 6개월간 위탁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가정부의 금언은 효율적인 이윤창출이라는 점에서 어느 곳에서나 항상 똑같다! 이 보험은 12만 명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가입한 것으로 연간예산 1천억 원이 넘는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쌈짓돈을 모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이 탐났던 것이다. 이들을 강도가 아니라할 수 있는가!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시장에게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군사독재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장이 하고 있다!”며 항의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을 벌였고, 3만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렸다. 만일 시장의 기만적인 대화요구에 쉽게 응답하여 파업지속을 철회한 타협적인 지도부가 아니었다면 투쟁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투쟁의 교훈
무엇보다도 이번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살아있는 진정한 투쟁이 어떤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보여주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마크리의 계급적 본성과 그에 맞선 파업조직화계획에 대해 토론을 하고, 투쟁을 조직했다. 아직 타협적지도부를 넘어설 만큼은 아니지만, 지도부가 짜 맞춘 일정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대중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투쟁을 만든 것이다. 또한 화물노동자들은 직접적인 자신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맹파업을 조직하여 청소차량운행을 멈추었다. 협소하게 자신들의 직접적인 문제에 갇혀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면서, 결국은 자본가들의 칼날이 자신에게 겨누어진 후에야 수세적으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연대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길임을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자발성과 연대의 정신이 더욱 확대된다면, 자본가정부에 맞선 부에노스아이레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타협적이고 개량적인 지도부를 넘어서 대중의 전투성을 열어주고, 부문 간의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는 계급적 단결이 필요하다. 모든 노동자투쟁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에노스아이레스투쟁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명박의 민영화공세에 직면한 한국의 공공부문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도 다름 아닌 이것이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