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폭등, 물가폭등에 맞선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
초고유가로 인해 운행을 해봐야 손해를 보게 된 한국의 화물․건설운송 노동자들이 거의 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양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일부터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트럭운전사연맹은 연료비 인하 대책을 촉구하면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고속도로 저속주행을 벌이면서 트럭의 국경통과를 봉쇄했다. 체코의 교사 13만 명도 물가폭등으로 인한 빈곤화에 맞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적 시위에 가담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소방관·교사 등 공무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인도에서는 버스운행이 중단되어 도로가 텅 비었고, 학생들이 등교를 할 수 없어 휴교령이 내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분노한 노동자-학생들이 관공서를 습격할 정도로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물가폭등으로 몇 달 새 가계지출이 50% 증가한 이집트의 시위는 폭동 수준이다. 심지어 경찰이 인터넷상에서 총파업을 독려하는 블로거 200여명을 체포할 정도로 파업과 시위를 폭력적으로 원천봉쇄함에도 불구하고, 파업과 시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출근과 등교거부가 발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백만의 노동자들이 3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쌀값이 50% 오른 카메룬에선 지난 2월 한 달간 40여명이 죽을 정도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쌀값이 300% 상승한 시에라리온과 곡물가가 치솟은 케냐에서도 폭동이 발생했다.
벨기에에서의 임금인상 파업물결
벨기에에서는 작년 12월부터 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전국적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1월부터 자발적인 파업들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파업은 처음에 젠포드 완성차회사의 하청기업인 싱크레온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산별노조의 지침 없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시급 11유로를 12유로로 인상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자동차 예약물량이 밀려있는 상태 하에서 과감한 파업은 자본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비록 시급 1유로 인상은 아니지만, 1000유로(160만원)의 상여금을 두 차례 받는 것과 21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009년부터 정규직화 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었다. 이 승리는 젠포드사의 하청현장들을 넘어 금속과 건설부문 현장들에서 자신감과 파업의 물결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파업이 확산되어 80개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었다.
3월이 되자 이 파업의 물결은 금속과 건설부문에서 멈추지 않고 공공부문으로 확대되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처음요구보다는 크게 밑돌지만 정부가 처음에 책정했던 예산의 세배에 달하는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 후 파업은 병원, 교도소, 경찰, 버스 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과감한 임금인상과 비정규직철폐를 내걸고 투쟁하자
물가폭등에 맞서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은 한국노동자들, 특히 저임금 하청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코앞에 다가온 투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까지 10여년에 걸친 패배와 굴종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 있게 전진하고 있지 못하지만, 상황은 더 이상 노동자들이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문제는 자본가 경제살리기에 맞서 노동자살리기를 정확하게 내거는 선봉부대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승리의 부재이다. 물가인상을 넘어서는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면에 내걸고 과감하게 투쟁하자!
정원섭
